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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 사흘 전인 지난 18일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 수원시를 찾았다.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119만 7000여 명)가 가장 많다. 선거구도 5개, 전국에서 시(市) 단위로는 최다 의석이다. 수도권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불린다.[편집자말]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시장과 지동시장을 연결하는 '지동교' 난간에 “경제폭망 못 살겠다!”라고 적힌 민주당 수원병 지역위원회 현수막과 “공공주차장 확충 중앙정부 지원 법령 마련”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시장과 지동시장을 연결하는 '지동교' 난간에 “경제폭망 못 살겠다!”라고 적힌 민주당 수원병 지역위원회 현수막과 “공공주차장 확충 중앙정부 지원 법령 마련”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 최경준
 
"윤석열 심판해야죠."

한아무개씨(65)는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4.10 총선의 성격을 물었더니, 나온 답변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팔달문시장에서 20여 년째 의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매대에 쌓여 있던 안 팔리는 의류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수납함에 넣느라 양손을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그의 답변은 멈추지 않았다.

"무슨 그런 대통령이 있어요? 자기가 한 건 다 정의라고 해놓고... 법은 공정해야지. 자기 마누라 사건은 다 덮어주고. (제가) 지난번에 (대선에서) 그 사람을 찍었어요. 근데 양아치예요. 그게 양아치지. 그 사람, 요번에 많이 혼날 거예요. 혼나야 하고."

수원은 과거 '보수의 텃밭'이었다. 고(故) 남평우 의원·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부자(父子)가 도합 국회의원 7선을 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5석(갑·을·병·정·무)을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수원 압승을 발판 삼아 경기 59석 가운데 51석을 따냈고,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대승(103:16)으로 이어졌다. '180석 거대 여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수원 지역 후보들이 각각 공동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갑), 백혜련(을), 김영진(병), 김준혁(정), 염태영(무), 국민의힘 김현준(갑), 홍윤오(을), 방문규(병), 이수정(정), 박재순(무). 2024.3.14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수원 지역 후보들이 각각 공동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갑), 백혜련(을), 김영진(병), 김준혁(정), 염태영(무), 국민의힘 김현준(갑), 홍윤오(을), 방문규(병), 이수정(정), 박재순(무). 2024.3.14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수원 탈환'을 위해 일찌감치 외부 영입 인사를 투입, 총력전을 예고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수원만 벌써 3번 이상 다녀갔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수원의 거리, 재래시장, 대형마트, 공원, 상점 등에서 만난 시민 20여 명 중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민은 3~4명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는 반응보다 "물가가 미쳤다.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는 울분이 컸다. "검찰 수사가 과했다"며 '조국혁신당'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탄핵 의석? 대통령 또 끌어내리면 어쩌자는 건가?"

오전 11시, 지하철 1호선의 수원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성균관대역에서 내렸다. 백팩을 맨 대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바로 옆 골목 상가로 향했다.

성균관대역 앞에서만 6년째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50대 최아무개씨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여당이 좀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유를 묻자, "어쨌든 대통령이 됐으니까... 야당 힘이 너무 센 것 같다. 야당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니까 (여당이) 제대로 일을 못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파마용 헤어 캡을 쓴 채 의자에 앉아 있던 60대 여성 고객이 돌아보며 "그래, 말 잘하네. 어떨 때는 야당이 꼭 미국 트럼프(전 대통령) 같아. 무식하게 막 밀어붙이더라고"라며 거들었다.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셔틀버스들.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셔틀버스들. ⓒ 최경준
 
버스를 타고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논밭을 가로질러 호매실지구 입구에 있는 홈플러스(서수원점) 앞에 도착했다. 블록 단위의 대규모 오피스텔과 아파트 단지가 논으로 둘러싸인 '도농복합지역'으로, 수원을 관할구역이다. 16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보수·진보 정당이 엎치락뒤치락 승리를 주고받을 만큼 대표적인 경합지다. 대규모 거주 단지인 호매실지구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홈플러스 뒤편 대형 상가 건물 층마다 수학·영어 등 보습학원이 2~3개씩 빼곡히 차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사 출신의 백혜련 후보가 3선에 도전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정치 신인인 홍윤오 전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이 맞선다.

상가 앞 도로에는 노란색 셔틀버스 4~5대가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버스 앞을 서성이던 60대 운전사 A씨는 "다 도둑놈의 새끼들이야, 허가 낸 사기꾼"이라고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그는 "투표는 해야지. 근데, 그놈이 다 그놈이라서"라며 "나도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민주당 개OO들이라 이번에는 안 찍어"라고 못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대체 뭘 잘못했냐고. 아니, 경제 어려운 건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다 어려운 건데, 어떤 놈이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 아냐? 대통령이 돼 가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학원 셔틀버스 운전기사 현아무개(64)씨가 "그럼 호주에 왜 보내. 이종섭이 (호주대사로) 보내면 안 되지. 당연히 보낼 때는 (정치적)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나?"라고 대거리를 한다.

A씨 "그 사람이 죄인이야, 뭐야?"

현씨 "일단은 지금 조사를 받고 있잖아."

A씨 "그게 죄인이냐고. 죄인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이는 왜 나와. 재판받고 있잖아. 그렇게 따지면 다 똑같은 놈들이지... 근데, 그 대사인가 뭔가, 내가 뉴스를 안 봐서 그러는데 뭐 때문에 재판받는 거야?"

현씨 "재판이 아니라, 지난번 장마철 때 해병대가 (사람 구하다가) 떠내려가서.... 근데 까놓고 얘기해서 솔직히 그걸(해병대수사단의 수사를) 무마시키는 것 자체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나가려면 깨끗이 털고 나가든가. 그럼, 누가 뭐라고 안 하잖아.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가 들어오라고 하니까 청와대(용산 대통령 집무실) 쪽에서 싫어하잖아. 어쨌든 문제가 있으면 외국에 내보내면 안 되지."


현씨는 기자에게 "여긴 야당 강세다. 옛날에는 여당 지지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인구가 늘어나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60%는 야당을 지지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여야 의석수가 한쪽으로 너무 기울지 않고 비슷해야 할 것 같다. 중간에 캐스팅보트 같은 역할을 하는 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박지원이 탄핵 의석 만들어달라고 하던데, 그것도 정말 잘못됐다. 대통령을 또 끌어내리겠다는 건데, 지난번에 끌어내렸으면 됐지, 또 끌어내리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혀를 찼다.

"윤석열, 그릇 안 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물을..."

다시 버스를 타고 서수원버스터미널, 화서역을 지나 수원KT위즈파크와 홈플러스(북수원점)가 마주 보는 장안구청 사거리로 향했다. 수원갑 선거구로, 민주당에서는 '처럼회'(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 회원 김승원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영입 인재'로 나섰다.
 
 수원KT위즈파크와 홈플러스(북수원점)가 마주 보는 장안구청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수원KT위즈파크와 홈플러스(북수원점)가 마주 보는 장안구청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최경준
 
백영기(58, 자영업)씨는 "하루 종일 (정치, 시사) 유튜브를 본다"고 했다. 상가 뒷골목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내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뚫어져라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경상도가 고향이라는 백씨에게 총선 결과를 전망해달라고 했더니, "특정 당을 지목하기는 좀 그렇지만,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조국씨 쪽(조국혁신당)이 10석 이상 갈 것 같다"며 "지금 26% 넘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30% 아니라 40%도 넘어서 싹쓸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씨가 정확하게 옳은 말만 하잖아요. 그라고, 한 사람을 잡고 검찰이 그라면 안 돼. 그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안 돼. 아무리 검찰이든 무엇이든 한 사람 잡고 1년 열두 달을 갖다가 그 주위를 뒤져삘면 그걸 우짜자는 말인데. 맨 처음에는 이거 수사했다가 또 별건 수사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거는 수사가 아이고, 사람 죽이는 일이다. 과도한 수사고...

그런(조국씨 같은) 사람들이야 먹고 살 돈이 있기 때문에 버티지만, 보통 사람 같으면 생활을 못 해요. 잡아 놔놓고 한 6개월만 돌려도 작살날 긴데. 보통 사람 같으면 그냥 바로 깨갱하면서 '아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 하고 나가야지, 그 안에서 뭐 한다고 버티고 있어. 검사가 시킨 대로 하고 나가 삘지."


찐만두를 포장해서 사가는 길에 홈플러스 앞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임아무개(24, 휴학생)씨는 "여당보다는 야당 후보들이 좀 더 많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 처리들이 대부분 뭔가 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억지로 건드려 놓고 판만 벌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시민들 눈치를 보면서 '이걸 하겠습니다' 했는데, 막상 판을 벌여놓고 끝맺음을 잘 맺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시민들 시선이 많이 안 좋아요. 저희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도 없고, 출산율도 낮고, 그러다 보니까 일단 경제 살리는 게 우선이잖아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임씨는 "김건희 여사 관련..."이라고 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장모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사건 등을 언급하더니, "그런 걸 봤을 때 좀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은 물을 담지 않았나, 그게 흘러넘치다 보니까 시민들한테 피해를 주고, (부정적인) 기사도 나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 외부 영입 인사들을 전략공천하는 등 수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하자, 임씨는 "근데 공을 들여도 여당에서 당선이 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법하다"면서 "왜냐하면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정부가 너무 못하다 보니까 야당과 여당이 바뀌지 않았느냐. 그걸 봐서라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유의미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격전지 민심-수원 ②]
"윤석열 독재, 이종섭 와도 소용없어... 한동훈 보면 속 안 좋다"

#총선#수원시#윤석열#김승원#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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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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