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울 마포구을에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전략 공천했다.
서울 마포을은 한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천' 논란이 일었던 지역구이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출마를 해당 지역 당원협의회와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공식화하면서 반발이 거셌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불편한 감정을 전달했다고 알려지며 김경율 비대위원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해당 지역구는 사실상 공석 상태였다.
"진짜 민주화에 기여한 분 vs. 가짜 운동권 특권 세력"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오전 제12차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서울 마포을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후보로 결정했다"라고 알렸다.
"함운경 후보는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하고 운동권 정치의 해악을 해소하는데 헌신하고 계신 분"이라고 평가하며 "서울 마포을 시민들께서는 이번 총선에서 진짜 민주화에 기여한 분이 누구인지, 아니면 가짜 운동권 특권 세력이 누구인지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라북도 군산 태생인 함운경 후보는 지난 1985년 이른바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대표적인 '86 운동권'으로 꼽혔으나, 이후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문재인 정권 당시에는 '소득주도성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서울 마포을의 현역 국회의원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 의원이 처음 배지를 단 이후로, 서울 뉴타운 바람이 불었던 18대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구이다. 기본적으로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데다 소각장 이슈까지 겹치면서 국민의힘에는 대표적인 '험지'로 꼽히는 곳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쉽지 않은 지역구지만, 이른바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이라는 여당의 선거 프레임에 발맞추어 상징성 있는 인물을 꽂은 셈이다.
문제 없다더니 김현아 재논의... 비대위 vs. 공관위 파워게임?
한편 공천관리위원회는 앞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경기도 고양정 지역구 단수 공천을 보류한 김현아 전 국회의원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김현아 전 의원은 고양정 당협위원장 시절이었던 작년 1월, 같은 당 시의원·당원들로부터 운영회비 및 선거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42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제기됐다. 이에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당초 공관위는 김현아 전 의원에게 해당 지역구 단수 공천을 결정했다. 이철규 공천관리위원은 "1년 반 전부터 당내에 문제로 민원이 제보돼서 여러 차례 조사했고, 문제될 만한 건 발견되지 않았기에 승리할 수 있는 후보자로 판단해 포함했다"라며 "혐의는 있었지만 입증된 게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대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권 정지 사유 발생 건에 대해서 '정리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 중이고 사법적 판단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공관위에서 후보자 소명과 검토를 더 해달라'는 재논의 요구가 있었다"라고 보류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경선이 아닌 단수추천의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 분명해야 하고, 자신은 로직, 논리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와 공관위 사이의 알력 다툼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관위 안에서 '한핵관' 장동혁 사무총장과 '윤핵관' 이철규 공관위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동혁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기자들에게 "(김현아 전 의원의) 사법리스크 등에 대해 저희가 들여다본 부분과 다른 게 있을 수 있다"라며 "비대위에서 여러 사정을 재논의하고 검토해 보는 게 좋겠다는 의결이 이뤄졌다고 해서 '파워게임'이라고 표현할 일인지 모르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사자인 김 전 의원은 반발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입장문에서 "나는 기소되지도 않았고, 재판 중에 있지도 않다. 허위보도로 인한 여론재판이 있었을 뿐"이라며 "사법적 판단이 종결되지 않았으므로 공천 보류를 논의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