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의 재당선 : 28%
새로운 인물의 당선 : 58%
유권자는 현재 배지를 달고 있는 지역구 의원들보다 새로운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괏값입니다.
지지 정당별 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60%가, 국민의힘은 53%가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되길 원했습니다. 소수 정당 지지자들도 모두 절반이 넘게 새 인물을 원했고, 새진보연합 지지자들은 무려 84%나 다른 사람의 당선을 기대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이나 지역, 지지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대다수 유권자들이 현역 교체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 결과, '현역 물갈이'는 없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아래 공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 등 몇 명을 제외하면 절반가량인 45명의 공천이 확정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권성동·윤한홍·이철규·권영세·박진·추경호 의원 등 현역 의원 대다수가 단수공천을 통해 본선에 직행했습니다.
25일 발표된 19곳의 경선 결과에서도 정우택(5선·충북 청주상당), 박덕흠(3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이종배(3선·충북 충주), 엄태영(초선·충북 제천-단양), 장동혁(초선·충남 보령-서천) 등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5명 전원은 모두 승리해 지역구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정우택 의원처럼 동일 지역구 출마 3선 의원의 경우 감점을 부여합니다.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에 들어간 경우도 마찬가지로 감산을 받습니다. 무려 35% 감산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본선 진출이 확정돼 현역 물갈이가 덜 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텃밭인 TK (대구·경북) 선거구 25곳 중 지금까지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단수 공천 4곳을 제외한 13개 선거구에서 현역의원들이 경선에 나서는데, 25일 결과와 비슷하다면 현역의원들의 경선 탈락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배제'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천이 진행된다면 현역불패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민주당, 현역 줄줄이 탈락... 하위 20% 배제가 비명계 때문?
국민의힘과 반대로 민주당은 현역 의원들의 탈락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광주지역 1차 경선의 경우 북구갑 정준호 변호사가 조오섭 의원을, 북구을 전진숙 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이 이형석 의원을 동구남구갑에서는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가 윤영덕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민주당 7차 공천심사 결과를 보면 정청래·서영교·김영진·김용민 등 현역 의원 17명이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반면 비명계 의원인 송갑석·이용우·박영순·도종환 의원 등은 경선을 치릅니다.
일각에서는 '친명은 본선에 직행하고 비명은 경선을 치른다'는 말이 나옵니다. 비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현역 의원 평가 때문입니다. 송갑석(재선·광주 서갑),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광주 1차 경선처럼 상대 후보들이 청년이나 여성 등으로 10~25% 가산 비율을 적용받는다면 이들의 경선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시스템 공천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유권자의 요구
아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과 경선이 모두 끝나지 않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반된 후보들이 4.10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은 현역의원들이 재차 후보로 나서면서 '또 그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민주당은 비명이 떠난 자리에 친명이 온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현역 물갈이가 덜됐다는 지적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저희가 룰을 발표한 것은 현역들, 특히 중진급들에 대단히 불리한 룰이다. 30% 가까이 깎았다고 하는데 거기서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저희들이 현역 다선 의원에 대해서 감점 제도를 운영했는데, 이번에 보면 현역들이 지역구 관리를 굉장히 잘했거나, 그다음에 이제 경쟁 후보가 지명도라든가 이런 게 아직 알려지지 않아가지고 그렇게 됐다고 평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관련 기사:
국민의힘은 현역의 힘... 35% 감산에도 물갈이 없었다).
두 사람의 발언만 보면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새 인물은 총선에 나오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이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법적인 논란이나 의혹이 있는 의원조차 공천과 경선에서 다 통과하게 된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정당이 시스템 공천을 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우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잡음'만 없고 고인물이 빠지지 않는다면 과연 올바른 '시스템 공천'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의뢰하고 한국갤럽이 조사한 여론조사는 22~23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