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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당호 수문 인근에 위치한 최아무개씨의 집은 물이 안마당까지 밀려들었다. 물에 떠 다녔던 가재도구들을 정리해 보지만 끝이 없다.
예당호 수문 인근에 위치한 최아무개씨의 집은 물이 안마당까지 밀려들었다. 물에 떠 다녔던 가재도구들을 정리해 보지만 끝이 없다. ⓒ <무한정보> 황동환
 
지난 13~15일 예산군을 할퀴고 간 극한호우는 곳곳에 비 피해를 남겼다.

빗줄기가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 17일 무한천을 따라 침수 피해 주택과 농경지, 비닐하우스를 살펴봤다. 

예당호 수문 앞 딴산교 아래에 위치한 집 주인 최아무개씨는 안 마당까지 밀려든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3년 전에도 비가 와 넘치기는 했어도 이번처럼 집까지 침수되진 않았다. 냉장고, 가전제품이 물에 잠겨 다 못쓰게 됐고, 마당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떠내려갔다"고 하소연했다. 

최씨 어머니는 "15일에 물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 다행히 방안까지 물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1988년도에 이사와서 두 번째 겪은 침수"라며 "군에서 미리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면사무소에선 앞으로도 비가 더 올지 모르니, 비가 그치면 조사하겠다고 했다. 제방을 높게 쌓거나, 무한천 바닥을 더 깊게 파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주민이 침수됐던 거실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 장판을 걷어내고 물에 젖어 쓸모없게 된 목재 가구들은 버렸다. 목재가구에 선명히 남아있는 젖은 표시가 침수 당일 수위를 알려주고 있다.
한 주민이 침수됐던 거실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 장판을 걷어내고 물에 젖어 쓸모없게 된 목재 가구들은 버렸다. 목재가구에 선명히 남아있는 젖은 표시가 침수 당일 수위를 알려주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무한천과 인접해 있는 주교4리 주택 여러 채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집주인 안아무개씨는 "29년 전 침수피해를 당하고 두 번째다. 그때는 창문까지 넘진 않았다. 이번엔 집안까지 물이 들어왔다"며 "침수를 예방하려면 국토부에서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제방을 높게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경지와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발연리~궁평리 침수현장은 심각했다. 이곳 모두 무한천을 따라 자리잡은 곳으로, 무한천이 범람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불어난 물에 수위가 높아져 관모산·금오산·봉대미산에서부터 지천을 따라 흘러들어온 빗물이 무한천으로 빠지지 못해 발생한 피해다.
 
 무한천에 인접해 있는 발연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주민이 흙탕물에 잠겼던 열무 잎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천에 인접해 있는 발연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주민이 흙탕물에 잠겼던 열무 잎을 보여주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발연리 비닐하우스에서 멜론·쪽파·열무 등을 재배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1년에 멜론은 두 번, 수박은 한 두 번, 열무는 네 번 농사를 짓는데, 모두 한 번씩 농사를 망쳤다"며 "읍장을 통해 이곳에 배수펌프장 설치를 요청했는데, 그게 안 됐다"며 "재발을 막으려면 배수펌프로 물을 뺄 수 있는 양수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닐하우스 10동(1500평)에서 쪽파, 수박, 열무, 시금치를 재배하고 있는 또 다른 주민 김아무개씨는 "15일 아침에 걱정돼 냉장고도 빼고, 심어놓은 콩도 살펴보려 했는데, 혹시 둑이 무너질까 무서워 들어가지도 못했다. 낼 모레 시금치 출하를 준비 중이었는데 다 망쳤다"며 "도랑 물이 무한천으로 빠지지 않고 역류해 들어왔다. 군에서 양수장을 설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무한천 인근 비닐하우스를 어지럽게 덮고 있는 수초더미들이 침수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한천 인근 비닐하우스를 어지럽게 덮고 있는 수초더미들이 침수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 <무한정보> 황동환
 
그와 비닐하우스 주변을 정리하고 있던 남편은 "석양리 쪽에서 지천을 따라 내려오는 물이 무한천으로 빠져야 하는데, 무한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수됐다. 물이 차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들어가 감전사고라도 날까 걱정돼 전기 차단기라도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장화신고, 고무장갑 끼고 차단기만 겨우 내렸을 뿐, 속수무책이었다"고 탄색했다.

한 주민은 "농사 한번 망친 것쯤으로 생각하는데, 1년에 네 번하는 열무농사도 이렇게 한번 타격을 입으면 3개월은 날아가 버린다. 다음 수확 때까지 계산하면 6개월은 아무 소득없이 지내야 한다"며 "수없이 되풀이되는 수해의 원인을 찾고,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별 강우량은 ▲13일 25.8㎜ ▲14일 165.1㎜ ▲15일 80.15㎜ ▲16일 0.35㎜ ▲17일 0.46㎜를 기록하며 이 기간 누적 강우량은 271.86㎜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4~15일 내린 비의 양은 5일 동안 누적 강우량의 90% 이상이었다. 
 
 도랑물이 무한천으로 빠지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농경지, 비닐하우스 침수로 이어졌다. 물에 잠겼던 열무 밭은 뻘이 됐다.
도랑물이 무한천으로 빠지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농경지, 비닐하우스 침수로 이어졌다. 물에 잠겼던 열무 밭은 뻘이 됐다. ⓒ <무한정보> 황동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장마 피해#폭우피해#주택침수#농작물피해#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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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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