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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식은 '북경요리, 상해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의 네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중국 음식은 두 가지로 나뉠 뿐이다.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 두 발 달린 건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네 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 잠시 방심하다가는 어떤 기상천외한 요리가 내 앞에 놓일지 모른다.

중국 못지않게 별의별 식자재로 미식을 뽐내는 나라가 프랑스라고 한다. 독일, 체코, 아일랜드와 영국을 거쳐 파리로 입성한 나는 자못 프랑스 음식이 기대됐다.

실제로 파리에 와보니 대단한 레스토랑까지 안 가도 세계 3대 고급 식재료라는, 푸아그라, 송로버섯, 캐비어를 부재료나 고명으로 쓴 요리를 심심찮게 만났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식재료 달팽이, 개구리 다리, 소 골수를 이용한 요리도 시내 식당 메뉴판에 흔했다. 그간 거쳐온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요리의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었다. 가히 중국과 함께 미식의 세계를 이끄는 동서양의 쌍두마차다웠다.

여행 전에 '파리에 가서 먹어봐야 할 음식'을 추천하는 인터넷 영상을 몇 개 봤더니 공통적인 요리 목록이 나왔다. 콩피 드 카날드(Confit de Canard), 마그렛 드 카날드(Magret de Canard), 뵈프 부르기뇽(Boeuf Bourguignon), 타르타르 스테이크(Tartare de Boeuf)...

그중 프랑스에 가서 첫 번째로 먹어보고 싶은 요리는 타르타르 스테이크(Tartare de Boeuf)였다. 우리나라의 소위 '칼질'하는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했을 때 듣게 되는 고기 굽기의 선택지 세 가지,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 Done)'의 범주를 넘어서는 스테이크가 있다고 했다. 날고기를 싫어하는 유럽인들이 살짝 굽기도 아니고 아예 생고기로 먹는 요리라고 하니 궁금증이 더했다.

현지에 와보니 프랑스 요리를 내는 식당은 메인 메뉴의 하나로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제공하고 있었고, 일반 쇠고기 스테이크보다 가격이 몇 유로 더 저렴했다. 파리와 부르고뉴 지역을 여행하는 3주 동안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여러 차례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계란 노른자를 올린 육회가 연상되는 타르타르 스테이크
계란 노른자를 올린 육회가 연상되는 타르타르 스테이크 ⓒ 김상희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생 쇠고기를 잘게 다져 올리브유, 달걀, 피클, 마늘, 양파, 케이퍼(caper), 소금, 후추 등으로 조미해서 다시 뭉쳐서 내는 요리다. 빵에 바르거나 얹어 먹는다. 

쇠고기를 다진 정도와 첨가한 양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기본맛은 우리가 익히 아는 맛, 우리나라 육회와 똑같은 맛이었다. 이걸 둥글 납작하게 빚어 구우면 함박스테이크(Hamburg Steak)요, 구운 걸 빵에 끼우면 햄버거가 되는 식이다.
 
 케이퍼가 들어간 타르타르 스테이크가 제일 맛있었다.
케이퍼가 들어간 타르타르 스테이크가 제일 맛있었다. ⓒ 김상희
 
아니나 다를까 햄버거의 기원이 타르타르 스테이크라고 한다. 13세기 칭기즈칸이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진출했을 때 몽고인들이 전투 중에 먹는 비상식량으로 날고기를 말에 매달고 다녔고 유럽인들이 유목민 타르타르(Tartar) 사람이 먹는 고기라는 뜻에서 '타르타르 스테이크'로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유럽에 전해진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 사람들이, 익혀서 빵에 끼워 먹음으로써 오늘날의 햄버거가 됐다는 설이 있다.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평소 육회나 육회비빔밥 등 생고기 요리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입맛에 맞는 음식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사실 유럽 여행 내내 버터와 치즈 또는 고기와 같은 느끼하고 무거운 요리만 먹다가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먹으니 마치 샐러드를 먹는 것처럼 상큼하고 속도 덜 부대꼈다.

프랑스 와인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지칭하는 말로 '떼루아(Terroir)'란 말이 있다. 토양이나 풍토를 뜻하는 말 '떼루아'가 포도가 자라는 흙과 바람, 태양, 포도밭의 경사도 등 포도밭을 둘러싼 전반적 환경을 표현하는 단어로 쓰인다고 한다.

부르고뉴 지역 국도를 달리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에서 방목되는 소를 많이 봤다. 프랑스에서 소 골수 요리라든가 소 내장 요리가 발달하고 심지어 쇠고기를 생으로 먹는 스테이크를 즐기는 것도 이런 프랑스의 환경 떼루아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떼루아에 프랑스의 똘레랑스(Tolerance)가 결합하면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뭐든 요리가 되고 새로운 조리법과 먹는 방법도 폭넓게 포용될 것이다.
 
 프랑스 식당에서 스타터 요리나 애피타이저로 흔하게 내는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프랑스 식당에서 스타터 요리나 애피타이저로 흔하게 내는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 김상희
 
 디종 근교?쿠체이?마을의 포도밭 산책길에 만난 달팽이
디종 근교?쿠체이?마을의 포도밭 산책길에 만난 달팽이 ⓒ 김상희
   
프랑스 사람들의 유별난 미식 취향을 일컬을 때 흔히 달팽이 요리를 든다. 프랑스에 오기 전 나 또한 달팽이를 먹는 건 미식을 넘어서는 게 아닌가 의심했었다.

그러나 부르고뉴의 포도밭에서, 파리 몽마르트 묘지에서 성인 주먹 반 개만 한 달팽이를 수도 없이 봤고 그때 깨달았다. 달팽이 요리의 출발은 '탐식'이 아니라 그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였음을. 달팽이 또한 프랑스 요리 떼루아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프랑스 달팽이는 죄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프랑스음식#타르타르스테이크#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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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여행자입니다. 여행이 일상이고 생활이 여행인 날들을 살아갑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기억을 '쌓기 위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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