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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 사흘 전인 지난 18일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 수원시를 찾았다.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119만 7,000여 명)가 가장 많다. 선거구도 5개, 전국에서 시(市) 단위로는 최다 의석이다. 수도권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불린다.[편집자말]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 옆에 있는 팔달문시장의 모습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 옆에 있는 팔달문시장의 모습 ⓒ 최경준
 
[총선, 격전지 민심-수원 ①]
"그게 양아치지... 윤석열, 이번에 많이 혼날 거예요"

오후 4시경 도착한 팔달문시장 패션거리. 입구 끝에서 약 1km 반대편 입구 끝이 훤히 보일 정도로 손님이 없다. 티셔츠, 청바지, 아웃도어 등 다양한 종류의 옷을 진열해 놓은 상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지만, '열 집 걸러 한 집' 정도에 한두 명의 손님이 옷을 고르는 게 전부였다. 시장 골목에 드문드문 나타난 손님들조차 텅 빈 상점들을 곁눈질로 보며 "정말 장사가 잘 안되나 보네"라고 혀를 찼다.

팔달문시장을 비롯해 영동시장, 지동시장 등 팔달문을 둘러싼 9개 재래시장을 '남문시장'이라고 부른다. 팔달구를 권역으로 둔 수원병 민심의 척도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영진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은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았던 방문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비명' 잘라낸 것, 지금은 잘했다고 여론 돌아서..."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

시장에서 수입 상품을 파는 50대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김씨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것 같다"면서 "결국 핵심은 경제다. 경제가 너무 안 좋으니까, 뭐 어쨌다 저쨌다 아무리 (정치권이) 쌈질해도 정권 심판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제가 너무 안 좋은데, (윤석열 정부에서) 액션 같은 게 하나도 없잖아요. 아니, 경부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지하로 놓으면 뭐 해요. 고속철 지하로 놓으면 뭐 하냐고. 지금 당장 여기 시장 상인들은 살기가 팍팍한데... 여기 옆에 빈집들 보세요. 여기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재래시장에 너무 신경을 안 써요."

그가 가리키는 상점 내부는 텅 비워진 채 '임대'라는 안내문만 힘겹게 붙어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약초 판매상 박아무개(70)씨도 "시장 다 죽었어~"라고 크게 한탄했다. 박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여기가 전국에서 장사가 제일 잘 되던 곳이었다. 사람이 서 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밀려서 갈 정도였다"면서 "이번 정권 들어와서 우리 같은 서민들 위해 한 게 뭐가 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시장 패션거리 내부 모습.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시장 패션거리 내부 모습.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최경준

속옷 등을 판매하는 60대 한아무개씨는 "이재명이 좋아서 지지한 사람은 얼마 안 된다. 윤석열보다는 낫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100% 수원 5개 지역을 민주당이 다 이긴다"고 자신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전면에 나섰는데.

"그 사람도 끝났어요. 그 사람은 당 멘트뿐이 없잖아요. 비전이 없어요. (선거전에) 나왔으면 이재명이 흉만 보지 말고 '나는 그 사람과 어떻게 다르다'라는 걸 내놔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잖아요. 처음에는 기대했던 게 좀 있었는데 민심이 엄청 돌아섰어요. 윤석열이하고 완전히 똑같아요. (한동훈이 아니라) '반동훈'이지 뭐예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정치는 미래를 보고 국민들한테 희망을 줘야 하는데 그 사람은 절망만 줘요."

- '민주당이 180석 가지고 뭘 했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도 아주 바보지. 이번에 (공천에서) '비명'을 잘라내는 게 처음에는 나도 싫었거든. 근데, 지금은 잘했다고 봐요. 다들 잘했다고 여론이 확 돌아섰어요. 야당이 (똘똘 뭉쳐서) 힘을 내야 하는데, 야당이 야당답지 않게 그게 뭐예요. 180석 가지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당내에서) 이재명이만 죽이려고 하니까... 그게 기득권 싸움 아니냐고."

-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 혼날 거예요. 윤석열이가 독재하는 거예요. 틀리면 고쳐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냥 밀어붙이잖아요. 의대 증원? 분명히 해야죠. 그런데 방법이 나쁘잖아요. 자기가 던져놓고, '니네가 안 따르면 그만이다', 그게 독재예요. 그동안은 그게 통했지만, 이번에는 안 통하잖아. 그리고 이종섭이 (호주대사로) 보낸 것도, 문제가 있으면 보내지 말고 다음으로 유보해야지. '내가 보낼 테니까, 니네는 따라와', 그게 결정적이었죠. 이제는 이종섭이 와도 소용없어요(이종섭 주호주 대사는 21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했다. - 편집자주). 다 끝났잖아."

- '조국혁신당'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

"민주당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조국)이 나와서 시원시원하게 하잖아. 민주당은 그걸 못했잖아요. 이번에 홍영표, 이상민이 같은 사람이 (당을) 나갔는데, 그 사람들은 맨날 윤석열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이재명이랑 싸웠잖아. 야당이니까 여당과 싸워야지. 근데 그 사람들은 전부 이재명이를 죽이려고 그랬잖아요."

- 총선 결과 전망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다 나와 있잖아요. 민주당이 수원뿐이 아니라 경기도 전부 싹쓸이할 거예요.. 수원에서 여기(팔달구)가 제일 민주당 약세거든요. 여기도 오차 범위를 벗어나서 이기던데. 왜 그러냐면, 시장 경제가 너무 안 좋아요. 여기 상인들 95%가 적자에요. 시장에 손님이 한 명도 없잖아요. 정말 심각해요."

그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내가 윤석열이한테 잡혀가면... 또 입틀막 당하잖아. 미친 OO"라며.  

채소, 생선, 정육 등 식품을 주로 파는 지동시장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옆에 있는 '순대곱창타운' 식당 테이블은 손님들이 절반 정도 차 있다. 팔달문시장과 지동시장을 연결하는 '지동교' 옆 난간에 민주당 수원병 지역위원회가 내건 짧은 문구의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경제폭망 못 살겠다!" 그 옆으로 "공공주차장 확충 중앙정부 지원 법령 마련"이라고 적힌 국민의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민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정근(74)씨는 "윤석열이 자꾸 비판하는데, 비판만 할 게 아니다. 사실 윤석열이가 잘하려고 하는데 안 되는 것"이라며 "그게 야당 인원이 많다 보니까 무조건 트집 잡는 거 아닌가. 잘한 거 잘했다고 하고 비판할 땐 비판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또 "조국 같은 경우도 자기를 포함해 온 가족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2심까지 (유죄를) 받았으면 물러나야지, 뭘 욕심을 부리고 또 나와서 당을 차리느냐"면서 "법무부 장관까지 했다는 사람이 우리나라 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본관이 있는 수원시 영통구청 사거리 모습
삼성전자 본관이 있는 수원시 영통구청 사거리 모습 ⓒ 최경준
 
"윤씨 찍은 사람들,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차라리 코로나 때가 나았다"

영통구청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본사 정문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며 쏟아져 나왔다.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놀이터에는 퇴근한 젊은 부부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0대 중반의 한 시민은 "이 지역은 원래 민주당 쪽 후보가 당선이 잘 되는 곳"이라며 "이번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같이 얼굴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 출마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원정 지역은 소득 수준이 높은 30·40대가 주로 거주하는 광교신도시와 매탄동 중심의 구도심이 공존한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17.18.19대 총선에 모두 승리했고, 보궐선거로 바통을 이어받은 박광온 의원도 22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국민의힘은 험지 중 험지인 수원정에 일찌감치 '영입 인재 1호'인 이수정 후보를 배치했다. 정치신인이지만, 그의 인지도로 난국을 돌파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이수정 후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문을 제공하며 '전국구 프로파일러'로 명성을 크게 얻었고, 유명 시사·교양·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넓혔다.

민주당에서는 원내대표 출신의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이기고 올라온 김준혁 후보가 나섰다. 중앙대 사학과 박사 출신으로 '정조대왕 전문가'로 불린다. 역시 정치신인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주목하는 차세대 에이스다. 당내 경쟁자였던 박광온 의원도 "지지자들과 결집해 전폭적으로 돕겠다"며 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오후 7시. 한창 시끌벅적해야 할 시간이지만 권선구 권선동 권선종합시장 내부는 비교적 잠잠했다. 대낮처럼 환하게 켜놓은 천장 전등이 손님 하나 없는 시장 골목을 휑하게 비췄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일반 상점 대부분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족발, 순대 등을 파는 몇몇 식당에서만 취객들의 건배사와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두부, 만두 등을 만들어 파는 김재규(63)씨도 아내와 함께 천막으로 매대 물건들을 덮으며 상점 문을 닫는 중이었다.

"죽을 맛이에요. (높은) 물가 때문에 사람들이 (시장으로) 나오지를 않아요. 우리만 해도 지금, 만둣값 올리면 누가 사가겠어요? 그런데 재료비는 몇 배로 들어가죠. 어떻게 물건을 만들어 팔겠어요. 지금 야채값 한 번 보세요, 몇 배가 올랐나. 정부에서 발표하는 게 뭐 얼마라고 하죠? 실제 가서 한번 사 봐요, 그 돈으로 살 수 있나."

김씨는 "저희 같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든 사람들은 그거(경제, 민생) 잘하는 놈이 최고"라면서 "그럴 만한 인물이 나와줘야 되는데, 맨날 보면 그게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정당) 색깔만 들고나와서 '나 여기 출마했어'하는 게 정치인데, 그 사람이 뭘 알아서, 뭘 해줄 거냐"는 한탄도 뒤따랐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번 총선도 지난번과 판세가 똑같지 않을까 싶다"면서 "여기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인지도가 있고, 그 전에 김진표 의장이 국회의원 했던 지역이고, 또 여기가 민주당 세가 원래 좀 강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 지역은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신설된 수원무 지역은 수원정에 있던 김진표 의장이 옮겨와 20대·21대 총선에서 당선했다. 김 의장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경기도부지사 출신의 염태영 후보가 나선다. 수원에서 태어난 염 후보는 매산초·수성중·수성고를 거쳐 수원시장 3선을 지내 지역 민심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에선 박재순 수원무 당협위원장이 21대 총선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재도전한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종합시장에 손님이 없어서 상점이 일찍 문을 닫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종합시장에 손님이 없어서 상점이 일찍 문을 닫고 있다. ⓒ 최경준
 
"이쪽으로 오세요. 얼른 들어와요."

오랜만에 손님을 발견한 김아무개(65)씨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들뜬 목소리로 황급히 손짓했다. 시장에서 족발·순댓국집을 20여 년 운영했다는 김씨는 "장사가 너무 안된다. 지금 사람들로 버글버글해야 할 시간인데, 한 사람도 없는 거 보라"며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내가 딱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 저기, 윤씨 찍은 사람들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대. (왜요?) 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그렇지요. 좀 살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지. 일단 회사 자체도 회식이 없어요. 전에는 진짜 회식들 엄청 했잖아요. 그리고 전에는 재래시장 살리기라고 해서 상품권 같은 걸 많이 풀었잖아. 그런 게 아예 없으니까 재래시장 쪽은 지금 다 죽어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소리예요. 차라리 코로나 때가 더 나았다고. 코로나 때는 돈(재난지원금)이나 나와서 그거 쓸려고 사람들이 (시장이나 식당에) 많았잖아요. 그나마 그때는 좀 나았는데, 지금은 아예 딱 막혀 있으니까. 사는 게 너무 힘든데, 서민을 좀 살 수 있게끔은 해줘야 하는데, 그런 정책이 아예 없어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수원 재래시장을 방문해 주차장 설치 등을 공약한 얘기를 해주자, 김씨는 코웃음을 쳤다.
 
"난 그 사람 얼굴만 보면 토할 것 같아. 너무 말을 싸가지없이 함부로 해. 말이 정제되지 않아.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를 우습게 보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당을 떠나서, 말을 해도 조금 상대방이 들을 수 있게, '밉상은 아니다' 정도로 조금 가려서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토할 것 같다고."


반면 김씨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람이 괜찮더라. 일단 좀 정이 가고, 가족이 다 망가진 거 보면 좀 안쓰럽기도 하다"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캐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근데 너무 그냥 가족을 '몰살'시켜 버렸잖아요. (검찰 수사가) 너무 심했지. 마누라하고 자식이고 다... 같은 부모 입장에서는 좀 그렇더라고요. 자기네들은 먼지 안 나오겠어요? 다 똑같지. 못 털어서 안 나오는 거지. 너무 막 파내니까, 묵은 것까지 파내니까, 그게 좀 미운 거지."

#총선#김준혁#김영진#염태영#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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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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