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당이나 야당 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정권은 좀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통령이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하잖아요.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꼭 ○○ 같아요."
1일 대전 서구 괴정동에서 만난 A(51·여)씨는 이날 오전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새롭게 달라진 내용은 없고 자기 얘기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함께 일하는 직원이 100명이 넘는 직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분들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 이유를 묻자 "지난 선거(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밀어 줬는데 변한 게 없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으니까 서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그러니까 기우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변동에 사는 B씨(40대·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B씨는 하나로마트에서 마침 장을 보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그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말도 못한다. 대파 한단 얼마라고 하면서 정치권에서 쑥덕거리던데, 정말 열불이 난다"며 "없는 사람 먹고는 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나. 이번 선거에서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고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여당의 '정권안정론'을 지지하는 시민도 있었다. 도마동 배재대학교 앞 거리에서 만난 C(20·남)씨는 "이번에는 그래도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을 잡은 지 얼마나 됐다고 심판하나? 적어도 임기는 지나야 평가도 하고 심판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가장동 들말어린이공원에서 만난 D(80대·남)씨는 "너무 대통령을 욕한다. 국민이 뽑아 줬으면 존중해 주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줘야지. 허구한 날 물고 뜯으니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면서 "나는 그래서 그 이재명이 싫다. 감옥에 가야할 사람 아니냐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나와서 야당 대표라고 큰소리 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구갑, 박병석 불출마로 무주공산...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4파전
대전 서구갑은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다. 현역의원이 불출마하다보니 예비후보들이 대거 몰렸다. 민주당 예비후보 6명 국민의힘 예비후보 5명이 공천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가 탈당, 현재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당 장종태(71) 전 서구청장이 3인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다. 3인 경선에서 배제된 안필용(51)·유지곤(43) 예비후보가 반발하며 탈당, 각각 새로운미래와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수연(57) 변호사가 3인 경선에서 승리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장종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는 모양새다. 굿모닝충청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장종태 후보는 49.3%로, 37.3%를 얻은 조수연 후보에 12.0%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필용 후보는 3.4%, 무소속 유지곤 후보는 1.7%를 얻었다.(대전 서구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714명을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ARS)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67%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뉴스티앤티/데일리한국충청이 (주)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장종태 후보 39.5%, 조수연 후보 38.1%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무소속 유지곤 후보 6.6%, 새로운미래 안필용 후보 5.4%였다.(대전 서구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600명 대상. 조사방법은 무선 ARS 9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유선 ARS 10% 유선전화번호 RDD 비율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에 무관심한 시민들도 많았다. 민심을 듣기 위해 취재를 나왔다고 말을 걸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응답을 거절했다. 겨우 설득하여 말을 걸어도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른다', '투표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도마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E(40대·여)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면서 "후보들의 공약이나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사실 제 피부에 다 와 닿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도 큰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은 "항상 권력에는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야당이 이기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20대 남성)", "요즘 국회의원들은 하나 같이 썩어 빠진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철학도 있고 의리도 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세금만 축내는 것 같다(70대 남성)"는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달라진 선거운동 분위기가 낯설다는 시민도 있었다. 괴정동 한민시장의 한 상인은 "요즘은 선거가 옛날처럼 그렇게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대형유세차를 동원해서 크게 소리 지르는 선거를 요즘 주민들은 싫어한다. 가능하면 직접 만나서 인사드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종태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 밥값 하겠다"
장종태 민주당 후보는 '밥값 하겠습니다'는 구호를 내걸고 서구청장을 두 번 한 검증된 일꾼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올해 나이 71세라는 점 때문에 상대 후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변동오거리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는 장 후보를 만났다. 그는 "이번 선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다. 지난 2년 동안 국정운영에서 정부의 난맥상을 확인했다. 심판하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수연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조 후보는 일제 강점기 옹호, 대전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는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범 가해자 변호, 대전 3.8 민주의거 모욕, 5.18 희생자 모욕, 100억대 전세사기 가해자 변호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장 후보는 "이번 기회에 조 후보는 그 동안 살아온 이력에 대해서 스스로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며 "그리고 자신이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있는 지 물어보라"고 충고했다.
조수연 "서구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조 후보는 '서구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합니다'라는 구호를 통해 과거가 아닌, 미래의 일꾼임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은 57세로 장 후보에 비해 젊고 패기가 있다면서 비교하기도 한다.
2일 대전지역 지원유세를 온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유세차에 오른 조 후보는 "대전 서구갑은 무려 24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런데 지역발전을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거기에 다시 8년 동안 서구청장을 한 분이 나왔다. 그 분은 도대체 8년 동안 서구갑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기억나는 것은 각종 축제에 가셔서 축사 한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이렇게 서구갑 지역의 발전을 하나도 챙기지 않은 분들이 다시 출마해서 지지해 달라고 한다"며 "정말 염치도 없다.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이 반드시 표로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보여준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굴종의 모습이나 중국 저자세 외교 등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유민주주의, 인간의 존엄성 등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키고 민생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힘이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필용 "중앙정치와 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한 후보"
내동 안골네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던 안필용 후보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면서도 인물론을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을 만나보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 많이 분노하신다. 그래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오신 분이 그 얘기를 강하게 안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중앙정치와 행정을 모두 경험한 후보는 저 밖에 없기 때문에 인물에 있어서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문제가 있는 분들이어서 차분히 설명을 들으시면 저에게 마음을 주신다"고 말했다.
그의 공보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민주당을 떠났습니다. 진심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민주당 지역 기득권은 공천신청도, 객관적 여론조사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경선의 기회마저 빼앗았습니다'라는 글귀를 실었다. 그의 심판은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겨냥하고 있기도 하다.
유지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무소속 선택해 달라"
유지곤 후보는 '카이스트 미래전략가'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43세의 성공한 청년사업가다. 괴정동 한민시장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하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그의 선거운동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 곳곳을 누비고 있다. 후보 역시 골목골목을 걷고 또 걸으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고 선거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유 후보는 "무소속이라 힘들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1번 2번 다 실망하셨지 않느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수 있는 무소속 후보에게 한 번 투자해 달라고 말씀드린다"며 "그러면 많은 분들이 끄덕여 주시고 힘내라고 해 주신다"고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이공계 출신의 중소기업인, 소상공인들이 더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더 많이 낼 수 있다. 그 진정성을 주민들이 알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서구갑 주민들은 지난 6번의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박병석 후보를 지지했다. 24년 동안 단 한 번도 당과 인물을 바꾸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번 만큼은 여야 어떤 후보를 선택하든 새로운 인물이 지역을 대표하게 된다. 결과는 1주일 후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