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기자말] |
제가 하는 로스터리 카페는 아파트 주거지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거주지에서 가까운 만큼, 주말이나 주중이나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종종 들러 원두를 구입하시곤 합니다. 그럴때면 커피를 조금 더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지각색의 커피 취향과 도구가 있습니다. 직접 내려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최신의 커피메이커를 구입하신 분도 계시고 때로는 놀랄 만큼 좋은 에스프레소 장비를 구비해두시고 홈카페 생활을 즐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전용 그라인더를 두고 추출 양상에 대한 측정까지 해가며 진지하게 맛을 보고 때로는 커피 맛에 대해 고민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과거보다 커피 문화를 즐기는 분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곤 합니다.
잘 된 커피 추출이란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집에 들일 만큼 커피 문화와 맛에 집중하시는 분들일수록 커피의 추출이 정확한지, 더 잘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커피를 일로 다루는 카페에서도, 전보다 추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요. 바리스타는 지금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피의 잠재력을 잘 이끌어 내고 있는지 아침마다 고민하게 됩니다.
추출 변수를 조정하여 손님에게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지 시음을 통해 확인하며,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카페에서 일을 하는 바리스타들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저희 매장의 경우 로스팅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커피의 구상단계부터 최종 판매까지 연결되기에 손님에게 제공되는 커피가 얼마나 제작 의도에 가까운지 잘 알 수 있지만, 그러나 커피를 납품받아서 사용하거나 가정에서 원두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분들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의 글만 봐도, 본인이 하는 에스프레소 추출이 잘 되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봤습니다.
그럴 때 이런 방법을 쓰시면 좋습니다.
머신에서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하기
자신이 하는 에스프레소 추출이 잘 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시간이 걸리고 맛이 선명한 필터커피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더욱 좋습니다.
핸드드립이나 커피메이커를 이용하는 방법이 적절합니다. 물론 최종 판단은 각 매장이나 바리스타가 주력으로 삼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하더라도, 추출의 확인에는 역으로 필터커피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미분과 '크레마'라고 하는 가스와 기름이 커피의 맛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때문에 필터커피를 이용해 맛을 보는 게 손님에게 제공되는 커피와 같은 맛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원두가 갖고 있는 잠재력의 총합을 느끼기에는 더 좋은 게 사실입니다. 단순히 '필터 커피가 더 맛있다'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커피 추출에 충분한 시간을 이용하게 된다면 그만큼 에스프레소 추출에 쓸 가용자원의 총합을 가늠해보기 좋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로스팅이 완료된 커피는 이미 하나의 제품으로 완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은 이해와 수습이 최우선의 해결책이 되곤합니다. 작품으로 치자면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재해석이나 해석 변주의 영역으로 볼 수 있죠. 그러므로 가끔 원두 판매자들이 아무리 화려한 말로 그 원두를 치장한다고 해도, 애초 나올 수 없는 맛은 아무리 애를 써도 나올 수 없게 됩니다.
저도 이 일을 직업으로 하는 만큼 판매자의 화려한 설명이나 포장된 문구의 내용에 홀려 커피를 사마셔본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말은 말일 뿐입니다. 커피는 결국 맛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죠.
원두 판매자가 뭐라고 하든, 바리스타가 세운 기준에 맞게 잘 내려진 필터커피 한 잔에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는 절대적입니다. 그 안에서 읽어낼 수 없다면 실제로 에스프레소에서도 구현할 수가 없겠죠. 그런만큼 잘 내려진 커피 한잔은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 좋은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바리스타들에게 핸드드립이나 커피메이커 등과 같은 필터커피를 배우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몇 년씩 일을 한 분들도 필터커피에 대한 이해를 새로 정립하거나 보완하는 경우도 있고요. 커피의 맛이 어딘지 모르게 다른 것 같을 때, 그 원인이 커피 머신의 변화인지 물의 변화인지 아니면 애초에 원두 그 자체의 문제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필터커피와 맛의 범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놓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필터커피를 추출하는 행위 자체가 해답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요식행위를 통해 맛의 합리화를 꾀하기보다는 눈 앞의 커피의 폭을 이해하고 그 이해의 폭을 커피를 마시는 당사자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해봤는데도 맛이 안 나오니 이건 커피의 잘못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추출 안정성이 필요합니다. 몇 번을 내려봐도 커피의 폭이 동일하고 한정적인 것을 확인했다면, 바리스타는 이제 그 안에서 최선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커핑(Cupping), 즉 맛 감별을 연습하는 분들도 계시고 때로는 커피메이커와 같은 또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머신과 떨어져 생각해본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혹시 지금도 본인의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일단 한 발 물러서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오늘의 글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모두들 좋은 커피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