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너무한 거 아입니까. 잡으란 물가는 안 잡고, 도대체 왜 뭐하는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훑고 간 부산 남구 전통시장인 못골시장에서 만난 한 70대 유권자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요즘 물가 어떻게..."라며 운을 떼자마자 한 말이다. 그는 한바탕 속에 있던 얘기를 퍼붓곤 가던 길을 재촉했다. 결국 총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은 건네지도 못했다.
부산도 고물가에 선거판 출렁... 유권자들 아우성
이날 오후 김부겸 선대위원장은 박재호 후보 지원사격을 위해 부산 남구를 찾았다. 그는 한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든 채 박 후보와 대화를 이어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논란을 빚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 발언을 풍자하는 장면으로도 비쳤기 때문이다.
남구 주민들의 가장 큰 현안도 고물가였다. 가파르게 오른 과일값, 생필품값 등을 보며 최아무개(68)씨는 "장 보러 가면 화가 날 정도다. 대통령이 너무 현실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과를 사기 직전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인근 먹거리 가게 주인인 박아무개(31)씨는 "재룟값이 오르니 안 올릴 수도 없고, 손님이 많이 줄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런 까닭인지 야당의 '정권심판'에 동조하는 이들을 여럿 만났다. 정아무개(48)씨는 "민생토론회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사, 쇼"라며 "이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속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주민은 "검찰을 동원하는 건 잘하던데 이런 건 참"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민주당의 남구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한 옷가게로 들어가던 40대 김아무개씨는 "물가가 문제인 건 맞는데 야당이 사사건건 국정 발목잡기를 하니까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 않으냐"며 짜증 섞인 말을 던졌다. 그의 표심은 이미 한쪽으로 기운 눈치였다. 자연스레 질문은 총선으로 옮겨갔다.
김씨는 "여당을 찍을 것이고 그래야 윤 정부가 잘 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함께 있던 김씨의 친구도 "아무래도 지역이 발전하려면 집권여당, 힘 있는 박수영이 낫다"라며 그의 말을 거들었다. 김씨는 야당이 대거 당선하면 현 정부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걱정했다.
반면, 비를 피해 한 횡단보도 옆 계단에 앉아 있던 또 다른 김아무개(55)씨는 앞에서 만난 이들과 의견이 조금 달랐다. 그는 "여긴 정당만 보면 국민의힘이겠지만, 인물은 박재호 평이 더 좋다"라며 자신 주변의 분위기를 전했다.
두 개 선거구가 하나로... 윤석열 정권 중간평가 여론 변수
부산 남구는 선거구 획정에 따른 합구로 과거와는 딴판인 조건에서 총선에 들어간다. 인구 하한 미달로 지난 총선에서는 갑·을 두 개 였던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재선인 남구을의 박재호 민주당 후보와 초선인 남구갑의 박수영 국민의힘 후보가 서로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 번도 남구갑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남구을에서 연이어 의석을 내줬다.
지역 밀착형으로 평가받는 민주당 박 후보는 특유의 강점을 앞세워, '친윤'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박 후보는 정부 지원을 끌어낼 일꾼론을 내밀며 승부를 걸었다. 그런 이유로 신경전도 거세다. 두 후보는 경쟁하듯 야외민원실을 설치한 데다, '대통령 제정신입니까'나 '산업은행 남구 이전' 등 곳곳에 대비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세 차례 선거로 좁혀보면 과거 표심은 국민의힘으로 기울었다. 21대 총선에서 남구을 박재호 후보는 1.76%P 차이로 신승했지만, 남구갑 박수영 후보는 11.04%P 격차로 이겼다. 이후 대선·지방선거를 거치며 남구의 쏠림 현상은 더 강해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투표한 유권자의 59.17%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65.76%가 박형준 부산시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공표되면서 이전과 달리 민심은 출렁이고 있다. 쉽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격전지가 됐다. 합구 이후 2번의 여론조사가 공표됐는데,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최근인 KBS부산·국제신문-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박재호 후보는 44%, 박수영 후보는 42%로 나왔다. 특히 정권 안정론(45%)과 심판론(48%) 의견이 팽팽했다.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44%)이 민주당(32%)에 비해 더 높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이 경합인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양측은 속이 타는 모습이다. 박수영 후보는 최근 여당의원 단톡방에 "부산 위험"이라는 글을 올리거나 페이스북에 "일하고 싶다"라며 큰절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박재호 후보는 오랜 인연인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두 후보측 캠프에 앞으로의 선거운동 계획을 물었더니 공교롭게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완전 초박빙이에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KBS부산, 국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부산 남구 만 18세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 21일~24일 진행했다. 전화면접조사 방식이었고,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