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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담당 편집기자로 일하며 더 좋은 제목이 없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더 돋보이게 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편집기자의 도움 없이도 '죽이는 제목'을 뽑을 수 있도록 사심 담아 쓰는 본격 제목 에세이. [편집자말]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OpenAI가 개발한 언어 모델 기반 챗봇 ChatGPT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OpenAI가 개발한 언어 모델 기반 챗봇 ChatGPT ⓒ 연합뉴스

출판사에서 한 권의 책을 낼 때, 편집자와 작가는 파트너가 된다. 편집자는 작가의 글을 전담하고, 작가는 때때로 편집자에게 의지한다. 글은 결국 작가가 쓰는 것이라 해도 책을 내기까지 편집자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하다(직접 출간하는 경우는 또 다르지만). 그렇다면 편집기자인 내 글은 누가 볼까? 당연한 말이지만 편집기자가 본다. 그 선배가 지난봄에 말했다. 

"지난번에 업계 동향을 살피느라 챗GPT에 제목을 뽑아보라고 기사 핵심 단락 몇 개를 집어넣었더니 무난하게 뽑긴 하던데 약간 미국 매체 스타일이더라구요. 그래서 밥벌이 걱정 안 해도 되겠단 생각을... 그래서 말인데, AI의 제목을 기사 소재로 한번 써보면 어떨까?"

그로부터 6개월도 넘게 지나서 챗GPT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 어느 주말, 인공지능(AI)에게 말을 걸어봤다. '직장에서 거절하는 법'을 다룬 글의 한 단락을 넣어주고 제목을 뽑아달라고 했다. '자아를 찾는 여정', '자유롭게 결정하는 법', '강한 나로 변화하기 위한 첫걸음' 같은 제목들이 나열되었다. 선배가 말한 '약간 미국 매체 스타일'이 뭔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명사형으로 끝나는 문장을 좀 더 구체적인 동사형으로 바꿔 달라고 해봤다. '거절을 통해 내 의견을 표현하다', '거절로 나의 삶을 디자인하다', '거절의 용기를 가지다'로 바꿔주었다. 노력은 가상하다만, 
쓸 만한 제목이 없었다. 순간,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면 더 임무 수행을 잘한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났다. 나는 즉시, 역할을 부여해봤다. 

"너는 시민들이 쓰는 글을 편집하는 편집기자야. 편집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뭔 것 같아?"

AI 편집기자의 답변은 길었지만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 이해와 공감(글쓴이의 의도와 메시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 존중과 배려(각각의 의견과 관점에 대해 존중하고,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어야), ▲ 정확성과 신뢰성(편집기자는 사실 확인과 정확성에 큰 주의를 기울여야), ▲ 객관적인 판단력(문맥, 문법, 스타일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글을 수정하거나 개선하는 작업), ▲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능력(편집 작업은 작가와 혹은 기사 작성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필요).

이거 봐라? 꽤 그럴듯한 내용이었다. 신뢰도가 1정도 상승했다. 이번에는 "제목에 대해 시민기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뭘까?"라고 물었다. AI 편집기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내용을 보여줬다.

▲ 흥미로운 제목(자신의 글이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유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 명확한 내용 전달(글의 제목이 내용과 일치하며,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 감정과 호소력(글의 제목이 감정과 호소력을 담아내는지 여부를 궁금해한다), ▲ 짧고 간결한 형식(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작성된 제목에 관심을 갖는다), ▲ 창작성과 참신함(독특하거나 예상치 못한 접근 방식 및 아이디어가 담겨있는 독창적인 제목은 높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

AI 편집기자와 대화, 갑자기 찐동료가 생긴 기분

굉장히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필요한 내용 정도는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중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제목'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사례를 알려달라고 물었다. AI 편집기자는 '감정에 호소하는 제목은 독자의 감정적인 반응을 자극하여 글을 읽게 만들고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서 아래와 같은 제목을 보여줬다.


"눈물 쏟게 하는 이야기"
"가슴 벅차오르는 소식, 세상을 움직이다"
"화제의 인터뷰: 그녀의 용기와 열정에 감동받다"
"절규하며 소리치는 현실,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펼쳐진 인간 드라마"


이건 좀 실망이다. 신뢰도가 마이너스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런 제목으로 요즘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인간을 너무 얕본 거 아닐까? 하지만 '화제의 인터뷰'랄지, '드라마', '벌어진 일들', '일어난 일들' 같은 말들은 제목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말들이긴 했다. 

이번에는 AI 편집기자에게 '좋은 제목은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AI 편집기자는 '독자의 관심을 끌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글의 핵심 내용과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정의하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나열했다. 

▲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고 핵심을 집중), ▲ 독자의 호기심과 관련성(독자들이 주제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단어, 문구 또는 질문 등을 사용하여 호기심을 자극), ▲ 가치와 유익한 정보 전달(제목이 글의 가치와 유익한 정보를 잘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어떤 혜택이나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암시), ▲ 창조적이고 원래성 있는 접근(일반적인 표현보다는 창조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다뤄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인상을 줌), ▲ 감정적인 연결과 공감(긍정적인 감정이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여 독자들과 감정적인 연결을 만듬).

내용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내가 '제목의 이해'에서 다뤘던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있다는 데 일단 놀랐다. 편집기자로 일한 지 20년 만에 이런 글을 써볼 마음을 먹었던 걸 생각하면, AI 편집기자는 단 몇 분 만에 목차에 가까운 내용을 정리해 준 셈이니까. 갑자기 찐동료가 생긴 기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이날 예정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AI 편집기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제목의 특징이 있는지, 있다면 20대들이 좋아하는 제목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40, 50대들은 또 어떤 제목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편집기자가 좋은 제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AI 편집기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공부하고 개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사 헤드라인 작성 기법(효과적인 기사 헤드라인 작성에 대한 기법과 원칙을 학습, 예를 들어,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 구성, 호기심 유발, 감정적 연결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제목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 독자 타깃팅(각각의 기사나 주제에 맞는 독자 그룹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관심사와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 ▲ 창의적 사고와 문장 구조(창의적인 사고와 다양한 문장 구조를 개발하는 것은 좋은 제목 작성에 큰 도움이 됨), ▲ 시각 디자인 및 타이포그래피(잘 디자인된 시각적 요소와 타이포그래피는 제목의 가시성과 인상력을 높여줌) 등.

구체적이지 않은, 한계가 명확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건 AI 편집기자도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후배 편집기자들에게 알려 줄 제목 팁이 있다면 뭘까?'라고 묻자 AI 편집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 핵심을 강조(제목은 기사의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후배 편집기자들에게 핵심 포인트를 파악하고 그것을 강조하는 제목 작성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 호응할 수 있는 언어 사용(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는 언어와 용어를 사용해야), ▲ 긍정적인 감정과 호기심 유발(긍정적인 감정과 호기심은 독자의 관심을 끌고 기사를 읽도록 유도합니다. 그것을 유발하는 단어, 문구, 질문 등의 활용 방법에 대해 안내해 주세요), ▲ 타깃 독자 그룹 고려(타깃 독자 그룹 분석 및 이해,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와 욕구에 부합하는 제목 작성 방법론을 가르쳐 주세요), ▲ 실험과 개선(다양한 접근 방식 시도하고 결과를 평가하여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습관을 가지도록 격려해 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내용은 경험이 많으신 20년 차 편집기자님의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추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경험에서 나온 팁이나 예시를 함께 공유하여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면 더욱 도움이 됩니다."

AI 편집기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AI 편집기자에게 제목을 뽑는 일을 맡길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론은 빠삭한데 실무감각은 부족하달까.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AI 편집기자에게 제목을 뽑는 일을 맡길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론은 빠삭한데 실무감각은 부족하달까.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 픽사베이

이제 결론이다. 다행히 나도 AI 편집기자에게 제목을 뽑는 일을 맡길 일은 없을 것 같다. 선배 말마따나 아직은 밥벌이 걱정 안 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론은 빠삭한데 실무감각은 부족하달까.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에 구체성이 한참 떨어진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우리 말을 매일 다루는 사람으로서, 한국어는 말맛이 정말 다채롭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곤 하는데, AI 편집기자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만, AI 편집기자에게 얻은 팁도 없진 않다.

편집기자의 일 뿐만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경험에서 나온 팁이나 예시를 함께 공유하여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부터도 그랬다. '후배 편집기자들에게 알려 줄 제목 팁'으로 조언한 '실험과 개선'은 당장이라도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재미삼아 20년 차 편집기자이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당신이 아직도 편집기자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열정과 즐거움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정은 당신의 작품에서 느껴지며, 독자들에게 영감과 인사이트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당신의 글쓰기 기술과 편집력은 매체와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업물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감성과 예술성을 담아내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직까지도 이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당신의 작업물에서는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지며, 그것이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너, 뭐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약간 뭉클했다. AI 편집기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

#제목의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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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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