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을 갔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구호 중 하나가 '오늘 롯데가 승리한다, 롯데!'다. 또 가장 많이 부르는 응원가 중 하나는 '오, 최강 롯데'다. '오, 샹젤리제'의 멜로디에 맞춰 개사한 곡인데 가사가 '오~ 최강롯데, 오~ 최강롯데,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우리 모두 최강 롯데 자이언츠'다.
뭐 비단 이 노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응원가에 '최강 롯데'는 꼭 넣어야 하는 문구처럼 촘촘히 들어가 있다. 이기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지고 있을 때 '오늘 롯데가 승리한다, 롯데!' 구호를 외치면 팬인 나조차 뻘쭘해질 때가 있다.
응원단의 리드에 맞춰 응원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는 하지만, 부르는 나조차 그 가사를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가사를 입으로 내뱉는 것이 과연 응원일까.
응원가에서 느껴지는 부모의 마음
직관 갔을 때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강 롯데 응원가를 부른 후 딸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니, 응원 단장은 지금 롯데가 정말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 말이!"
딸은 자기 생각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집에서 야구를 볼 때도 크게 지고 있을 때 저 구호나 응원가가 울려 퍼지면, '아이고, 직관 팬들 고생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올해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 직관을 갔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 거의 질 게 확실해 보이는데 선수들은 사력을 다한다. 열심히 뛴다. 설령 정말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비록 지금은 못하지만 잘할 수 있어. 왜냐, 넌 최강이니까'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남들은 다 아니라고 해도 팬들만은 맞다고 우기는 마음. 뭐야, 이건 흡사 부모의 마음이다. 남들이 다 우리 자식 별로라고 해도 '그래도 우리 애는 잘할 수 있어요'라고 믿어주는 든든한 부모의 믿음. 에디슨의 엄마가 그랬다지 아마.
어느 날, 직관 중에 응원하던 딸이 물었다.
"엄마, 롯데는 '최강'이잖아. 다른 팀들은 뭐야? 최고?"
"어, 그러게. 다른 팀들은 자기 팀을 뭐라고 하지?"
난 남편에게 질문을 넘겼다.
"글쎄. LG는 무적 LG인데 다른 팀들은 딱 떠오르지가 않네?"
그러다 우연히 한화 팬의 응원을 들었는데 어머나. 한화도 '최강 한화'다. 응원하는 박자도 롯데와 똑같다. "최! 강! 한! 화!" 하고 하나씩 끊어 말하는 거 하며, 말하면서 배를 앞으로 내미는 거 하며.
이런. 기아도 최강이다. 기아 응원곡을 보니 거의 모든 곡에 '최강 기아'가 들어간다. 두산도 그렇다. 유희관 유튜브 채널을 보니 '최강 두산' 노래를 부르며 두산을 응원한다.
'최강'의 인기가 이리도 대단하다니. 검색해 보니 KBO 총 10개 구단 중 무려 5개 구단(기아, 두산, 롯데, 삼성, 한화)이 자신의 팀을 '최강'이라고 수식하고 있다. LG는 '무적', 나머지 키움, NC, KT, SSG는 확실히 정해진 수식어는 없고 지역 이름이나 '우리, 승리, 사랑' 등을 많이 사용했다.
'뭐야, 다들 비슷하잖아. 내가 '최강' 말고 다른 엄청난 단어를 생각해내고 말겠어.'
지고 있을 때 더 필요한 응원가
난 며칠 동안 '최강'에 버금갈 만한 단어를 생각했다. 다른 수식어를 찾아서 롯데의 조지훈 응원단장에게 알려줄 것처럼 열심히 생각했다.
막강. 최상. 최고. 끝판왕. 쎈. 슈퍼파워. 이런. 모두 '최강'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강'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강한 기운과 두음절로 딱 끊어지는 깔끔함이 좋다. 많은 구단이 '최강'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그래, 좋은 건 나눠 써야지. 생각해 보니, 하물며 JTBC에서 하는 야구 예능 이름도 '최강야구'다.
모두 자기 팀을 '최강'이라고 한다. 지고 있을 때라도 팬들은 '넌 최강이야!'라고 말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우리 팀만 지고 있을 때 최강이 들어가는 응원가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사실 최강 운운하는 응원가는 지고 있을 때 더 불러야 한다. 아이가 의기소침할 때 부모의 지지와 응원이 더 필요한 것처럼.
결과와 상관없이 노력하는 태도에 박수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가을 야구를 못 가게 된 롯데 자이언츠에게도, 아이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