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들을 강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전 구즉신협 전 간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단독 장민주 판사는 12일 오전 301호 법정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즉신협 간부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80시간 및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4명의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총 4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장은 이러한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장민주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들과의 신체접촉 사실 자체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성적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판례상 인정되는 기습추행도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살펴보면 범행과 전후 정황,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들의 당시 대응과 감정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어서 충분히 신뢰할 만하며, 객관적인 목격자들의 진술과 증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판사는 증거로 채택한 목록을 열거했다. 내용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노래방에서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목격자 진술 ▲피고인이 피해자와 나란히 앉아서 피해자의 허리와 어깨 등 신체 부위를 지속해서 만지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피해자가 도망쳐 화장실에서 경찰에 신고한 기록 ▲피해자 2인의 강제추행 당시를 촬영한 사진 등이다.
장 판사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 행위로 충분히 평가된다"고 유죄 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성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오빠가 조금 어지러워서', '요즘 시대 이러면 큰일 나는데', '성추행으로 신고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있는 만큼, 피고인은 성범죄라는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성적 의도가 다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의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장 판사는 "이러한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인식하면서도 의도적으로 피해자들과 신체접촉을 한 것에 대해 추행으로 인정하는 것은 마땅하다. 따라서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 장 판사는 "피해자들과의 직장 내 관계와 범행 횟수 등을 고려해 볼 때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2차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크게 받았으며, 이미 2명은 직장을 그만두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은 직장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다만 동종 전과가 없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선고에 대해 A씨는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항소할 계획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모든 혐의 유죄 인정 다행, 피해 회복 조치 필요"
이번 사건을 공론화했던 노조와 여성단체들은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피해회복을 위한 구즉신협 측의 조치를 촉구했다.
금융사무노조 구즉신협지부 관계자는 재판 직후 "피고인 측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면서 혐의 전체를 무죄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피고인 측은 모든 혐의가 노조의 모함이고 무고라고 주장해 왔다"며 "다행히도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즉신협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이 사건을 문제 제기한 이후 2년 만에 선고가 내려졌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회복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괴로움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2명의 직원에 대한 복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2022년 3월 구즉신협 직원들이 A씨의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직장 내 갑질을 참다못해 노조를 만들고, 신협중앙회와 노동청, 경찰 등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대전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는 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