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30년간 방류하겠다고 하나, 이게 50년 걸릴지 100년 걸릴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인류가 한 번 가본 적 없는 미증유의 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문가는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공동대표와 25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도쿄전력 제공 자료에 의존하는 한국... 방류는 이제 시작일 뿐"
- 일본이 24일 오후 1시로 오염수 방류 시작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참담한데요. 전 인류의 해악을 끼치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이제 우리 모두 방사능 오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핵연료가 녹아내린 노심용융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한 사례가 없거든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사능 오염수 태양 투기가 시작됐다는 건 정말 국제사회와 인류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행위인데 한국 정부가 용인했다는 것이 참담합니다.
또 한덕수 총리가 담화문 발표했잖아요. 근데 담화문 발표 이전에 일본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결정하니 정부가 '과학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찬성이나 지지는 아니다'라고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하더니 방류가 시작되니까 총리가 담화문 발표해서 과도한 걱정을 말라면서 또다시 결국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총리가 국민의 안전을 철저하게 지키겠다면서도 내놓은 조치를 보면, 일본의 오염수 투기를 형식적으로 보는 거나 다름없어요."
- 왜 그렇게 보세요?
"IAEA(국제원자력기구) 현지 사무소에 우리 전문가를 2주에 1회 방문하게 해서 오염수가 안전하게 방류되는지 보겠다고 한 건데, 문제는 IAEA 현지사무소 역할도 오염수 방류 활동을 관찰하거나 지켜보는 것으로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우리측 전문가를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그야말로 참관 수준일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한테 검증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료를 채취할 권한도 없기 때문에 사실 형식적인 것이라 보여요. 또 일본 정부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공개하겠다는 것도 결국 전적으로 도쿄전력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는 것이니, 객관성·안전성을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결국 일본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 일본은 30년간 방류하겠다는데요.
"30년 동안 방류하겠다는 것은 그때까지 원전 폐로를 마치겠다는 얘기인데, 지금 일본 언론에서도 2051년까지 원전 폐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핵연료 잔해와 노심용융한 핵연료를 다 제거할 때 오염수 방류도 종료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원전 폐로 계획도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폐로가 3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일본 안에서도 100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방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 일본은 오염수를 희석해서 내보낸다고 광고합니다.
"삼중수소를 해수와 섞어서 내보낸다는 거잖아요. 다른 63개 핵종은 기준치 이내로 내보낸다는 거고요. 삼중수소는 해수와 희석해도 바다로 나오는 총량에는 변함이 없는 거고, 다른 핵종도 기준치 이내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그게 방사성물질 제로 상태에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핵심은 그거예요.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위험한 핵종이 녹아있는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나올 땐 해양과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까지 올 수 있어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 거죠."
- 일본 또는 방류찬성 측 입장은, 이게 우리가 하루 평균 먹을 수 있는 삼중수소량보다 적다는 겁니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10대 괴담'이라는 카드 뉴스를 냈는데, 가장 기막힌 게 이거예요.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는 리터당 1500배크렐이지만 커피 한 잔에는 4900베크렐, 바나나 한 개에는 6천 베크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능 물질이 더 적다'라 강조하고 있어요.
제가 팩트를 좀 말씀드리면 바나나와 커피에 든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가 아니라 칼륨40으로 천연 방사성 물질이에요. 근데 그런 것도 명확히 안 썼어요. 정부가 그런 뉴스를 국민들에게 배포하려면 출처와 근거 핵종을 분명히 해야 되잖아요. 근데 두루뭉술하게 그만큼 들어있다고 얘기하죠, 하여튼 다시 말씀드리면 바나나 한 개에 들어있는 칼륨40은 15베크렐(출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에요. 커피 한 잔에는 10베크렐(출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칼륨40이 들어 있어요. 이 칼륨40이라는 물질은 우리 몸 안에서 일정한 양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어요. 그러니까 몸이 필요로 한 만큼 섭취하고 농축이 되질 않습니다. 항상성 유지 덕에 얼만큼 바나나를 먹든 상관없이, 몸 안에 들어온 칼륨양은 엄격하게 조절이 돼서 초과된 양은 신속하게 자동 배설이 돼요.
그런데 원전에서 인공적으로 생성된 삼중수소 같은 경우 물의 형태잖아요. 그 삼중수소가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이 삼중수소는 체내에 들어오면 유기물질과 몸 안에 오랜 시간 잔류하면서 내부 피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중수소 피폭은 먹이사슬을 통해서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물질이에요. 이런 삼중수소와 칼륨40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도 맞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오염수 속 삼중수소 말고도 여러 핵종이 있는데 마치 삼중수소만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 스트론튬90 같은 해저에 잘 침전되고 해양 생물에 잘 유입되는 건 전혀 얘기하지 않는 부분도 큰 문제라고 보여요."
"어떻게 문제 없다 단정하나... 식탁 위 피해를 최소화해야"
- 2018년에도 일본의 가나자와, 후쿠시마, 히로사키 3개 대학 연구진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류되면 1년 안에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발표한 적이 있어요. 근데 국민의힘 주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에도 우리 인근 바다에는 문제없었다고 해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될 오염수에는 어떤 핵종이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몰라요. 도쿄 전력이 그런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요. 그리고 IAEA도 지난번 오염수 해양 방류 안전성 검토 때도 오염수 탱크 핵종 분석하지 않았어요. 오염수가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매일 해양으로 방출될 텐데, 한국 해양 생태계에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겠어요. 2011년도에도 문제가 없으니까 지금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게 국민의힘 주장인데, 제가 말씀드리는 건 그 오염수가 이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단정적으로 문제 없다고 말할 수 있냐는 거예요.
미국에 100여 개 해양연구소가 가입한 전미 해양연구소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했는데요. 해양 생태계 영향이나 해양생물 농축 데이터가 부족하고 제대로 된 조사가 없다면서 반대했어요. 태평양도서국 전문가 포럼도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검토하고 IAEA 상대로도 여러 질의응답을 했는데 도쿄전력이 방사성 영향 평가할 때 해양 생태계와 생물에 미치는 영향, 해양 퇴적물의 방사능 농도를 포함하지 않고 평가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해수 방사능 조사를 주로 표층 해수 위주로 있어요. 또 해수부는 한국 연안 방사능 조사를 하는데 2015년~ 2020년까지 연 4회 했어요. 그것도 조사 지점이 23개에서 지금 29개가 되었어요. 해수부도 해저 퇴적물이나 해양 생물에는 연 1회 그렇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스트론튬90처럼 해저에 침전되는 핵종은 해저 물이나 해양생물 조사할 때 검사 대상도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한계가 엄청 있을 수밖에 없는 조사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핵종이 얼마만큼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그게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근데 국민의힘은, '과학을 믿어야지 왜 괴담을 믿냐'고 하잖아요.
"국민의힘은 이런 자료를 토대로 한 얘기, 안전성 문제 제기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잖아요. 국민의 우려와 문제제기를 다 괴담으로 취급하는데, 오히려 그게 국민 안전을 우습게 보는 행태라고 보입니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OECD 국가 중 반대하는 정당이 민주당밖에 없지 않냐고 하던데.
"일본의 주변국 피해가 가장 크니 주변국 입장이 중요한데, 여기서 OECD 국가가 왜 나오죠. 중국도, 러시아도 반대하고 있는데, OECD 운운 예를 드는 건 이들 반대를 무시하기 위한 발언 같아요. 또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한국 국민 85%는 방류 반대하는데 지금 집권 여당과 윤 정부가 찬성하는 거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거죠, 정부가 지금 국민 여론을 대변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 국민들이 오염수 해양 방류에 압도적으로 찬성 한다면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아직 한국 국민의 85%는 방류를 다 반대하고 있는데 '민주당만 반대한다?' 이런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 국민이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핵심이에요."
-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이 불안을 부추긴다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바보예요? 그런 말 자체가 국민 여론을 왜곡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요. 오염수 반대에 있어서 국민을 빼고, 마치 이게 국민의힘과 민주당만의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게 (반대) 85%에 해당하는 국민의 반대를 왜곡하려는 전략이라고 봅니다."
- 지난 인터뷰에선 아직 수산물 먹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세요?
"현재는 규제가 이행되는 상황이고, 방류로 인한 우리나라 수산물의 영향이 당장에 나타나는 건 아니니까 바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위험성은 커진 상황이라고 봐야 되죠. 오늘 방류한 오염수가 당장 우리 바다에 오는 건 아니지만 이제부터 식탁의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 지금이라도 오염수 방류 멈출 방안 있을까요?
"사실 정치적으로는 일본의 의지만 있으면 오염수를 방류하는 걸 멈추고 해결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이 해양 투기를 지금 강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법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효력은, 우리나라가 유엔 해양법 위반으로 제소하는 건데요. 그런데 판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러니 국제 해양 헌법재판소에 판결 전까지 해양 방류를 중단하라는 잠정조치, 가처분 신청으로 제소할 수가 있어요. 근데 모두 (개인이 아니고) 국가만이 할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국민이 포기하지 않고 오염수 해양 방류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내년 총선에서 오염수 방류 찬성한 정치인을 심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정부가 늦게라도 국제 유엔 해양법이나 런던 조약 위반으로 제소할 수 있도록 계속 활동을 해나가야 되죠. 포기하지 않는 게 우리 안전을, 또 인류 공동자산인 바다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