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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가 작성한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3대사건도 필요에 따라서는 군사법원에서 기소하고 재판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반드시 작성자를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가 작성한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3대사건도 필요에 따라서는 군사법원에서 기소하고 재판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반드시 작성자를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도균
 
모든 일은 부재중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 2일 오후 2시쯤 의뢰인과 상담을 하던 김경호 변호사(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는 걸려 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건 전화였다. 상담을 마친 김 변호사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웬일인지 박 대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십여년 전 육·해·공군 영관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합동·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하는 합동군사대학교에서 인연을 맺었다. 군사법 교관이었던 김 변호사의 군사법 강의를 박 대령이 수강했는데, 당시 마침 계급도 소령으로 같고 나이도 같았던 두 사람은 이 인연으로 그때부터 친구로 지내왔다.

여러 번의 통화 시도에도 박 대령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SBS 뉴스는 박정훈 대령의 수사단장 보직해임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걱정이 된 김 변호사는 이곳저곳 전화를 돌려봤지만, 자세한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밤늦게 한 군인으로부터 '자세한 내막은 말 못하지만, 박 대령이 보직해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통해 해병대 사령부에 대기상태로 있던 박 대령과 통화가 이루어졌다. 박 대령의 첫 마디는 "나 좀 도와주라"였다. 대전에서 해병대 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화성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김 변호사는 그길로 박 대령의 변론을 맡았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경호 변호사는 "군내 3대범죄(성폭력, 군인 등의 사망 사건이 되는 범죄, 입대 전 범죄)를 민간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는 변사자인 고 채 상병에 대한 사망원인과 범죄원인에 대한 '내사' 권한이 있고, 정식 '입건' 권한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내사 후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른 경찰 이첩의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든 해병대 사령관이든 내사 내용에 더하거나 뺄 권한도,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도 없는데 법률과 대통령령에 위반해 권한도 없이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정책실에서 박정훈 대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작성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에 대해서는 "결코 만들어서는 안 되는 문서를 국방부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3대 사건도 필요에 따라서는 군사법원에서 기소하고 재판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작성자를 반드시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김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서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왜 문제냐 하면"
 
 고 채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2023.7.22
고 채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2023.7.22 ⓒ 연합뉴스

-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취지를 설명해 달라.

"3대 범죄, 특히 과거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수사 관행상 책임을 져야 할 고위지휘관들을 빼버리고 말단 부하들만 책임지게 하니 의문사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었다. 원래 사건 크기가 100이었다면 여기서 '차 떼고 포 떼버리면' 크기가 20~30으로 축소돼 버리는 것이 군의 관행이었다. 군사경찰 수사관들 계급이 상사 아니면 원사인데 이들이 여단장, 사단장을 단독으로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겠나. 그래도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된 사건일 경우엔 고위 지휘관을 징계 정도 할 수 있었지만 형사 책임을 물린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경찰이 수사하게 됐으니 사단장이라도 만약 책임이 있다면 형사 처벌할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장군들에게는 이제 큰 충격일 것이다."

- 일각에서는 병사 한 명이 사망했는데, 8명의 지휘관들에게 형사 책임을 지게 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을 한다.

"원칙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 반드시 리더나 대표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왜 예외냐 하면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현장에 나타났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현장에 와서 지시를 했는데, 이 지시가 문제인 거다. 사단장 지시를 통해 부하들이 움직였다. 그러면 지시에 수반해서 반드시 안전에 대한 조치 의무 역시 이행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호우 경보가 내려서 비가 퍼붓고, 산사태로 사람들이 죽었는데, 수색 방식을 기존 1열식에서 바둑판식으로 변경해 병사들에게 아무런 안전 장구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말이 되는가."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9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해병대 예비역과 예비역 가족들이 9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 주최로 열린 ’고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촉구 및 해병대수사단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수립, 지휘 책임자 처벌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명예 회복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비롯해 8명에 대해 '인지통보서'의 양식에 따라 죄명을 적시한 것과 관련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업무상과실'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나 해병대 수사단은 무리하게 범죄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후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사인이 밝혀지고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엔 군사경찰이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입건도 하지 말고 지체 없이 바로 민간 경찰청으로 그 기록을 송부하도록 되어 있다.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입건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범죄구성 요건인 인과관계를 밝히는 건 입건 이후 단계인 수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정된 군사법원법 취지는 변사자 처리 지침에 따라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누구에게 과실이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하면 바로 지체 없이 경찰로 넘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인과관계까지 살펴야 했다'고 주장하는 건 수사를 하라는 얘기 아닌가. 정신 나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개정 군사법원법 제2조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 또 국방부는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법에 따라 필요시에 3대 이관범죄를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군에서 수사 및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안보나 군사기밀과 전혀 무관하여 그 적용이 전혀 없다. 명백히 위헌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문건 작성자와 결재 및 배포한 자를 고발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채 상병 사건처럼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지만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종전과 같이 군에서 수사하지 못하고 민간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한 3대 사건이 있다. 그 근거 규정은 군사법원법 제2조와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다. 국방부 주장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군사법원법도 위반하고, 수사절차 규정인 대통령의 명령도 위반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이런 사고를 한 군법무관과 공무원은 즉각 파면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아깝다."

"국방부 장관 훈령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부인하는 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3.9.18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3.9.18 ⓒ 남소연
 
-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혐의가 불분명한 경우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않고 보내는 것도 법의 취지상 가능하다"고 했고, 법령상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에 기록만 송부해서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첩서류 형식 등을 규정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 명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군사법경찰관은 영 제7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5호서식의 인지통보서를 작성하여 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송부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인지통보서 양식에는 죄명과 범죄사실을 적시하게 되어 있고, 그 권한은 수사단장 서명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훈령까지 만들어서 적으라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그걸 빼라고 하면 말이 되는가. 국방부 장관 자신이 훈령으로 명령한 내용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통해 부인하는 꼴이다."

-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을 재검토했던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은 채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는데, 이후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최초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판단했다. 임 사단장은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강물의 위험성을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안전에 관한 조치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 합참은 단편명령으로 호우피해복구 작전을 총괄하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가 해병1사단 소속 제2신속기동부대를 8월 17일 오전 10시부로 '작전통제' 하도록 지시했다. 합참 명령 이후 임 사단장은 비록 자기 부하들이지만 실종자 수색 작전에 관한 지시를 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부하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최근 '추석 연휴에 한번은 생각해 보아야 할, 우리 군에 던져진 굵직한 주제들'이란 글을 통해 채 상병 사건 당시 간부들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군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초급 간부는 항상 위험한 자리에 먼저 가고 가장 나중에 나와야 한다. 초급 간부라면 이걸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땅에서 제일 멀고, 강물에선 중심에 가장 가까운 위험한 곳에 고 채 상병을 세웠다. 관련 기록을 보니 물에 휩쓸렸던 5명 중 2명은 스스로 헤엄쳐서 나왔고, 허우적거리던 2명은 중사 혼자 구했다. 그런데 채 상병은 구하지 못한 거다. 나머지 간부들이 뭐라도 들고 들어갔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 이 사건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임 사단장이 무리한 지시를 했고, 간부들은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사단장 지시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따르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아무도 '구명의'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아예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사단장도, 대대장도,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구명의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7월 18일 오후 10시까지 호우경보가 내려있었고, 강수량이 평소보다 3배나 많았는데, 누가 봐도 구명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단에는 구명의가 3천벌 이상 있었는데, 2시간 반이면 예천까지 도착했을 텐데 아무도 그 생각을 못했다. 당시 임 사단장의 지시가 있었다면 바로 조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봤던 어떤 관련 기록에도 구명의 얘기가 없었다. 아무도 구명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게 정말 이상하다."

#김경호 변호사#채 상병#군사법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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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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