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 3일 북한은 군사 논평원의 글을 통해 "조선 반도에서 물리적 격돌과 전쟁은 가능성 여부가 아닌 시점상의 문제"라며 "어떤 적대행위도 대한민국의 완전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북한이 군사 정찰 위성 쏜 후 남북의 말과 행동이 점점 격해지며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9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북한의 선제공격과 전면전? 쉽지 않아... '상황 관리' 할 것"
- 최근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나라에 떠넘기며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강대강 현상 유지 상황이 변동 없이 계속 가고 있는 상황인 거죠. 이게 나아질 기미가 있다거나 변화 전망도 단기적으로는 뚜렷하게 안 보이고요. 아마도 내년 미국 대선 이후가 북미 관계 진전을 1년 사이 기다려볼 변수인데, 빨라야 2025년도 상반기입니다."
- 최근에 더 안 좋아진 거잖아요.?
"그렇죠. 북한은 군사 정찰 위성을 자기가 공언한 대로 계속 쏘고 또 우리도 국방력 증강 계획에 따라서 계속 우리 길을 가고 있는 거죠. 남북한이 다 각자의 길을 가는 상황이고 미국은 한반도 현상 변경 그리고 평화로의 전환 같은 거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큰 관심도 없는 상황이죠."
- 북한이 한반도 전쟁에 대해 언급한 건 어떻게 보세요?
"북한이야 피포위 의식이 있으니까, 남한이나 미국 그리고 나아가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굉장한 공포 의식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자꾸 긴장감 고조시키는 거죠. 한미일 그리고 북한 러시아로 대치 국면을 형성하고 있잖아요. 신냉전 프레임의 이득을 자꾸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에서 전쟁 위기설 담론을 자꾸 퍼뜨리는 거죠."
- 그럼, 실제 전쟁까진 안 갈 거라고 보세요?
"한미가 북한 정권의 종말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전면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건 합리적으로 상상하기 힘들죠. 이건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고 전면전을 벌인다고 하는 상황을 생각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우발적인 상황이 일어나서 전쟁이 날 수도 있겠지만요. 근데 우발적인 상황이 나도 오히려 전면전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는 게 북한으로서는 (정권) 유지하는 데 기본적인 조건이거든요. 그래서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하는 건 합리적인 상황에서 생각해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아까 교수님이 한미일과 북한, 러시아를 언급했잖아요. 중국은 왜 안 들어갔나요?
"북중러가 함께 연대하는 게 기본적인 연대는 맞는데, 중국 같은 경우 단기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상황에 연루되기를 많이 꺼려하는 것 같아요.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서 북한과 러시아에 불필요하게 연루돼서 미국과 힘겨루기 하는 데 발목 잡힌다 거나 불필요한 부담을 얻는 일을 중국은 피하고 있는 것 같죠. 실제 무력 충돌 나아가서 현상 유지 국면이 깨진다고 하는 건 중국으로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거죠. 그래서 지금 북한에 일정 정도의 식량 지원이나 경제 협력 정도 외에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하도록 일부러 기획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정찰 위성 쏘아 올리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북한은 아예 파기시켰어요.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던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북한은 백지수표를 받은 셈인 거죠. 남측이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고 하는 걸 빌미로 원래 북한 쪽에서 계속 지키고 있지 않던 군사합의를 '남측 때문에 지키지 않게 됐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더 활용하고요. 그러다 보니 남북 관계의 군사적 긴장은 계속 더 높아지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 군도 최고도의 전비 태세로 북이 도발하면 원점 타격을 하고 강하게 반격하겠다는 걸 공언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이 남측의 경계선 넘는 강한 도발을 할까요? 이건 북도 수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도발 정도가 아니라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대내 결속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군사적 도발 수위로 관리는 하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는 것에 대해 북한도 지금은 신경을 많이 쓰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거예요."
- 정찰 위성을 쏜 지 2주가 지났는데, 성공한 건가요?
"실패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상황 평가일 것 같아요.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군사 정찰 위성을 4, 5개 이상 더 쏴야 유의미한 군사 정찰 위성 활동이 가능할 건데 거기까지는 아직 수준에 이르지 못한 거죠. 어쨌든 처음 군사 정찰 위성 1호를 쏜 것 자체를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첫발은 뗀 상황은 맞다고 봐야 되겠죠."
- 북한은 정찰위성에서 사진이 왔다고 했는데 그건 허풍일까요?
"허풍은 아닐 겁니다. 그건 맞을 거예요. 근데 그 사진의 질이 어떤지 모르죠. 이건 군사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공개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 품질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이 매일 가서 체크하는 상황으로 봤을 때 찍긴 찍었을 거예요. 또 군사 위성을 한 4개 5개 이상 갖춰서 정상적인 군사 정찰 위성 능력을 전반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북한이 계속 욕심을 내는 건 맞죠. 그 첫발을 뗐는데, 다음 발 또 다음 발을 떼지 않도록 억제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총선에서 '북풍' 활용? 시대 달라져, 오히려 역풍 맞을 수도"
- 최근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완전 철거한 거 같은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벌써 2년이 넘었잖아요. 2년 넘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남북 관계 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일 것 같고요. 북중 접경 지역 교류가 다시 재개가 되고 자기들도 물건을 만들어서 중국에 팔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돌릴 필요성이 생긴 거겠죠. 그러다 보니까 개성공단을 돌리는 거고요, 거기에 장애물처럼 남아 있는 남북 연락사무소의 잔해물들 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개성공단은 우리 거라서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잖아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데 북한이 필요하면 쓰는 거죠. 언제 법적 합의나 불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 한 적이 없었잖아요. 늘 북한이 하던 행태대로 하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처음에 미국 대선 이야기를 했잖아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황이 바뀔까요?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특히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북한 문제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기에는 미국의 대외 전략을 봤을 때 중대 변수, 독립 변수로 작용할 만큼 힘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고요. 중국과 관계를 더 잘 풀어나가고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료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북한 문제도 조금 전향적으로 풀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도 있는 거예요."
- 트럼프와 바이든은 또 다르잖아요. 우리 입장에서 누가 당선되는 게 나을까요?
"예측 가능성 기준으로 봤을 때는 바이든이 됐을 때가 좀 더 낫겠죠. 그래도 동맹국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조건 없는 대화를 기본 기조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따라 북미 관계나 한반도 평화 문제가 조금 더 전향적으로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이러한 분위기가) 예측 가능하게 실무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잘 조정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고요.
트럼프와 김정은의 친서 교환, 그리고 트럼프 시기의 탑다운 방식, 북미 접근 대북 접근 이런 것들을 다시 또 기대해볼 수도 있긴 한데 예측 가능성 기준으로 봤을 때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순전히 트럼프의 판단과 기분에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요. 그리고 또 새롭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번에 김정은이 받을까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조금 더디고 답답해도 바이든과 민주당 정부, 이게 우리 정부의 어떤 의견을 개진하기에는 조금 더 합리적인 공간이 아닐까 생각은 됩니다."
- 한국에선 내년에 총선이 있잖아요. 지금의 상황이 총선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북풍 총풍 유혹에 집권당이 시달릴 수 있겠죠. 특히 보수 집권당일수록 유혹에 시달릴 순 있는데, 80~90년대 식의 북풍 총풍이 지금 우리 국민 정서와 국민 수준을 봤을 때 먹힐까요? 달라진 문제 같아요. 안보 정국으로 몰아가려고 하다가 오히려 집권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거든요."
- 내년 남북 관계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정은이 갑자기 회심한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회심한다거나 아니면 총선 정국 이후에 반드시 남북 관계를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대 변수가 생긴다는 게 아닌 이상 지금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다시 변환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고요. 큰 변동 없이 답답한 경색 국면이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 남북 관계에서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내년 총선과 미국 대선 전후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출렁일 것인가가 시기적으로 봤을 때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북한이 우리 총선에 옛날처럼 개입하려고 도발한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평화 공세를 편다든지 이런 게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거고요. 그거 외에는 특별히 안 보이고, 내년이 김일성 사망 30년이에요. 이런 것을 계기로 북한이 갑자기 변화된 대남 정책, 대외 정책을 선포하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 기조도 크게 바뀔 건 없어 보이는 상황이죠."
- 7차 핵실험은 할까요?
"히든카드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기술적 필요성에서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하긴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기술적 필요 외에 정치적 고려를 했을 때 내년이 꼭 좋은 시점이냐 하면 이건 잘 모르겠어요. 북중 교역이 재개되고 있고 조금 숨통이 트여서 먹고 살 수 있는데, 아주 무수한 정치적 부담 쥐고서 그런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7차 핵실험이라고 하는 상황 변화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는 걸 중국이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