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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하는 노조 중 지하철 청소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다. 용역업체 시절부터 다양한 조합활동을 하며 매번 한 고비 한 고비 힘겹게 넘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10년 전 자회사 설립을 통해 고용 불안의 요소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은 버겁기만 하다. 현안 사안 중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관리자들의 권한 남용, 괴롭힘, 성희롱 등 소위 '갑질'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갑질을 행사하는 관리자의 상당수는 공사 출신자들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2023. 3. 2. 매일노동뉴스 <욕설에 신체 접촉까지 지하철 여성 노동자 괴롭힘 노출>이라는 제목에 <3명 중 1명은 욕설 듣고 13% 의도적 신체접촉… 간접고용이라 피해 숨기고 문제 해결 어려워>라는 부제의 기사가 실렸다.

"너머서울 젠더팀이 지난 1월 지하철 청소·미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괴롭힘 실태 설문조사를 했는데, 노동자 여럿이 성희롱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서 제출했다. '지하철 50~60대 여성노동자 성적 괴롭힘 실태조사'를 해 보니 지하철 여성노동자 3명 중 1명이 관리자에게 욕설을 들은 적이 있고, 다수가 안마를 요구받거나 신체 접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매번 상담조차 하기 싫을 정도의 험악한 사건을 접하다 보면 일방적인 원청-하청의 갑질로 볼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많다. 더 큰 문제는 공사 출신 관리자들의 부당한 권한 남용에 대해 자회사에서 적극적인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공사 감사실에 감사 요구를 하더라도 사건이 더디거나 뭉개지는 일이 다반사다.
 
 위계가 뚜렷한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관리자가 하청기업 소속 노동자를 괴롭혀도 제대로 처벌하거나 조치를 취하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위계가 뚜렷한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관리자가 하청기업 소속 노동자를 괴롭혀도 제대로 처벌하거나 조치를 취하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 pixabay

3개월간 지속적으로 괴롭혀

최근의 일이다. 노동조합은 지속·반복해 욕설을 하고 폭언 ·모욕·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는 관리자에 대해 자회사에 징계조치를 요구하였으나, 매번 미루고 미루며 관리자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2023년 2월 업무 수행 중 발목 골절의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하는 요양기간 중 치료를 받으며 휴업을 하였다.

그런데 관리자는 요양 중이던 노동자에게 2023년 4월 문자를 보내 "산재보험 도둑질에 사기꾼 X 그 X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말이야", "3개월 동안 사기치고 말이야. 산재보험 도둑질 해 놓고 나오는 그런걸 맞춰서 해놓은 건 그건 경우가 안 맞아" 등 노동자를 상대로 폭언·욕설·모욕행위를 지속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정된 사건에 대해 관리자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3개월간 요양하는 노동자에게 '산재보험금 도둑질'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비상식적인 행위가 몇 개월간 지속되었다.

분노를 넘어설 정도의 극한 상황에 몰리자 해당 노동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더 큰 강도로 되돌아 올 것 같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노동조합을 통해 관리자에 대한 정식 조사 및 징계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를 하였다. 이 정도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중징계가 가능한데도 경징계에 머문 결과의 배경을 살펴보면 해당 관리자가 공사 출신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

관리 안 되는 원청 출신 관리자로부터 노동자 인권 찾기

앞서 3월 언론 보도를 통해 지하철 2호선을 청소하는 60대 여성 노동자가 2021년 관리직 팀장에게 성추행 당한 일이 폭로되었다. 경찰이 피의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이 사건에 대해서조차 적극적인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얼마 전 시의원이 공사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를 문책하자 자회사는 속도를 붙이는 상황이었는데, 지난 주 검찰에서 정식 재판을 진행하는 구공판 결정이 된 만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관계는 형식적으로 자회사와 이루어져 있지만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지위는 공사가 갖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번 원청이면 영원히 원청이라는 계층 구조가 너무도 엄격한 사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나마 낮은 수위지만 징계가 이루어졌고, 더디지만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또 다시 싸움을 준비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상철 님은 공인노무사이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원청관리자_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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