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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용산구청 구청장실로 향하던 10.29이태원참사 일부 유가족들이 출입 통제로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이다.
1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용산구청 구청장실로 향하던 10.29이태원참사 일부 유가족들이 출입 통제로 주저 앉아 있는 모습이다. ⓒ 조혜지
 
"이제 와서 무슨 대화를 합니까. 방송에는 그렇게 나가겠죠? 대화를 요청했는데, 유가족들이 거부한다고. 그런데 우리는 대화를 요구한 적 없습니다. 처음부터 '사퇴하라'는 것이었어요.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업무를 봅니까."
 

14일 오전 9시께, "공직자 자격 없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용산구청 민원실 후문 방향 입구에 선 한 유가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0.29이태원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박 구청장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족과는 시기와 방법을 협의해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은 출입 통제, 밖은 2차 가해... 유족 "모두를 위한 특별법 위해"

"그만 좀 해!" 

이 유가족은 구청 정문 앞을 한 바퀴 돌아, 다른 유가족이 선 주차장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다. 팻말을 들고 선 그에게 지나가던 한 시민이 핀잔을 주듯 고성을 지르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는 미동 없이 자리를 지키고 섰다. "(저런 사람도 있지만) 어떤 공무원은 이야기 다 들어주고, 같이 서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힘내시라고 한 사람도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박 구청장이 트라우마라면, 유가족들은 미쳐 날뛰고 살아있지도 못해요.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 (희생된) 아이들의 친구들을 애지중지 아끼고, 다 지켜내기 위해서 있는 힘껏 특별법 제정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 우리 애들은 이 법 만들어봤자 돌아올 수도 없어요. (남은 사람) 모두를 위한 법이에요."


용산구청은 이날 오전 출근 시간 이전부터 구청장실이 있는 9층 방향의 엘리베이터 운행을 통제했다. 8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9층 비상구로 향하는 전 구간 모두 잠겨 있었다. 유가족들이 구청 밖에서 농성을 진행한 오전 9시 이전에도 2층 민원실 입구와 9층 비상구 계단 입구 등에 구청 직원들이 지키고 섰다. 엘리베이터 전광판에는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씨가 줄곧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모습 만들려고 문 다 잠갔나"... 용산구청 "공무수행 위해"
 
 1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용산구청 구청장실로 향하던 10.29이태원참사 일부 유가족들이 엘레베이터 통제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1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용산구청 구청장실로 향하던 10.29이태원참사 일부 유가족들이 엘레베이터 통제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 조혜지
 
"한풀이하러 나온 거 아닙니다."
 

일부 유가족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오전 9시께부터 2층 민원실 입구로 들어왔지만, 구청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청장실로 향했지만, 9층까지 가지 못하고 비상구 계단을 올랐다. 일부 유가족들은 반복되는 출입 저지로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아 당기고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결국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은 용산구청 옥상으로 올라 경찰, 구청 직원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소방도 출동했다. 대치를 이어가던 유가족들은 결국 8층 비상구 복도로 내려와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 유가족은 구청 직원들을 향해 "이런 모습을 만들려고 문을 다 잠가 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구치소에 있지 나와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나..."

8층에서 유가족들의 오열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 말을 읊조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9층 비상구 입구를 지키고 선 구청 직원에게 이전과 달리 출입을 통제한 이유를 묻자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다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9층 엘리베이터 운행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가족들, 시민단체 시위로 공무수행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출입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박희영#10.29이태원참사#용산구청#용산구#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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