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고립이라는 걸 어떤 '결과'로 보거든요? 살아오면서 내가 경험한 것, 혹은 내게 부재했던 경험들이 고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배경에 좀 더 집중해서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 사회적인 지원은 무엇이 있을지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난 13일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아래 광주청년넷)와 광주청년센터가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다시, 봄' 11월 이야기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월례 포럼을 진행했다.
광주청년넷은 광주지역 청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목소리 내는 광주의 민간 청년단체로, 2016년부터 청년정책 관련 현안대응 사업, 캠페인 사업, 강연 사업, 의견수렴, 거버넌스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청년넷이 진행하는 '청년 다시, 봄 월례포럼'은 청년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광주청년넷은 "이번 월례포럼에서는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의 저자 안예슬 작가를 모시고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눈다"며 "안 작가의 저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고립의 문제를 청년,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안 작가는 고립을 경험한 바 있는 여성 청년 10명의 인터뷰를 묶어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모색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진행된 포럼에 연사로 나선 안예슬 작가는 두 시기에 걸쳐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두 시기는 안 작가에게 '풀타임 임금노동의 공백기'에 해당했다.
안예슬 작가는 "개인적인 고립 경험이 고립 청년에 대한 연구를 하고 당사자들을 인터뷰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됐다"며 "제가 만난 여성 청년들은 취업 시점을 자신의 고립이 끝난 시기로 평가했다. 임금노동의 공백기(실업)와 고립이 연결점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과정에서 불안정 노동에도 젠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안정적 노동시장을 경험하는 집단에 속할 확률이 21% 낮았다. 불안정형에 속할 확률이 1.18배 높았다. 일자리 문제에서 여성 청년들이 갖는 불리한 위치는 그들의 고립 문제를 파악할 때에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안 작가는 또 "이번에 인터뷰한 여성 청년 10명 중 7명은 단 한 번도 안정적인 일자리에 속한 적이 없었다"며 "실업 자체보다 불안정 노동이 갖는 고립과의 밀접성이 더 컸다. 여성 청년들은 불안정 노동을 반복하면서도 일터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대단히 막막하게 느껴진다"며 "자조모임처럼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정책에 대해 여러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가장 먼저 가볼 만한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인터뷰 참여자들은 모두 고립의 끝을 경험했지만, 실업이나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 단절과 같은 사건 혹은 정신적 어려움으로 인해 다시 고립될 수 있다"며 "이게 계속 반복되면 이것은 그 당사자에게는 단순한 반복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