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쯤 정해질까. 22대 총선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선거제가 결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 다만 현재는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반영해서 준연동형)를 유지할지, 아니면 국민의힘과 손잡고 병립형 비례제(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만 배분)로 돌아갈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현행 유지를 전제하고 위성정당 창당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병립형 회귀가 당론 변경에 그치지 않아서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실질적인 다당제 구현을 위해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제 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도, 지난해 정기국회를 앞둔 의원 워크숍에서도 약속은 거듭됐다. 그럼에도 병립형 회귀를 택한다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역풍'도 우려했다. 꾸준히 연동형 유지를 주장해 온 그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꾸 이런저런 핑계 대는데, 자칫하다가 큰 역풍 맞는다"며 병립형 회귀가 진보진영 전체의 분열은 물론 총선 판세에도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또 민주당 지도부가 석패율 등의 협상 가능성이 불투명한데도 '지역주의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워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검토하는 것은 "어려운 지역에서 뛰는 우리 후보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속을 우습게 보면... 민주당은 뭐가 되나"
- 민주당 현역 의원 절반가량이 지난 26일 '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병립형 회귀에 합의하는 것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 악수'라는 성명을 냈다.
"일부 지도부가 자꾸 딴소리(병립형 회귀 주장)를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범야권, 범진보에는 민주당 외에도 제도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 분들이 많이 계시지 않나. 그들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의회에 보내는,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일이 걸린 엄청난 문제다.
이걸 당장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러면(병립형 회귀) 민주당이 뭐가 되나. 대선 때 대선 후보와 전 의원이 다 모여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다당제 구현을 위해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비례제 등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 아닌가. 그걸 우습게 보면... 자꾸 이런저런 핑계 대는데 자칫하다가 큰 역풍 맞는다."
- 당원 투표 주장까지 나온다.
"핑계다. 양대 정당이야 (병립형으로) 돌아가고 싶을 거다. 그런데 양대 정당이 국민의 지지보다도 너무 많은 의석을 가지니까 두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가 대변되지 않아서 자꾸 그들이 제도권 바깥에서 시위라든가 다른 형태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고 있지 않나. 이게 국민 통합이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안 되니까 지난번에 연동형을 도입한 거다. 그런데 한 번 해보고는, 또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우습게 만들어놓고선 되돌아간다? 국민적 반발이 상당히 심해질 거다."
(2020년 도입된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만큼 총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거대정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이 돌아가지 않는 반면,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이 부족한 소수정당에는 비례 의석이 돌아가게끔 설계됐다. 하지만 비례 의석을 포기할 수 없었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그 결과 정당 득표율이 각각 33%였던 거대 양당이 전체 의석의 94%를 차지했다. 반면 비례대표 선거에서 9.7%를 득표한 정의당은 전체 2%에 해당하는 6석만 확보할 수 있었다. – 기자 주)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당만 하나... 힘 합쳐야"
- 왜 비판여론이 거세지리라고 예상하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제3지대 지지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세다. 국민들에게는 기존 정당의 모습이 너무 기득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렵다. 경제도 어렵고. 그런데 (거대 양당이) 지금 국민들 마음을 달래줄 생각은 안 하고 자꾸 이런 식으로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하면 큰일 난다."
- 하지만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려면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휴, (범진보 진영에선) '왜 너희들(민주당)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가'라고 하지 않나. 힘을 합쳐서 해야 한다. 무대 위에 우리가 올라가 있으니 우리만 먹어야 한다? 무대 밑에 있는 관객들도 이제는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그걸 그렇게 깡그리 무시하면 어떻게 하는가."
- 일각에서는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 지역주의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남민주당도 어떤 제도든 권역별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역별 비례제를 하려면 석패율(지역구 선거에서 일정 기준 이상 득표했지만 낙선한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제도, 지역구와 비례 선거 동시에 입후보할 수 있는 이중등록제의 한 방식)도 가야 의미 있다. 그런데 그건 국민의힘이 반대한다고 알고 있다. 또 병립형으로 돌아가서 현 지도부가 비례대표 공천권을 주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미리 공표하는 것도 없지 않나. (이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말하는 것은) 자칫하면 어려운 지역을 뛰는 우리 후보들을 희망고문할 수도 있다."
-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꾸 입장을 정하지 않으니까 우린 위성정당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글쎄, 막상 대놓고는 못할 거다. 그러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킨다는 원칙이 겨우 이 정도냐'고 비판받을 테고. 또 범진보는 일종의 연합정당을 하자는 목소리가 있지 않나. 민주당은 필요에 따라서 그들과 연합할 수도 있다. 다 우리 손아귀에 넣어놓고만 하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병립형 돌아가면 범진보에선 '배신자'... 큰 부담"
-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31일 열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럴까.
"모르겠다. 한 달 전에 만났을 때도 결정을 못 했더라. 그때(기자회견)는 말하지 않겠나."
- 만약에 이날 병립형 회귀를 선언한다면.
"후폭풍이 셀 텐데 그걸 감내하면서까지... 총선 국면에서 그러면 범재야, 범진보 쪽에서 완전히 배신자라고 찍힌다. 선거에도 영향 있다. 진보 쪽에서도 당선권은 아니어도 십몇%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또 기존 1, 2당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 중에서 지금은 이준석 신당의 발언권이 세지만 민주당 쪽 제3지대(개혁미래당)도 지지세를 점점 굳혀가고 있다. 그 상처를 안고 가기엔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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