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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좌) 이경구(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최은경(좌) 이경구(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김화빈

7월 29일 오후 3시, 충북 청주 오송역 7번 출구 앞. 딱 2주 전 벌어졌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추모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메모지 200여 개엔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제발 국민의 안전을 챙겨주세요!"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몇몇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바구니 리본엔 "안타깝게 돌아가신 소중한 이웃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 유족이 게시판 앞에 섰다. 이경구·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공동대표는 메모지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는 조카, 최 대표는 어머니를 참사로 잃었다.

35도를 웃도는 더위에 두 사람의 옷이 금방 땀으로 젖었다. 이 대표는 다른 유족들에게 메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읽던 최 대표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소리죽여 울던 최 대표는 바람에 날아간 국화 바구니를 정돈하며 리본에 새겨진 '안식'이라는 글자를 여러 번 매만졌다.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바구니를 매만지고 있다.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바구니를 매만지고 있다. ⓒ 김화빈
 
"김영환 면담, 벽돌에 계란 던지는 느낌"  

이경구·최은경 공동대표는 이날 오송역 인근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사흘 전(7월 26일) 김 지사가 보낸 '문자 친필 서신'과 전날(7월 28일) 진행된 김 지사와의 면담을 거론하며 "립서비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면담에서) 김 지사가 '유족들 한 분씩 찾아뵈려고 했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당(당시 김 지사는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재 국민의힘 소속)에서 대책위원장을 맡았었다'고 말했다"며 "경험이 그렇게 풍부한 분이 왜 장례식 절차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했냐고 따졌더니 (지사는) '그러면 저희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더라"라고 전했다.

"(면담 전 김 지사는) 왜 괴산 쪽에 먼저 갔는지 해명하며 '사망자가 한두 명 나온 곳(청주 오송)보다 수몰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을 갔다'고 말했었다. 한 유족께서 면담 중 그 점을 짚으며 '그 한 명이 제 동생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니 김 지사가 '자기가 한 이야기를 기자들이 그런 식으로 (유족들을) 폄하한 것처럼 내보냈다'고 하더라." - 이 대표

"친필 서신? 면담 때도 그것을 가져와서 자기 옆에 딱 뒀는데 (문자로 보낸 다 똑같은 내용의 서신이) 무슨... 유족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쓴 편지를 전달해야 그게 친필 서신 아닌가. 면담에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나중엔 벽돌에 계란을 던지는 느낌이라 대꾸도 못하겠더라. 똑같은 말만 반복하니까." - 최 대표


두 대표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최 대표는 "대통령께선 이 참사에 아예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도 아무 말 없으시지 않나"라며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에서 일어난 참사이니 지자체가 알아서 해라'는 태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재난대응 비상3단계가 발령된 지난 14일 정위치인 충북을 떠나 서울에 간 것에 대해 도정현안을 자문받기 위해 기업인을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재난대응 비상3단계가 발령된 지난 14일 정위치인 충북을 떠나 서울에 간 것에 대해 도정현안을 자문받기 위해 기업인을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충북인뉴스
 
약 없이 잠 못 자고, 밥 한 숟갈 못 넘기는 상황 

유족들은 2주가 지난 지금도 "밥 한 끼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약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참사 당시 현장에서 쓰러지셔서 (지금도) 병원에 다니시는 유족도 있다. 어떤 유족은 참사 후 2주가 다 돼서야 처음으로 약을 먹고 주무셨는데 약효가 끝날 즈음이면 금방 또 울화가 치밀어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 다른 유족 분은 너무 많이 우시고 힘들어 하시기에 당분간 유족 모임이나 활동에 나오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꼭 기자회견 때 나오셔서 지켜보고 가시더라." - 이 대표

특히 이 대표는 침수된 747번 버스기사의 유족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버스기사) 유족께서 처음 모임에 나와 통곡하시며 '우리 아빠가 운전한 버스에서 8명이나 돌아가셔 정말 죄송하다'고 그러더라"며 "(하지만) 이분들도 피해자 아닌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유족들은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조차 '논란'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대표는 "지역 주민들이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보태 쓰라며 모금액을 보내왔지만 누군가 이상한 프레임을 씌울까 걱정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 유족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
 
 이경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를 다른 유족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이경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를 다른 유족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 김화빈
 
참사 2주가 지난 지금도 "무정부 상태"라고 지적한 이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유족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지자체의 행정이 도움과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족들은 평생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충북도청은 '참사 발생일 후 6개월부터 최대 1년까지 심리 치료를 받고 청구하라'는 식으로 공문만 덜렁 보내왔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출근 중 돌아가신 분들의 산업재해보험 신청도 안내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청주시가 근로복지공단과 협의해 대상자 신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게 유족들 설명이다.

유족들은 청주시가 재난지원금 신청 날짜를 독촉 전화하듯 전해 온 것을 두고도 생채기가 났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청주시에서) 재난지원금을 7월 31일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못 받는다는 식으로 안내해 행정안전부에 문의했더니 '인적피해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다시 확인해 보라'는 답을 받았다"며 "청주시는 (31일까지 꼭 신청하라는 안내가) '와전됐다는 식'으로 둘러댔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럽다"며 "생업도 있는데 (청주시의) 전화도 믿지 못해 유족이 재차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경구·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를 바라보고 있다.
이경구·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를 바라보고 있다. ⓒ 김화빈
  
최 대표는 "저희가 왜 동냥하는 사람들처럼 매달려야 하냐"며 "유족 중 한 분은 '제발 분향소 좀 유지해 달라'고 울부짖었는데 충북도청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난처해했다. 인력 부족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데, 또 인력 부족을 이야기하며 추모도 못하게 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정부·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을 주변 지인들과 시민대책위(중대시민재해 오송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법률·행정상 어려움이 있어 시민대책위를 통해 변호사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며 "가뜩이나 힘든 유족들이 자료를 개별로 모아 알아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 울컥하는 날이 많다. '먹어야 힘을 내지'라는 마음에도 밥이 도저히 안 넘어가 방에 들어가 울기도 했다"며 "주변 지인과 동료 분들이 많은 위로의 말씀을 주신다. 직장에서도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양해해 주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흔쾌히 다녀오라고 지지해 준다"라고 말했다.

"대체 몇 명이 죽어야 중대시민재해인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추모 공간을 지나던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추모 공간을 지나던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 김화빈
 
유족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이야기하며 "윗선의 책임"을 강조했다.

중대시민재해란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 등 관리상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11조).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28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된 질문에 "(오늘은) 감찰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위사실에 대한 결과를 말씀드리는 (자리)"라고 말을 아꼈다. 국무조정실 수사의뢰 대상엔 충청북도 부지사, 청주시 부시장만 포함됐고 도지사(김영환)와 시장(이범석)은 빠졌다.

최 대표는 "한 명의 시민이 죽어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하물며 오송에서는 14명이 죽었다"며 "그간 법 적용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국무조정실에서는) 검토해보겠다'고 하는데 대체 몇 명이 죽어야 중대시민재해냐. 검찰 수사 단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어느 선까지 처벌해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이 지역 최고 책임자이지 않나"라며 "우린 가족을 잃었고 너무도 큰 슬픔에 빠져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이 또 발생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에 답하는 글을 적고 있다.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7월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역 7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쓴 메모에 답하는 글을 적고 있다. ⓒ 김화빈

#오송지하차도참사#유가족협의회#중대시민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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