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냄새를 풍겨서 방귀벌레라고도 불리우는 노린재는 서양에서 참버러지(Ture bug)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각종 식물의 즙을 빨아 먹어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일부는 흡혈을 통해 인류에게 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구린내를 풍기는 냄새샘(Scent gland)은 애벌레 시절에 배 위쪽에 있다가 성충이 되면 뒷다리에 자리잡는다.
노린내를 퍼뜨리는 곤충이지만 정성이 가득한 공예품 알을 낳는다. 가지를 흉내 낸 알덩어리, 항아리를 닮은 알, 마름모꼴 난괴 등등. 알에는 뚜껑의 역할을 하는 부위에 절개선이 있으며 애벌레는 통조림을 따고 나오듯이 부화한다. 깨어난 약충은 빈 알껍질 주변에 한동안 머무르다가 제 갈 길을 간다.
대부분의 노린재는 초식성이나 침노린재 무리와 주둥이노린재 종류는 육식성으로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전자는 식성으로 인하여 많은 수가 해충으로 분류되며 대량 발생하면 여러 식물의 생장을 저해한다. 후자는 뾰족한 주둥이를 사냥감의 몸 속에 꽂은 다음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체액을 녹여서 먹는다.
포식성 노린재는 생물학적 방제 곤충으로 활약하며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노린재는 600여 종이며 이중에서 육식성 노린재는 침노린재과 38종을 포함하여 170여 종이 기록되어 있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노린재의 알공예품에 대해 알아보자.
알따개로 뚜껑을 가르고 세상에 나온다
네점박이노린재는 줄을 맞춰 마름모꼴 알 무더기를 낳는다. 몸 길이는 15mm 정도까지 자라며 4월~11월까지 숲에서 볼 수 있다. 산수라도 할 수 있는지 4열 4행의 팽이 같은 알을 낳는다. 어떻게 보면 아이스크림에 쵸코 시럽을 동그랗게 묻혀 놓은 것 같다.
칙칙한 몸 색깔이 보호색 역할을 하는 썩덩나무노린재는 수피에 붙어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썩덩'이란 썩어가는 나무껍질이나 등걸을 뜻한다. 먹이식물이 여러 종이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나 대개 콩과 식물에서 관찰할 수 있다. 때로는 귤이나 사과나무에도 꼬여 즙을 빨아먹고 살므로 대량발생하면 농가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삼각형 모양의 검은색 알따개가 달린 하얀 알 무더기를 30여 개 낳는다. 몸 길이는 약 17mm 정도이며 암놈은 일생 동안 최대 4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에 흔하게 서식하는 종이지만 1998년 부터 미국과 튀르키예 등지로 퍼져나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갈변화방귀벌레(Brown marmorated stink bug)라고 부른다. 아직까지는 천적이 없기에 알려진 것만 100여 종의 식물(대두, 토마토, 사과, 옥수수, 배, 살구 등)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으며 상품성을 훼손시킨다.
2011년에는 독일에서도 처음 목격 되었고 이어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포루투칼,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침투한 상태다. 2021년 가디언(Guardian)지의 기사에 따르면 튀르키예에 상륙한 썩덩나무노린재는 전세계 헤이즐넛 공급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농작물의 즙액을 빨아먹어 생장을 저해한다
꿀단지 같은 알을 줄지어 낳는 갈색날개노린재도 각종 과일의 즙을 빨아먹어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어른벌레로 겨울을 넘기며 3월~11월까지 볼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유실수는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검은색 반점이 생기면서 두드러기처럼 표면이 변하고 속은 스펀지화 된다.
깜보라노린재의 알은 옆에서 보면 말미잘처럼 생겼다. 마지막 허물을 벗으면 연한 주황색의 몸매에서 검보랏빛 광택이 도는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몸 길이는 10mm 정도이며 4월~11월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동한다. 특히나 약용작물인 오미자의 즙액을 빨아먹어 피해를 입힌다.
고추의 매운 맛을 좋아하는 꽈리허리노린재는 주황색 조약돌 같은 알을 낳는다. 고추를 비롯하여 토마토와 구기자, 감자, 파프리카 같은 가지과 식물에 대량 발생하고는 한다. 알려진 것만 2800여 종의 식물에서 볼 수 있으며 고구마와 같은 메꽃과 식물에도 꼬이므로 농가의 미움을 받는다.
초식성 노린재가 창궐하면 뒤를 이어 포식성 천적이 나타나 생태계의 평형을 유지한다. 기생벌과 기생파리, 거미 등이다. 같은 동족으로서 침노린재 무리와 주둥이노린재도 빼놓을 수 없다.
갈색주둥이노린재 알은 주변을 따라 하얀색의 털이 원형으로 나 있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처럼 보이기도 한다. 찌르는 두터운 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밭고랑 같은 홈이 직선으로 나 있으며 3단으로 접을 수 있다. 기찻길 역할을 하는 홈을 타고 바늘처럼 보이는 침이 나와 사냥감의 체액을 빨아들인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추후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게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