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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도 이러진 않았어요, 굶어 죽겠어요."

동해시 묵호항에서 40여 년 생선가게를 운영한 상인의 말이다. 최근 방문한 묵호항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한숨 소리만 들렸다. 
 
묵호항 한산한 동해시 묵호항
묵호항한산한 동해시 묵호항 ⓒ 진재중
 
여느 때 갔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텐데 빈 박스와 비치 파라솔만이 우두커니 서 있다. 가게 앞을 걸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다.

12시가 넘어가는데도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라고 팔아달라 외친다. 오늘 하루 한 손님도 받지 못한 것이다.

묵호 어시장에서 30여 년째 생선을 팔아온 김아무개(72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예 손님이 없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전에는 관광객이라도 몇 팀이 와서 팔아주었는데 요즘은 아예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듭니다."     
 
사람의 흔적도 없는 어판장 한참 북적여야 할 어판장이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사람의 흔적도 없는 어판장한참 북적여야 할 어판장이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 진재중
  
매대를 가득 채워야 할 생선은 한 마리도 없고 텅빈 바구니만이 기다린다. 올라와야 할 생선은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  
 
 좌판에 생선은 없고 얼음만 가득 담겨있다
좌판에 생선은 없고 얼음만 가득 담겨있다 ⓒ 진재중
   
텅빈 바구니 생선이 가득 담겨있어야 할 바구니가 텅비어 있다.
텅빈 바구니생선이 가득 담겨있어야 할 바구니가 텅비어 있다. ⓒ 진재중

사정은 바다도 마찬가지다. 만선의 꿈으로 부풀어 올라야 할 어선은 한가로이 정박해 있다. 어부들은 어구를 손질하기에 바쁘다.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와 5년째 일하고 있는 28살의 외국인 근로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인한테 미안합니다. 고기가 잡히지도 않는데 돈을 받으려고 하니 선장님을 대하는 게 어렵습니다."
 
출어를 기다리는 어선 내일의 만선을 기대하며 항포구에 정박된 어선
출어를 기다리는 어선내일의 만선을 기대하며 항포구에 정박된 어선 ⓒ 진재중
 
그물 손질하는 어민 동해 북평항 항포구에서 그물손질에 여념이 없는 어부
그물 손질하는 어민동해 북평항 항포구에서 그물손질에 여념이 없는 어부 ⓒ 진재중
  
어구손질 외국인 근로자가 한가로이 어구를 손질하고 있다.
어구손질외국인 근로자가 한가로이 어구를 손질하고 있다. ⓒ 진재중

발길을 돌리며 나오는 어시장 한켠에는 잘 말라가는 생선과 오징어, 가자미, 노래미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숨으로 얼룩진 묵호 어판장이 하루 빨리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잡어들 겨울의 진객, 오징어, 가자미, 도다리, 복어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잡어들겨울의 진객, 오징어, 가자미, 도다리, 복어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진재중
 
 어시장 입구에서 말리고있는 생선
어시장 입구에서 말리고있는 생선 ⓒ 진재중

#텅빈어시장#묵호항#사람흔적없는어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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