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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해병1사단장인 저는 지휘체계상 중대장, 대대장에게까지 직접 지시 및 소통을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번 호우 피해 복구 작전간 불의의 사고로 발생한 고 채OO 해병 실종상황 이전에 포병대대장들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습니다." -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진술서 46쪽

고 채 상병 소속부대장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지난 11월 21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부하들에게 사고 책임을 돌리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그의 진술과 상반되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임 전 사단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사단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예하부대 간부들을 야단치거나 무안을 주는 등 질책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도 질책을 한 적이 없으며 칭찬과 격려, 지도 위주로 부대를 지휘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 진술과 다른 중대장 진술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해병대
 
채 상병 사고 하루 전인 7월 18일 오전 임 전 사단장은 현장을 둘러보다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수변현장에서 포3대대 9중대 병력을 발견했다. 당시 9중대장은 현장 확인을 통해 진입로와 안전위해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중대원들을 대기시키고 있었다고 한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사단장인 자신이 중대급 이하를 직접 상대하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신속기동부대장의 교육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약 50m 이상 멀리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가 교육이 끝난 뒤 지나가면서 그 부대를 격려하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대장의 증언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임 전 사단장이 "왜 빨리 작업 시작하지 않고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는 거야"라고 말한 후 해병7여단장(신속기동부대장)과 7여단 주임원사와 함께 30m가량 떨어져 이동했다는 것이다.

중대장은 자신이 병력을 인솔하기 위해 자리를 뜨려 하자 임 전 사단장이 "왜 중대장이 가냐, 행정관이 다녀와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행정관이 데려온 중대원들에게 7여단장이 '전술적으로 신속하게 작업을 시작하고, 수변을 정밀수색해라. 조를 나누어서 책임자를 지정해 실시하고 본인이 건의해서라도 포상휴가를 줄 테니 열심히 수색해라'고 교육했다.

이후 중대장은 직속상관인 포3대대장에게 사단장과 조우했던 사실을 보고했는데, 포3대대장으로부터 "사단장님이 9중대 현장을 보시고 '늦게 왔다 + 우왕좌왕하며 뭐하는지도 모른다'고 화내셨음"이란 카톡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임 전 사단장이 포3대대장을 질책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임 전 사단장과 중대장의 진술 중 일치하는 부분은 신속기동부대장이 수색현장의 중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임 전 사단장이 수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는 정도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중대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했지만, 중대장은 "(임 전 사단장이) 기분나빠하시면서 '너네 어느 부서냐'고 말씀하셨고... 현장 확인하고 나서 보내려고 한 건데, '빨리 내려 보내라'고 하셨고"라며 답답한 마음을 대대장에게 토로했다. 중대장의 진술서에는 대대장 역시 "'나도 혼란이 생기는데 너희는 더 그렇겠지'라고 하시며 위로해 주셨다"고 쓰여 있다.

공교롭게도 임 전 사단장이 현장을 둘러본 직후 포3대대 9중대는 벌방리 하천에 투입됐고, 여러 매체 사진 기자들이 해병들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을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7월 19자 <국민일보>에 실린 "'실종자 찾아라'... 해병대 상륙장갑차까지 전격 투입" 제하의 기사에 실린 사진 역시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는 9중대 장병들을 찍은 것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여단장이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해서 위와 같은 장면의 사진이 촬영되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채 상병 사건 이후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자 포3대대장은 "촬영 목적으로 임의로 촬영시간대만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지, 실제로 물속에서 실종자 수색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포병대대장 최선임자, "무릎아래까지 정성껏 탐색" 내용 공유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조정훈
 
또 임 전 사단장은 수색정찰 방식과 관련해서도 "'찔러가면서 해라'는 등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전술적 행동은 사단장이 지시한 바가 없으며 부대별, 작전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부대별 현장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사단장으로서 지시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신속기동부대장에게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항은 "바둑판식 수색정찰"이라는 8글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 외에는 신속기동부대장이 지시했거나 대대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부대지휘의 용의성, 신속성 등을 고려하여 일부는 추가·확대·왜곡 시킨 것으로 사료되며..."라고 밝혔다.

포병대대장들 중 최선임자였던 포11대대장 최OO 중령은 7월 18일 오후 해병대 지휘통제본부 회의에 참석한 후 "내일(19일) 사단장님 0800 현장 작전지도 예정(보병 1개 부대, 포병 1개 부대)"라고 전파했다. 최 중령은 특히 "탐색 및 수색 작전 다시 실시"라고 강조하면서 "바둑판식으로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이런 내용은 자신의 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1사단의 한 간부는 해병대수사단 조사과정에서 "당일(7월 18일) 사단장님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사단장님께서는 늘 그렇듯 '결단이 미흡하다', '정리가 안 된다' 등으로 질책을 하셨고, 수색정찰 관련해서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질책은 한 적 없고, 수색정찰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 간부는 또 임 전 사단장이 회의에서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면서 '거기 내려가는 사람은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리며) 그 장화 뭐라 그러지?' 질문해 자신은 가슴장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가슴장화 확보"를 회의에서 지시한 바 있다면서도 이는 수색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가옥 복구 과정에서 장병들의 피복이 젖거나 진흙이 묻는 경우가 있고, 일부 장병들의 피부 트러블이 우려되므로 가슴장화를 확보해달라고 건의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상병#임성근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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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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