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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0대 남성에게 피습당하는 초유의 사건에 언론은 한목소리로 극단적인 우리 정치문화와 더불어 음모론을 공유하고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정치 유튜브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그런 정치 유튜브와 다를 바 없는 일부 언론의 문제적인 보도행태가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흉기에 찔린 사람에게 '여유있네' 비꼰 만평  

2일 오전 피습된 이재명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의 가족이 '극히 위급한 상태가 아니라면 수술 후 간병 등의 편의를 위해 서울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역시 이 대표 가족의 요청으로 이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이송에 대해 병원이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고 수술을 요하는 위급상황이었다는 점 역시 덧붙였다.

응급치료를 한 부산대병원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현직 의사들의 SNS상 문제제기를 그대로 옮겨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굳이 헬기로 서울대 이송?…특혜 아닌가" 현직 의사 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아시아경제> 또한 '"서민도 '서울대 가자' 하면 헬기 태워주나"…현직 의사 '이재명 특혜' 지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해당 기사들에는 특혜 주장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울산매일> 만평
 <울산매일> 만평
ⓒ 울산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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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울산매일>은 '경정맥 손상의심? 닥터헬기 서울이송'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은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바라보며 "위급하면 부산서 수술하지 2시간 걸려 서울까지 가누? 여유있네"라고 말하는 인물을 그려 넣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부산일보>는 '"응급환자 왜 서울까지" 이재명 대표 서울대병원 이송 두고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대병원 일부 의료진은 민주당 결정을 두고 유감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보도하며 부산대병원 관계자의 "부산대병원에서도 필요한 의료적 조치가 충분히 가능한데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유감"이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와 달리 부산대병원은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위협' 규정하면 사건 본질 왜곡?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테러가 들춰낸 우리사회 한없는 경박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번 피습과 민주주의를 연결 짓는 행태를 비판했다.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테러가 들춰낸 우리사회 한없는 경박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이번 피습과 민주주의를 연결 짓는 행태를 비판했다.
ⓒ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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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다수 언론이 이번 피습을 '민주주의를 향한 위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와중에 그러한 비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언론도 있었다.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은 '테러가 들춰낸 우리사회 한없는 경박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 논설실장은 이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한 개인의 적개심으로 발생한 테러를 거대 어젠다로 치환하는 건 잘못됐다.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고 위협이라고 한다면, 은연중 이재명 대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사회의 한없는 경박함을 느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논설실장의 주장과 달리 대다수 언론에서 이번 피습을 민주주의를 향한 위협이라고 비판한 까닭은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갈등 상황에서 물리적 폭력을 지양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기 때문이지, 이 대표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님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나무젓가락 음모론에, '기막힌 타이밍'이라니 
 
이외에도 일부 누리꾼의 음모론을 그대로 옮기거나 적절치 못한 기사 제목을 사용한 언론도 있었다.
 이외에도 일부 누리꾼의 음모론을 그대로 옮기거나 적절치 못한 기사 제목을 사용한 언론도 있었다.
ⓒ 천지일보,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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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일부 누리꾼의 음모론을 그대로 옮기거나 적절치 못한 기사 제목을 사용한 언론도 있었다.

<천지일보>는 2일 '이재명 피습 온갖 추측 난무… 흉기 아닌 '나무젓가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피의자가 이 대표를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으로 찔렀다는 한 누리꾼의 일방적인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옮겼다. 또한 이번 피습 사건이 이 대표의 자작극이라는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 역시 비판 없이 옮겼다.

<문화일보>는 3일 '이재명 피습에 이낙연 창당·비명 거취 발표 보류… 기막힌 타이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대표의 피습으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의 신당 창당과 비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인사들의 탈당이 늦어질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도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예상치 못한 테러로 인한 영향을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표현한 기사 제목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그:#이재명피습, #문제적보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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