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월부터 수문을 전면 개방한 세종보에 다시 물을 채운다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류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서식지가 파괴돼 금강 권역에서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보 상류에 위치한 장남평야와 합강습지에 찾아오는 큰고니 등 철새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수달 서식처도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5일 금강유역환경포럼 세종위원회가 세종시 새롬종합복지센터에서 주최한 '2023 금강포럼'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금강, 보호종 서식처 보존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황성아 세종환경운동연합 대표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의 발제자들은 한결같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보 재가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세금 들인 미호종개 복원지를 수장시키면 안 된다"
첫 발제자인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소장은 '금강의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보호 전략'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흰수마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류로 물의 흐름이 있고 이물질이 없는 모래 속에 숨어사는 물고기이다. 따라서 4대강사업 때 금강에 세워진 3개 보의 수문을 전면개방한 뒤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한 2019년 이후부터 발견됐다.
성 소장은 "4대강사업 이후 모습을 감췄던 흰수마자가 세종, 공주, 청양, 부여 등 금강 본류와 정안천, 유구천의 최하류와 일부 지천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세종시의 경우는 미호강과 금강의 합수부인 합강습지 모래톱 지역과 세종보 직하류인 학나래교 일대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1984년 미호강의 모래여울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미호종개도 흰수마자와 마찬가지로 가는 모래 속에 살면서 수서곤충들을 잡아먹는 멸종위기 1급 어류이며 천연기념물이다. 펄에서 사는 미꾸라지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이물질이 없는 모래여울에 살기에 세종보 수문이 닫혀 강바닥이 펄층으로 뒤덮였을 때는 세종보 상류 구간에서 거의 사라졌던 종이다. 하지만 최근에도 합강습지에서 살고 있는 다량의 미호종개 개체군이 발견된 바 있다.
성 소장은 "지난 9월부터 공주보 담수로 인해 제가 처음 금강의 흰수마자를 확인했던 학나래교 쪽까지 물이 차올라 펄이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세종보가 가동된다면 지난해와 올해 멸종위기종 복원 차원에서 인공 증식한 미호종개를 수천 마리 방류하기도 했던 복원지가 수몰된다, 단순 서식지가 아니라 국민 세금을 투입해 연구가 진행되는 복원지가 훼손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성 소장은 이어 "두 어류가 상류나 지천으로 올라가서 새 서식처를 마련하는 것은 아닐까? 또 낙동강 등 다른 지역의 흰수마자를 방류해 복원을 하는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상류나 지천으로 올라가는 것은 각종 보에 가로막혀 있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낙동강 일부 지역에서도 흰수마자가 발견되고 있는데 금강 흰수마자와는 다른 DNA를 가진 집단"이라고 말했다.
"4대강 보 수문개방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철새들"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의 조류보호종 서식 현황과 보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처장은 이날 2015년부터 진행한 세종시 합강리와 장남평야의 겨울 철새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현 정부의 세종보 담수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우선 이 처장이 제시한 아래 합성 사진은 장남평야의 과거와 현재이다. 과거에는 평야라는 이름에 걸맞게 너른 들판이었지만,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현재는 녹색으로 색칠된 부분만 남아있다.
이 처장은 "제가 지난 96년에 이곳에 왔을 때에 100여 종의 조류를 발견했다"면서 "이렇게 들판이 쪼그라들었지만, 우리나라를 통틀어서 하루에 100여 종의 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이 이곳에서 확인한 법정보호종 조류만도 38종에 달한다. 인근에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합강습지가 있고, 육상생태계인 전월산과 원수산이 있다. 장남평야는 이곳 야생동물들의 먹이 공급처로 자리매김해 왔다. 따라서 좁은 공간이지만,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처장이 이어 제시한 표는 합강습지 인근의 철새 등 조류의 증감 추세를 보여주는 모니터링 자료이다.
조류 증가 추세는 2018년부터 가파른 곡선을 보이고 있다. 세종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하면서부터였다. 특히 큰고니의 경우 2018년에 9마리 관찰됐는데, 지난해에 42마리, 올해엔 62마리로 늘어났다.
이 처장은 "현재의 금강 평균 수심은 80cm인데 세종보의 높이는 4m"라면서 "큰고니 등 대부분 철새는 수심이 낮아야만 걸어 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데, 수문을 닫는다면 이곳의 조류 개체군은 2018년 수문 개방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처장은 "4대강사업 이후 감소했던 조류가 수문개방 이후 증가했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기 때문에 지난 정권에서 결정한 세종보 해체 결정의 정당성이 확보됐다"면서 "멸종위기종 등 법정보호종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합강습지와 장남 들판을 연계해서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 세종보 구간 10km 거리에 수달 흔적 30여 곳
이날 마지막 발제자인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주제는 '금강 수달 서식지 보전방안'이었다. 박 처장은 "먹이 활동 등을 통해 다른 동물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없으면 그 지역의 생태계가 무너진다"면서 금강 유역의 세종시 구간 10km 정도의 수달 서식지를 10여 차례 모니터링 한 결과표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30여 지점에서 수달 배설물과 굴, 발자국 등의 흔적을 발견했다. 본류와 인근 지천에서 실제 수달을 발견하기도 했다.
박 처장은 "수달의 활동 반경은 7~15km에 달하기에 이 지역에서 몇 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개체가 산다는 것은 확인됐다"면서 "수달이 털을 말리거나 배설할 수 있는 자갈톱이나 모래톱, 굴을 파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초지 등이 물가로부터 1~2m 안에 골고루 조성돼 있어야 하는데, 세종보 개방 이후에 수달의 서식 공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박 처장은 "세종보 수문을 닫을 경우, 유속이 느려지면서 합강습지까지 펄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 수달은 발바닥에 이물질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펄밭에서는 살지 않는다"면서 "최상위 포식자의 부재는 이곳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처장은 "수달 서식지 보호를 위해서라도 세종보 재가동은 막아야 한다"면서 "오는 27일부터 한국수달네트워크에서 '전국 수달 시민 동시 조사'에 세종시민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홍보 활동을 통해 수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들의 친수 공간을 확보하는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