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가 전화가 왔다.
"선배 잠시 얼굴이나 볼 수 있어요?"
이런 전화를 자주 하지 않던 후배지만 오늘은 뭔가 일이 있는 듯하다.
"뭔 일 있는 거는 아니지?"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이런 전화는 뭔 일이 있는 거다. 밥 사준다고 하면 꼭 찾아온다고 말해 놓고 서로 바뻐서 얼굴도 보지 못하던 후배가 갑자기 찾아 온다고 하니 불안하다.
"선배 저 오늘 사표 냈어요."
"엥, 진짜로..."
"이젠 때가 된 것 같아요."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해 주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서로의 마음을 전달한 시간이 꽤나 되어 왔다.
"왜 갑자기 사직서야?"
"음... 한 직장에서 충분히 오래 있었어요. 좋은 직장인데 너무 정체되고 안주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의 남은 넥스트를 좀 더 강화시키고 싶어요."
"때는 되었지. 한 곳에 오래 다니긴 했어. 너가 40초반이니 너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이미 지났지. 그럼 어디 갈 데는 있는 거니?"
"스타트업인데... 제가 지금 하는 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회사에요. 지금 회사의 네임 밸류보다는 떨어지지만 제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고 연봉도 더 많이 주기에 고민하다 선택했어요."
회사 이름을 검색어로 찾아보고 회사의 재무정보를 찾아본다.
"이제 시작하는 회사네. 이 시장도 경쟁이 쉽지는 않은 회사인 듯하네. 그래도 너가 선택했으니 믿고 가야지. 요즘 스타트업이 어려운 시기야. 자금이 부족하고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시절이라 늘 긴장해야 해. 그곳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알지 내 말... 너의 업을 살리되 그곳에 가면 그곳의 노하우들을 꾸준히 공부해 나갔으면 해."
"좀 불안은 했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이젠 도전할 나이가 지난 듯 해서요. 여기 있으면 안전하게 다닐 듯한데 저도 가정을 책임지는 남편으로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와이프도 충분히 저를 믿어 줘서 고맙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의 숙명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키워갈지를 고민한다. 정체된다는 것은 자신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일 수 있으나 성장에 목말라 있는 직원들에게는 도전이 그리워진다.
무엇인가에 도전해야 자신이 새로운 것에 자극을 받고 성장통을 겪으면서 자신의 내공을 높여가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들이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없이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반대로 회사에서의 편안함과 익숙함 속에 자신을 놓아버린 것일 수도 있다.
누구도 스스로의 선택들을 부정할 수 없다. 아파도 자기의 삶이고 행복해도 자신의 삶이다. 개인 삶의 선택들을 단순한 잣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판단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자신이 나아가는 길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그것은 내가 전에 내린 잘못된 선택의 결과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어느 누구도 아닌 나에게 책임이 있다.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위해서 평생토록 나의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내 꿈과 목표를 위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평생 타인의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들러리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1년 동안 당신이 도전했던 일은 무엇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했는가? 이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해왔던 것처럼 계속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정말 심각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넘어가야 한다.
<아주 작은 도전의 힘, 라수진 저>
후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너를 믿어. 너를 너가 안 믿으면 누가 너를 믿어주냐. 너의 인생인데 너가 스스로를 부정하면 너의 인생이 뭐가 돼. 너를 믿어."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다시 후배에게 전화를 건다.
"너의 선택을 믿어. 그냥 잘 될 거라는 걸 믿고 너를 지지해라. 여러 이유를 생각하기 보다 그냥 너를 믿고 가는 거야. 난 너를 믿는다. 그리고 이걸로 끝나는 인생이 아니기에 더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화이팅이다. 난 너를 믿는다!"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니 퇴사하는 후배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내가 믿고 잘 되기를 바라는 후배들은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해 보려는 친구들이다. 진심을 갖고 일에 열정을 태우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어떻게든 잘 되게 도와주고 싶은 감정이 생긴다. 그런 후배들이 고민할 때면 곁에서 그들의 마음을 같이 공감하고 싶어진다.
후배의 선택은 선택으로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행동이 있기에 변화가 존재할 것이고 자신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거라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 새로운 회사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움직인다는 것은 넘어지고 다치고 다시 일어나고 도전하고 다시 넘어지는 과정들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걷거나 뛰지 않으면 넘어질 일도 없다. 그런데 어찌 인생을 넘어짐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살아 있고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를 새롭게 하고 가슴을 긴장하게 하며 들뜨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래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어느 때는 쉬기도 하는 것이다. 당신의 가슴을 들뜨게 하라. 누워서 편안함을 찾기보다 움직이며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라. 그것이 당신이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