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2012년 6월 13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기자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과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윤석열 검사가 장모와 관련된 사건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정서가 대검에 접수돼 대검 감찰1과에서 그를 감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정서를 이첩받은 대검 감찰1과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검사의 내부감찰 사실을 인정하면서 "윤 과장도 조사할 계획이고, 조사해서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본인의 확인만 남았다. 윤석열 검사실에 전화를 넣었지만 윤 검사와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확인하고 싶은 취재내용과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6월 13일, 지하철을 타고 가던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윤 검사였다. 대검의 인지수사(특수수사) 기능을 맡고 있던 '중수 1과장'이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윤석열 검사는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에는 "전부 거짓말"이라며 "현직 검사가 어떻게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있겠나?"라고 부인했다. 대검의 감찰과 관련해서는 "대검 중수부장이 진정서와 관련된 애기를 하길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감찰과에서 많이 조사한 모양인데 아직 소환통보는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중수부장은 최재경(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윤 검사와 김건희씨는 3개월 전에 결혼한 상태였다.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 출장, 그러나...
진정인과 대검 감찰1과, 윤석열 검사까지 확인을 끝내고 <
[단독] 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http://bit.ly/La8iAp)>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2012년 6월 14일). 그런데 기사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윤 과장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미국으로 출장간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검 감찰1과에서 진정인을 8시간 동안 조사한(2012년 5월 31일) 직후인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윤석열 검사가 미국 출장을 갔기 때문이다.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본인이 내부감찰 대상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과장급 검사'가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출장을 간 것이어서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도 당시 기자에게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나간 것도 그렇지만 중수1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대검에서는 '내부감찰에 부담을 느껴 10일간 휴가를 떠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당시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에 출장간 것은 맞다"라고 전했고, 윤석열 검사도 기자에게 "국제반부패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은행에서 수사 실무자를 보내 달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검사는 정말 세계은행 주최로 열린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국정원 사찰문건'에 담겨 있었다. 물론 9년 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 확인된 내용이지만 말이다.
노무현 사위 동향 등이 담긴 '국정원 사찰문건' 37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노정연씨의 남편인 곽상언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1월과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이 결정에 따라 총 37건의 국정원 문건이 곽 변호사에게 공개됐다.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이 끈질기게 정보공개를 청구해 얻어낸 의미있는 성과였다.
총 37건의 문건은 대부분 이명박 정권 시기에 작성한 것들로, 주로 곽 변호사의 동향 등이 담겨 있는 '사찰문건'이었다(아래 한문 한글표기는 편집자 주).
盧(노) 대통령 곽상언 사위, 변호사 개업 관련 가족 중심 조촐한 모임 개최
노 前統(전통) 사위 곽상언 변호사, 사무실 정리 후 정치 입문 시사
곽상언 변호사 관련 동향
곽상언 변호사, 대전에서 OOO 변호사와 합동 근무
노 前(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양천지역 출마 관련 고심
곽 변호사는 최근 펴낸 <곽상언의 시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라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몰래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국정원이 나를 사찰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는데 예상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은 슬프고 허탈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총 37건의 국정원 사찰문건 가운데 '수사' 상황이 기재된 문건은 모두 22건이었고, 모두 이명박 정권 시기에 만들어진 문건이었다. 곽 변호사는 특히 "단 1건을 제외하고, '수사'의 내용이 기재된 21건의 '사찰문건'은 모두 윤석열 검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생성된 문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2009년 1월~2009년 8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2009년 8월~2010년 8월)과 중수 2과장, 1과장(2010년 8월~2012년 7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7월~ 2013년 4월)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칼잡이'(특수통 검사를 일컫는 은어)로서의 경력을 이명박 정부에서 거의 완성한 것이다.
조갑제가 다시 쏘아올린 '미국 아파트 의혹', '윤석열 검사'가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2009년 5월 23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과 관련된 수사기록은 모두 봉인됐다. 서거 당일인 2009년 5월 23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는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노씨가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허드슨콘도'(포트 임페리얼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아파트 매입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건은 종결됐다.
그런데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012년 <월간조선> 2월호(1월 17일 발행)에 쓴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통해 노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을 재점화했다. 노씨가 100만 달러(한화 13억 원)를 환치기하는 수법으로 미국 아파트의 원소유자인 경아무개씨에게 밀반출했다며 아파트 매입 자금 전달경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어 조갑제 대표와 행동을 같이해온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검 중수부가 같은해 2월 본격수사에 나섰다.
겉으로 보면 '보수언론 보도→보수시민단체 고발→검찰 수사'라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곽 변호사가 받아낸 국정원 사찰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과 검찰은 봉인된 '노무현 사건 기록'을 끊임없이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9일과 2012년 2월 27일 생성된 국정원 사찰문건에는 각각 이렇게 기재돼 있다. 특히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이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사망으로 사법 처리는 중지되었다 할지라도 관련자들의 도덕·정치적 책임을 묻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국민들도 알고 역사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 결정적 증거 자료 입수하겠음' (2010년 6월 9일)
'보안 유지하 과거 노무현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며 관련자 소환 등 본격수사 개시 타이밍을 재던 대검 중수부는...' (2012년 2월 27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사건이 종결된 지 3년 만에 관련 의혹을 재수사했다.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였지만, 사건은 일선지검 외사부가 아니라 대검 중수부에 배당됐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당시 수사기록을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윤석열 검사'였다. 곽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그해 우리 집으로 한 우편물이 도착했다, 그 우편물의 제목은 공소장이었다. 그 공소장을 작성한 사람은 '검사 윤석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노정연씨 소환조사 앞두고 미국행...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일석이조 활동 전개중"
이후 검찰은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자금을 외화로 바꿔 송금해준 은아무개씨, 현금 13억 원이 담긴 상자 7개를 은씨에게 전달한 이아무개씨, 13억 원을 받은 아파트의 원소유자 경아무개씨, 돈의 출처로 의심받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을 조사했다. 특히 경씨는 2012년 5월 28일과 29일, 30일 연이어 소환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은 노정연씨 소환조사를 앞두고 이뤄졌다.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 今週(금주) '노정연 13억원 밀반출 수사' 숨고르기 양상>이라는 문건(2012년 6월 4일 작성)에서 검찰이 환치기 형식으로 1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자금출처가 어디인지, 노정연이 환치기에 적극 가담했는지 등은 추가확인을 통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6월 10일 윤석열 검사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후 대검 수뇌부와 노정연 조사 관련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검사의 미국행에 관한 내용을 제법 상세하게 서술했다. 6월 4일부터 8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6월 1일 출국했고, 6월 4일 오전(한국시각)까지는 회의 개최지인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검사가 뉴욕에 체류하면서 벌인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OOO는 국정원이 문건을 제공했을 때 지운 부분, 괄호 안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허드슨클럽 등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인근 코네티컷州(주)에 거주하는 제보자 OOO 등 주요 참고인이 될 만한 인물을 비공개로 만나면서
-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본래 목적과 함께 一石二鳥(일석이조) 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6.8 회의 종료 후에는
- OOO의 단골 도박장소이자 OOO가 노정연에게 급히 100만불을 보내라고 전화한 현장(OOO의 주장)인 코네티컷주 소재 폭스우즈카지노호텔도 둘러본 후 6.10 귀국할 계획
윤석열 검사가 세계은행 주최 반부패회의 참석을 빌미로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 의혹까지 수사하는 것을 "일석이조"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문건에서 "외국 수사기관 관계자가 美(미) 현지에 들어와 사건 관련조사를 임의적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니만큼 처신에 각별 유의"라는 '각별한 조언'도 눈길을 끈다. 윤 검사가 사전에 미국 수사기관(FBI)와 협의하지 않고 노정연씨 관련수사를 벌였다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이는 국정원과 검찰의 긴밀한 공조관계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가 "(2009년 검찰 수사 때 제기된 '140만 불과) 이번 환치기 100만 불까지 포함할 경우 240만 불에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는 등 액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고, 확인작업을 거쳐 정확한 액수 확정과 함께, 노정연 조사에 대비한 신문항목 정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정치적 기획수사'가 새겨진 국정원 사찰문건
국정원의 곽 변호사 사찰문건 덕분에 기자는 12년 전에 품었던 윤석열 검사의 '미국 출장'에 대한 의심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국제회의 참석은 명분이었고 '노정연 수사'가 미국 출장의 실질적인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남는 의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라고 했던 윤 검사는 왜 '뉴욕까지 방문하면서 노정연씨 수사에 공을 들였을까?'다. 장모 사건 압력행사 의혹으로 대검 감찰까지 받게 되자 '위기탈출'을 위해서 대검 중수과장이던 윤 검사가 직접 뉴욕에까지 가서 수사활동을 벌인 것은 아닐까?
그런데 기자의 개인적 의심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 있는 윤 검사가 '정치적 기획수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노정연씨 검찰수사가 검찰과 국정원의 긴밀한 공조에 의해 진행된 '정치적 기획수사'였다는 것은 국정원의 사찰문건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수사 템포를 적절히 조절", "정치적 부담도 상당", "대선 정국에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가능성" 등 국정원 문건 속에 새겨진 단어와 문장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수사팀 안에서 "과태료 처분이나 1년 이하 징역, 벌금형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라는 의견이 있다는 점을 전한 대목에서도 정치적 기획수사의 냄새가 진동한다(한문, 영문에 대한 한글 표기는 편집자 주).
- 조사방식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던 대검 중수부는... 여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수사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수사템포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내부 입장인데... 수사를 속전속결로 밀어부칠 경우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만큼, OOOO OOOO 등 다른 사건들과 '가닥을 맞춰가며' 템포를 조절키로 하고, 외부적으로는 에둘러 'low key(로우 키)' 스탠스 시현. (2012년 6월 12일)
- OOOOO은 OOOOO에게... 大選(대선) 변수에 노무현 관련수사가 쟁점화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주의를 기할 것을 주문. (2012년 6월 19일)
- 문제는 외화반출의 공범으로서 '불구속 기소'할 것인자, '무혐의'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OOOOO.OOOOO 또한 심적 부담 아래 아직까지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 무리하게 기소해놓고 공판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연말 선거 일정을 앞두고 1심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 수뇌부는... '연말까지 노정연 관련 건을 끌고 갈 경우 得(득)보다 失(실)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 (2012년 6월 19일)
- '11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밀반출 금액이 50억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 처분'토록 법이 완화되었고, 동사건 행위 시점이 '09. 1월인 점을 감안해, 법 개정 이전으로 소급 적용한다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인데, 그 정도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정치적 역풍을 각오하고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가'라는 논쟁이 수사진 내에서 대두중으로, ... 차라리 '정부가 아량을 베풀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OOOOO에게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번 사건 하나만 보지 말고 넓게 보고, 큰 틀에서 결정하자'는 것이 내부 중론... (2012년 6월 22일)
- 수사진들이 불구속 기소 방향을 우려하는 이유는 ... 잘잘못을 떠나 노무현 추종 세력들을 감정적으로 단결시켜 연말 정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 (2012년 7월 6일)
추가로 풀려야 할 두 가지 의혹
윤석열 검사가 뉴욕 방문까지 하며 공들인 노정연씨 수사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마무리됐다(2013년). 앞서 진행된 검찰의 1심 구형량도 '징역 6월'에 불과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을 상대로 한 대검 중수부의 정치적 기획수사치고는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두 가지 의혹이 추가로 풀려야 한다. 먼저 대검 중수부에 봉인돼 있던 '노무현 수사기록'의 재검토를 '누가' 허락(지시)했는가다.
곽상언 변호사도 자신의 책에서 "윤석열 검사는 (노무현) 서거 3년이 지난 2012년에 '노무현 대통령 수사 기록'을 재검토했다"라며 "그가 누구의 허락이나 협조를 받아 어떤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하면서 비공개 수사 기록인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검토했는지 추후 밝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에 수사정보를 제공한 '대검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 곽 변호사는 "이 문건에 등장하는 사람은 추후 반드시 어느 국가정보원 요원과 어느 정도의 업무 관계를 맺었는지, 그 국가정보원의 요원에게 어떤 정보를 누설했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의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가 국정원 사찰문건을 받은 시기(2021년 1월과 3월)는 문재인 정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앞서 기자가 언급한 '두 가지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확인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고, 국정원장은 박지원 전 의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