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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서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서울 송파·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아파트 값을 띄우기 위해 경제 언론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황인데도 이들 언론은 '전세가격이 오른다'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공급부족'이 우려된다며 은연 중에 '영끌'을 부추기고, 사업에 실패한 건설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규제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근거도 부실하고, 자유시장경제 원리와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 주장들이다.
 
'전셋값 오를 것' 바람잡는 경제 언론들, "갭투기 부추기는 것"

 
 <매일경제>의 11월 27일자 보도(12월 서울·인천 아파트 입주물량 '0건'…전셋값 더 뛰겠네)
<매일경제>의 11월 27일자 보도(12월 서울·인천 아파트 입주물량 '0건'…전셋값 더 뛰겠네) ⓒ 매일경제
 
최근 경제 언론들의 부동산 기사는 전셋값 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의 주장은 아파트 매매 시장은 얼어붙고, 입주 물량은 거의 없으니,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논리다.

<매일경제>의 11월 27일자 보도(12월 서울·인천 아파트 입주물량 '0건'…전셋값 더 뛰겠네)는 "공급 부족은 가뜩이나 매매수요의 전세 전환에 따라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와중에 서울의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도 비슷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우려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 역시 전셋값 상승을 걱정했다.

이런 기사에선 중요한 사실 두 가지가 간과됐다.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은 긴밀한 상관성이 있으며, 매매 가격이 하락하면 전세 가격도 추세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세 수요 증감에 따라 일시적인 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매매가격이 계속 하락하는데, 전세 가격이 마냥 높아지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전세사기'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입주 물량이 적다고 해서 임대 시장 물건이 부족해진다는 예측도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 거주 의무기간이 적용돼 입주 물량이 임대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이런 제한이 없어도 입주 물량이 대거 임대수요로 전환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임대시장 가격 예측에 필수적인 지역별 전월세 수요 공급 현황 등 기초적인 통계조차 해당 기사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매매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다보니, 전세값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갭투기를 유도하는 형태의 낚시 기사들"이라며 "매매가와 전세 가격 차이가 줄어드니까, 갭투기자들을 통해 현재 아파트 가격을 떠받쳐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형아파트 유망'이라던 한국경제, 분양단지 일일이 소개하며 '사라'

유망한 아파트 면적을 찍어주면서 은근슬쩍 아파트 분양을 선전하는 기사도 있다. 지난 11월 30일<한국경제> 보도("작은 아파트가 맵네"…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2배 껑충')는 '전용면적 60㎡ 이하 큰 인기, 당장 사라'라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형 아파트가 인기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라고 평가할 순 없다.
 
 지난 11월 30일<한국경제> 보도("작은 아파트가 맵네"…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2배 껑충')
지난 11월 30일<한국경제> 보도("작은 아파트가 맵네"…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2배 껑충') ⓒ 한국경제
 
그러면서 이 기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이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명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전용 59㎡ 물량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독자들이 보기 좋게 해당 아파트 단지들을 그래픽으로 만드는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기사인지, 분양 광고인지 헷갈린다.

한동안 잠잠하던 '공급부족'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 분양평가회사가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는 자료를 내자, <한국경제>, <이데일리>, <아주경제> 등 경제 언론들이 일제히 받아썼다. MBC도 이를 스트레이트 처리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분양평가회사가 낸 자료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단순 집계한 자료임에도 많은 언론사들이 받아썼다는 점은 곱씹어 봐야 한다.
  
또 공급부족 가스라이팅?

이들 경제 언론들은 지난 수년간 '공급부족=집값상승'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지금도 '공급부족'이라고 하면 연관어처럼 '집값 상승'을 떠올리는 국민들도 많다. 해당 기사들의 본문을 살펴보면, 집값 상승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영끌' 분위기를 띄우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을 위한 대변인 노릇도 자처했다. <매일경제>는 11월 25일자 보도(1만 채 넘은 악성미분양…건설업계 "종부세 배제 기간 늘려달라"), <뉴스1>의 11월 24일자 보도('악성 미분양' 1만채에 속 타는 건설사…"종부세 배제 기간 늘려달라")는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사 소유로 돼있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종부세 배제 기간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다. <매일경제>에 등장하는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종료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전면적 재시행이 어렵다면 준공 후 미분양에 한해서라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논리는 자유시장 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 얘기다. '악성미분양' 사태는 건설사들이 분양 수요 예측을 잘못해 사업에 실패한 것이 핵심이다. 자유시장 경제 원리대로라면, 사업에 실패한 무능한 건설사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퇴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가계부채 수준을 경고했는데, 국민들이 빚을 더 내어 집을 사도록 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권 국장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됐다면, 계속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기능에 따른다면 거품이 빠지는 게 필요한 시점인데, 건설사들에게 마냥 혜택만 주고, 소비자들에게 빚을 내도록 하자는 것은 반시장경제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아파트#건설사#부동산#갭투자#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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