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 출신의 주기환 대통령 민생특보가 2020~2021년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 측으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수수했을 가능성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이 '검경 사건 브로커' 관련 재판에서 공개됐다.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수감 중)씨가 연루된 전남경찰청 인사 비리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검찰이 '권력 실세'이자 '검찰 식구'인 주 특보 관련 의혹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브로커의 사건 무마 수사 과정에서 돌연 불거진 경찰관 인사비리만 파헤쳤다며, 검찰의 수사권 자의적 행사를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변호인, 주기환 선거자금 5억 수수설 담긴 자료 재판부에 제출
변호인은 주 특보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뛸 당시 브로커 성씨로부터 약 5억 원의 불법 선거 자금도 수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참고인 진술이 담긴 검찰 수사기록을 첨부한 의견서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7단독 김소연 부장판사는 4일 '2021년 전남경찰청 경찰관 승진 인사 비리' 사건 관련 제3자뇌물취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65·경감 퇴직)씨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경찰과 검찰 인맥이 두터운 브로커 성씨가 이씨 측 신청에 의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성씨는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별건 구속)씨 측으로부터 검경 수사 무마 명목으로 2020~2021년 사이 15억 원 상당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퇴직 경찰관 이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별건 구속된 성씨를 상대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피고인을 수사 및 기소했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제시한 증거가 2023년 7월 탁씨가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내용이 담긴 수사 기록이었다.
해당 검찰 기록에는 성씨가 공범 전아무개씨가 가지고 있던 로비자금 5000만 원 가운데 3000만 원을 주 특보에게 건네야 한다며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탁씨의 진술이 담겼다.
15억 원 상당의 검경 로비자금이 탁씨에게서 나온 것은 그간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으나, 브로커 전씨와 성씨를 거쳐 주 특보에게로 로비자금 일부가 흘러갔을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인석에 있던 성씨는 로비 자금 3000만 원을 주 특보에게 전달했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탁씨의 일방적 주장이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변호인 추궁이 이어지자 검사가 "이 사건(경찰 인사 비리)과 관련 없는 신문이다"며 제지했으나, 재판부는 "신문을 계속하라"고 변호인 손을 들어줬다.
거듭된 변호인 신문에도 성씨는 주 특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 특보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성씨로부터 억대의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주 특보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출마 당시 약 5억 원의 금품을 성씨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참고인 탁씨 진술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을 이 사건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주 특보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된 선거 자금 역시 탁씨는 자신이 성씨에게 건넨 사건 무마 로비 자금 15억 원 가운데 일부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브로커 성씨 뿐아니라 탁씨도 '국힘 선거운동' 도운 정황
브로커 성씨는 부인하고 있으나, 취재 과정에서 성씨가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 과정에서 주 특보 등을 위해 당원 모집을 돕는 등 국민의힘 선거 운동에 나선 사실이 파악됐다.
뿐만아니라 성씨 부탁을 받고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씨 또한 가족과 지인을 동원하면서까지 선거 운동을 도운 정황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주 특보를 둘러싼 의혹은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씨가 "브로커 성씨를 처벌해달라"며 지난 2022년 9월 광주지검에 제출한 진정서에도 일부 담겼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을 향한 로비 초기에는 성씨와 탁씨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갔으나 성씨가 줄기차게 추가 로비자금을 요구하고, 코인 투자사기 관련 광주경찰청의 별건 수사가 제대로 무마되지 않으면서 탁씨는 브로커 성씨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했다.
주기환 특보, 해명 요청에 답변 내놓지 않아
검찰 "브로커가 부인하는데 수사 진척 되겠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주 특보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광주지검은 주 특보 금품수수 의혹 및 검찰의 편파 수사 관련 변호인 주장에 대해 "브로커 성씨가 부인하고 있지 않으냐"며 "주 특보 의혹의 핵심 인물이 '그런 사실이 없다'며 줄곧 부인하는데, 관련 수사가 진척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퇴직 경찰관 이씨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 밖에서 기자와 만나 "검찰이 브로커 성씨 관련 경찰관 인사 비리 의혹은 탈탈 털어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는데, 주 특보 관련 의혹은 사실상 아예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며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불공정하게, 매우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뢰인을 변호하는 제가 파악하기로는 검찰이 브로커 성씨를 (사건 무마 관련 혐의로) 별건구속한 상태에서, 본건(인사 비리) 수사를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인데 사건 무마 혐의로 성씨를 일단 별건 구속해 놓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의뢰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관련 검찰 수사 기록을 확보, 제시하며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주 특보는 브로커 성씨가 지난해 8월 검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골프 모임을 하는 등 친분이 뚜렷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의 주 전 위원장은 광주지검에서 조사과장과 수사과장을 역임한 뒤 2020년 12월 말 퇴임했다. 브로커 성씨 사건이 불거진 뒤 광주 법조계에선 주 전 위원장이 성씨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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