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22대 총선 254개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선거 공보가 등록되지 않은 후보 1명 제외),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쓴 후보는 77명(30.4%)에 그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진을 사용한 후보는 173명(6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기사 :
윤석열 사진 쓴 후보 '77명'뿐... 대통령 사라진 국힘 선거공보 https://omn.kr/283gi).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 중반에 머무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후광을 '대체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나름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주로 착용하는 흰색 옷을 입은 여당 후보들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후보자 이름과 기호 2번은 크게 보여주는 대신 당명과 빨간색은 최대한 작게 표시하는 '우회 전술'로 보이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차단하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이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
그런 가운데,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전의 한 구청장 재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후보가 빨간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중구청장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동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서 기호 8번을 받았지만, 흰색이 아닌 빨간색 옷차림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펼침막이나 SNS 홍보물에도 '국민의힘이 지지한 후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대전에서 중구청장을 이번에 다시 뽑는 이유는 김광신 전 중구청장(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귀책 사유가 발생한 만큼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2023년 12월 이동한 후보가 제23대 대전 중구 부구청장으로 취임하고, 그가 두 달여 만에 명예퇴직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자당 소속 구청장의 당선무효로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의힘이 이동한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이 후보가 이를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무늬만 무소속' 논란이 일었다. 그가 '국민의힘이 지지한 후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이은권 국민의힘 중구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거리 유세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최근 논평을 내어 "국민의힘의 무소속 이동한 후보 지지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당의 무공천 방침을 무력화하고 거짓말 후보를 지지한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무늬만 무소속이지, 사실상의 국민의힘 후보라는 것이다.
후광효과도 좋지만
'후광효과(後光效果, halo effect)'는 심리학 용어로, "외모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을 경우 그 사람의 지능이나 성격, 능력 등도 좋게 평가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일종의 인지 편향인데, 사람의 첫인상이나 제품의 브랜드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 후보자가 후광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 후 특정 정당에 가입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소속 후보자가 특정 정당의 지지와 당색을 적극 활용하며 무공천 방침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를 두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