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북 지역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고와 관련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이 "사고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해병대 수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MBC가 보도했다.
MBC는 23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 처리 관련 보고' 문건을 입수해 임 사단장이 수사에서 "지휘관으로 무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사고 부대가 물에 들어간 것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한다"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MBC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 열렸던 7월 15일과 16일 협조회의에서 지휘관들과 실종자 수색 작전에 대해 토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수색 작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임 사단장과는 엇갈린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색 방법이 위험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변경을 건의한다 해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현장 간부들의 진술도 나왔다. 추가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는 포3 대대장의 의견에도 별도 조치가 없었고, 채 상병이 소속됐던 포7 대대장 이아무개 중령이 "한숨을 쉬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들이 위험할 수도 있는 수색 방법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웠던 데는 사고 전날 임 사단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 사단장은 현장 해병대 복장 통일을 지시하면서, 특히 포병이 비효율적으로 수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선임인 포11 대대장이 "수색작전 성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포병이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라고 관계자들은 진술했다.
보고서에는 "실종자를 찾으면 포상 휴가를 건의할 테니 열심히 수색하라"며 지휘관들이 대원들에게 수색을 독려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사단장은 채 상병이 순직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월 18일 내성천 일대에서 작전지도를 했을 때도 복장 불량 및 경례 태도 미흡 등 장병들의 외적 자세 위주의 지적만 하면서 안전대책에 관한 세부 지침을 하달하지 않았단 것이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이었다.
결국 다음날인 7월 19일 오전 해병대 1사단 예하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하고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 같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을 거쳐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보고한 후 결재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하루 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켰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국방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수사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해 항명혐의로 보직해임된 후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