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터줏대감'의 퇴장.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의 4선 국회의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4.10 총선 공천을 위한 경선을 포기하면서 지역 여론이 술렁히고 있다. '충남의 TK(대구경북)'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에서 '보수정당 공천은 곧 당선'이란 공식이 있는데, 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용산 출신인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선 포기 홍문표 "상식적으로 납득 안 가는 감점 적용"
홍문표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홍성군 지역구에서 4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자갈밭을 옥토로 바꾸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상도보다 더 탄탄한 국민의힘 조직력을 구축해 단 한 번도 민주당에 패한 적이 없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는 자신이 "동일 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임을 알게 됐다"면서 "경선이 시작된 시점에 예상하지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도 않은 감점 적용을 받게 돼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13대부터 16대까지 연속 네 번 낙선했는데 당시엔 선거구가 지금의 홍성·예산이 아닌 청양·홍성 선거구였음에도 동일 지역구 기준을 적용해 감점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성과는 전혀 고려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오직 감점만 적용한다면 투명한 공천 명분과 원칙에 맞지 않기에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라고 서운함을 토로하면서도 "경선을 포기하기까지 수많은 이유와 사연이 있겠으나 지금은 오로지 총선 압승이라는 절체절명의 막중한 시대적 책무를 위해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고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 의원의 '경선 포기' 선언은 급작스러운 일로 평가할만하다. 홍 의원과 정치적 관계로 얽혀 있는 지역 군의원들도 경선 포기 사실을 기자회견 이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 선거구 구획조정이 이뤄져 청양군이 아닌 예산군과 하나의 통합선거구로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홍문표 한나라당 후보는 32.54%의 득표율을 기록해 득표율 22.25%를 기록한 조부영 자유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후보가 60.90% 득표율로 당선하면서 홍 후보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19대, 20대, 21대 총선에서 각각 50.80%, 36%, 54%의 득표율로 세 차례 연속 '금배지'를 달았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 "갑작스러운 소식"... "선수 교체로 지역 변화 있길"
홍성·예산 지역 내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5선 의원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 속에서 홍문표 의원은 돌연 불찰마를 선언한 것. 이로 인해 지역 여론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보수 성향의 한 유권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정신이 멍하다. 그동안 지역을 위해 헌신하며 일궈놓은 성과는 무시한 채 현재(홍성⸱예산)의 선거구가 아닌 36년 전 선거구(청양⸱홍성)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을 기준으로 감점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또 다른 유권자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충남혁신도시 내포신도시를 품은 홍성·예산지역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이번에 선수 교체를 통해 지역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예산 민주당 후보는 양승조?
결국 여당의 홍성·예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 경선 결과를 오는 25일에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홍 의원의 경선 포기 선언으로 강 전 수석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모양새다.
공천을 둘러싸고 홍문표 의원과 강승규 전 수석, 두 후보간 경쟁도 가열 양상을 보였던 터라 홍 의원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일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 전 수석의 '대통령 시계 배포 및 식사비 경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많은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 차원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강 전 수석은 "홍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또다시 가짜뉴스를 쏟아냈다"면서 "대통령실 간담회에는 1만 명 이상이 참석했고, 현장 간담회는 50차례 진행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절차에 따라 제공됐다. 관광 또는 식사 경비를 대납하거나, 사찰에 금품을 제공한 적은 일체 없다"라고 반박했다.
22일 경선 포기 선언 후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 홍 의원은 "앞으로 고민해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홍성·예산 지역구를 '전략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의 전략공천설이 돌고 있다. 양 전 지사는 그간 천안을 지역구에서 선거를 준비했었다. '홍성·예산 전략공천'에 대해 양 전 지사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에 "개인적으로 천안을에 남기를 원하지만, 최종적으로 당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알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홍주포커스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