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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역 앞. 건물 밖으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역 앞. 건물 밖으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 류승연
 
"지역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도대체 이런 X 같은 경우가 어디있냐고요."

경기도 안산 지역의 중심가인 4호선 상록수역 앞. 선거구로 따지면 '경기 안산갑' 지역구인 이곳에서 수십 년간 택시를 운전해 온 60대 이아무개씨는 2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후보에 대한 민심'을 질문받자 곧장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무수히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서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로 선택해왔다고 밝힌 그였다. 심지어 현역 전해철 의원이 세 번 '배지'를 달 동안, 매번 전 의원을 응원할 만큼 그는 오랜 지지층이었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씨는 '변심'했다. "중앙 정치에 치중하며 지역에 소홀했던" 전 의원을 향한 불만에, 막말·편법 대출 등 논란의 양 후보에 대한 분노가 보태진 결과다.

"난 진짜 민주당은 다시는 안 뽑을 거예요. 이번엔 무조건 (국민의힘) 장성민이에요."

"사죄한다"던 양문석, 그러나... 

양문석 후보는 과거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31억 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새마을금고에서 11억 원의 사업자 대출을 일으킨 뒤 아파트 대출금 일부를 대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아파트를 재산신고하며 실거래 가격(31억 2000만 원)이 아닌 공시가격(21억 5600만 원)으로 낮춰서 신고한 일이 알려지면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양 후보는 지난 1일 늦은 오후, 본인 소셜미디어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번 '편법 대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문제의 아파트 처분 계획을 밝히는 등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관련 기사: 양문석 "한번 더 사죄…아파트 처분하겠다" https://omn.kr/28323 ).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이날 만난 경기 안산갑 민심은 싸늘했다. 상록수역과 본오동에서 인터뷰에 응한 유권자 6명 전원이 양 후보를 향한 '심판 의지'를 드러냈을 정도였다. 참고로 상록수역은 양 후보 캠프 사무실이 위치한 곳으로 지난 3월 28일 양 후보가 선거출정식을 열 정도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3월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3월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 연합뉴스
 
"전해철이 와도 될까 말까인데 양문석이 되겠어요? 그럼 지역 작살나는 거죠. 기자님도 아실 거 아니에요."

상록수역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우성아파트. 이곳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60대 김아무개씨 역시 양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의 분노는 특히 '편법 대출' 사건에 더해졌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막말 사건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는데 대출 사건으로 더 나빠졌다"라고 덧붙였다. 

본오동 H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지아무개씨는 양 후보를 둘러싼 대출 논란에 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씨는 "개인이 사업자 대출을 끌어와 부동산 대출을 메우는 경우는 드물다"며 "제3금융권에서 편법적으로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 등록증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엔 (딸이) 아파트 매입 자금의 일부를 대환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한 것 아니냐"며 "완전히 편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당원 정도의 극성 지지층만 '그래도 양문석'이라고 하지, 일반 시민들은 (양 후보가 안산갑 후보로 낙점된 걸 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유권자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이야기해요. 한마디로 '깃발만 꽂으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고. 그래서 '이번엔 표로 심판하자'고들 얘기해요."

기권 선언한 민주당 지지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안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현수막.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안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현수막. ⓒ 연합뉴스
 
그렇다면 분노한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본오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아무개씨는 이번 총선 '기권'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소개한 그는 "양 후보는 딸 대출 사건 때문에 도저히 못 뽑겠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으니 딜레마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도 찍지 못할 것 같다, 기권"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를 '역선택' 하겠다는 지역민들도 있었다. 

앞서 만났던 우성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내 주변 여론을 보면 현재로서는 장 후보가 유력하다"며 "옛날에는 무조건 당 보고 후보를 많이들 찍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장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김씨는 "(장 후보) 공약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전해철이나 양문석이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니까, 장 후보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더라도 어부지리로 찍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부동산 중개업자 지씨는 "장성민 후보에 대해 호감이 있거나, 장 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어부지리로 뽑겠다는 정서가 생기고 있다"며 "어차피 두 명(양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이쪽 지역 사람들이 아닌 '낙하산' 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지씨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라도 민주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권자 입장에서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석 수 하나가 중요하겠지만, 국민의힘에 한 석을 내어주게 되더라도 대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록수역 근방에서 만난 또 다른 택시운전사 60대 인아무개씨 역시 "민주당이 (양 후보를) 계속 안고 가면 안 된다. 완전히 (지역주민들에게)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측 "후보 '유세 동선' 당분간 공개 안 한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양 후보와 만나기 위해 이날 오후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그의 선거캠프를 찾았지만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양 후보 캠프 관계자는 "내일(3일) TV토론회가 있다, 양 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느라 오늘 공식 유세 일정이 없다"면서도 "이후에 유세 현장에 합류하겠지만, 그 일정은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취재진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캠프 측은 양 후보 관련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해왔던 '안산갑 지역의 현장유세 동선'도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 후보를 둘러싼 논란 이후 유권자 반응을 묻는 질문에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반감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극소수"라며 <오마이뉴스>가 현장에서 접한 민심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내놨다.

그는 "한편에서는 양문석이 세니까 (국민의힘이) 양문석을 잡으려고 그러는(논란을 퍼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문석#더불어민주당#안산갑#22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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