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5일 오후 2시 23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의 피의자인 김아무개(67)씨가 범행 당시 '문재인 정부 때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 '민주당이 이재명 살리기에 올인하는 형국이 됐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글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경찰은 사건 이후 브리핑 때마다 수사원칙을 이유로 김씨의 범행 동기와 진술내용 등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5일 한 언론 보도로 그가 남겼다는 글의 일부 내용이 드러났고, 경찰이 이를 확인해주면서 끝내 수사 관련 정보를 밝히게 된 셈이다.
지난 4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 차량에 오르기 전 "이 대표를 왜 찔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에 내 변명문을 8쪽짜리로 제출했다. 그것을 참고해주시면 된다"라고 답한 바 있다.
변명문의 내용을 파악하려고 언론들이 취재에 나서자,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를 우려하며 해당 글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된 기사들엔 '역사를 언급했다', '현학적 단어들로 채워진 난해한 문장이 나열됐다' 정도로만 언급됐다.
다음 날인 5일 오전 <조선일보>는 김씨가 미리 써놓은 '변명문'에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 윤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재명이 당 대표로 나오면서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이재명 살리기에 올인하는 형국이 됐다. 이대로는 총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나라 경제는 파탄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피의자의 정치적 견해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진술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수사브리핑에서 "모 매체에 변명문 일부가 보도됐다. 기사 내용이 피해자가 작성했던 문건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김씨가 남긴 글의) 일부 내용과 기사 내용이 비슷한 취지인 것은 맞다"라고 사실관계를 기자들에게 확인해줬다.
결국 브리핑 내용을 다수 매체가 기사화하면서 경찰이 '공개할 수 없다'던 정보의 일부가 밖으로 퍼지게 됐다.
한편, 김씨가 거론한 변명문의 원래 제목은 '남기는 말'이고, 김씨가 제출한 게 아니라 경찰이 검거하면서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제목은 (변명문이 아니라) '남기는 말'로 돼 있다"라며 "확보경위는 피의자가 제출했다고 했지만 검거현장에서 압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글은 검거 당시 김씨의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됐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 '손으로 직접 썼는가', '김씨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내용인가' 등의 질문이 나왔지만 경찰은 "압수물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설명은 어렵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현재 부산 연제경찰서에 수감돼 있으며 기소될 때까지 이곳에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