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쓴 이가 포승줄에 묶여 등장한다. 이어 두 명의 포졸이 큰 막대를 준비해 올라오더니 의자에 앉은 윤석열 대통령의 다리 사이에 X자로 넣은 후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외친 후 주리를 틀기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함을 지르며 살려달라 외친다.
7일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앞 무대에서 펼쳐진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이날 각각의 지역에서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온 금강과 낙동강 그리고 영산강의 활동가들이 모여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보 철거 투쟁을 벌여 나가기로 결의한 후 이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결성 선언문에서 "10년 넘도록 보에 가로막힌 강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녹조가 창궐하고, 물생명이 떼죽음 당하고, 서식지를 빼앗겨 새들이 떠나가는 것을 우리는 지켜봐야 했다"면서 "반면, 보를 개방한 금강은 수질이 회복되고, 녹조가 사라지고, 생명이 약동하는 것 또한 우리는 눈으로, 몸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보 존치를 주장하고, 보 처리방안과 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무위로 돌렸다"고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간 발전시킨 물 정책을 찰나에 뒤집는 것도 모자라, 우리 강산에 댐을 추가 건설하고 하천을 준설하겠다고 한다"라며 "영주댐을 보라, 4대강을 보라. 댐에 막히고 준설된 강은 생명이 살 수 없고, 녹조가 창궐하는 등 사람과 자연에 재앙을 불러온다. 우리 강산과 국민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 누구를 위해 강에 토목사업 판을 벌인다는 말인가"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날 "이제 금강·낙동강·영산강 87개 시민·환경·종교·민중 단체는, 국민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정책을 뒤집으며 폭거를 휘두르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고, 역행하는 물 정책을 바로잡으려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강은 흘러야 산다. 강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 운운하면서 국민 갈라치기를 중단하고, 강을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물 정책을 세우기 바란다"라며 "우리는 4대강 16개 보를 철거하고 우리 강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에 "첫째, 당장 공주보를 개방하고, 세종보 담수 계획을 철회하라!, 둘째 낙동강 보를 개방하고 녹조 대책을 마련하라! 셋째, 위법적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철회하고,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이행하라! 넷째, 낙동강·한강 보를 개방하고,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라!"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보 철거하라!
환경부 앞에서의 결성식과 집회를 마친 후 이들은 세종보로 향했다. 세종보에서는 지금 환경부 주도로 그간 줄곧 개방돼 있었던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동안 바닥에 눕혀져 있었던 수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이곳의 강물도 막아세우려 하는 것이다. '자연성 회복'이라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완전히 무시하고 다시 보의 수문을 닫아 강의 흐름은 차단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주보의 수문이 이런 식으로 닫혔다. 그간 줄곧 개방 상태를 유지했던 금강의 보들이 다시 닫히면서 금강의 물길이 작금의 낙동강처럼 막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날 이들 활동가들이 세종보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세종보 수문에서 500여 미터 상류에 위치한 모래톱에 모여서 "장벽을 걷어내고 마음껏 굽이쳐라! 4대강 보 해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는 함께 외쳤다.
"4대강 보 철거하고 강을 흐르게 하라!"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 막아서는 환경부장관 물러가라!"
역주행하는 윤석열 정부
이들의 주장대로 윤석열 정부가 역주행하고 있다.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이자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보 개방 기조를 철저히 외면하고, 다시 지난 이명박 시절의 보와 댐 중심의 하천정책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국가하천 준설을 강행하고, 10개의 신규댐을 짓는다는 내용의 하천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댐으로의 회귀는 너무나 위험천만한 시도다. 거의 모든 댐에서 지금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댐을 짓는 것은 녹조 공장을 짓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댐의 녹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 지금 부산, 대구, 김해, 창원 등 영남 도시의 수돗물에서 녹조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낙동강 인근에서 수확한 농산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녹조 독소의 공기 중 확산도 확인돼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로 보와 댐 때문에 일어나는 심각한 부작용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구체적 대책 없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각한 인지 부조화다. 진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다시 한번 강력하게 외쳤다.
"4대강 보 철거하고 강을 흐르게 하라!"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을 막아서는 윤석열은 물러나라!"
한편, 이날 보가 개방된 금강의 자연성 회복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는 물고기 흰수마자의 존재도 확인됐다.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이 금강 세종보 하류 모래톱에서 흰수마자 한 개체를 확인했다.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가 있는 여울에서 서식하는 우리 고유종 물고기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기도 하다. 금강이 보로 닫혔을 때는 전멸했던 이 물고기가 보 개방과 함께 돌아와 아직까지 금강에서 잘 정착해 살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렇게 되살아난 한반도 유일의 우리 고유종 물고기는 세종보가 닫히면 다시 사라지게 된다. 이 귀한 물고기 때문에라도 세종보가 다시 닫혀선 안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를 급히 수리한 뒤 곧 세종보를 닫아걸 태세라 걱정이 앞선다. 하류의 공주보 수문도 백제문화제를 핑계로 수문을 닫았다가 아직까지 다시 열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반도 유일의 우리 고유종 물고기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공주보가 다시 열려야 하고, 세종보는 닫혀선 안 된다. 이들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의 싸움이 꼭 필요한 이유고, 이들이 투쟁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강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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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주행 윤석열 정부, 주리를 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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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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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이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