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상 장애가 있고, 중증의 장애인으로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장애인콜택시 탑승 거부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차별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중증지체장애인 황씨에 대한 장애인차별행위를 중지해 달라는 임시조치 요구에 대해,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서울특별시가 황씨의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허용할 것을 주문했다.
중증지체장애인 황씨는 1975년생으로 1994년경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으로 등록 하였다. 장애인증명서 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판정받았고, 2021년에는 '보행상 장애가 있는자에 해당한다'는 심사 결과를 받기도 했다.
황씨는 2020년 11월경 서울시에 장애인콜택시 탑승을 신청하였으나, 서울시는 황씨가 '중증'보행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탑승을 거부했다.
황씨는 자신이 보행상 장애인이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며,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므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만 다른 해석, 결과는 장애인 차별?
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임한결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률센터)는 "황씨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관련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황씨의 특별교통수단 이용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재화, 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 사건에서 '보행상의 장애가 심한 자'이어야만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으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보행상 장애인으로 장애의 정도가 심하고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만큼, 황씨가 보행상 장애인에 해당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점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서울시가 '보행상의 장애가 심한 자'이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면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되고, 반드시 '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일 것을 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복지법 상 '심한',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지 않아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에 따른 '보행상의 장애인'인지 여부는 '장애정도 판정기준'에 따르게 되는데, 관련 고시 어디에서도 '심한' 보행상 장애와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는 내용은 찾아 볼 수 없으므로 관련 법령상 '보행상의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인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금지되는 차별행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1항에서 차별금지를 규정한 '행정절차 서비스 제공'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열거한 차별행위이고, 서울시가 황시에 대해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였다고 판단했다.
법원, 서울시가 별다른 근거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
황씨는 실제 대전, 부산, 인천, 제주 등 지역에서는 특별한 어려움 없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였는데, 법원은 이에 대하여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서울특별시가 구별되어야 하는 이유를 서울시가 제시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설공단 누리집에서도 보행상 '심한'장애에 대한 안내는 찾아 볼 수 없어
실제 서울시설관리공단 누리집에서도 장애인콜택시 이용기준에 대해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장애정도가 심한(기존 1~3급) 장애인으로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가 소송과정에서는 보행상 '심한'장애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경우 보행상 심한장애와 삼하지 않은 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1항에 따라 그 중지를 명하는 임시조치로서, 황씨와 서울시의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박범석)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장애인차별행위 중지에 관한 임시조치 결정을 이미 한 바 있다.
지적장애인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하도록 한 서울시에 대해, 지적장애인의 돌발행동의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발현되는 것으로,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돌발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일률적으로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 편의를 위한 부당한 차별행위로 볼 소지가 상당하다며, 본안 확정 판결시까지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허용하도록 선고했다.
한편 황씨는 본안사건에서 서울시를 상대로 장애인차별행위중지 및 특별교통수단 이용허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황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고, 2023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시는 황씨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라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시가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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