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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300명의 당선인들은 5월 30일부터 각자의 화두와 과제를 가지고 임기를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당선인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인 저출생, 노동시간 단축, 대화정치 복원, 서민경제, 지역소멸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묻고 들었습니다.[편집자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대통령 탈당 → 영수회담 → 거국내각 구성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4.10 총선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줄기차게 요구하는 정치 경로다. 이번 총선 참패로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윤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 '대화의 정치' '여야 협치'가 절실한 시점이란 점을 강조한 조언이다.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대통령 탈당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엔 "(탈당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데?"라고 반문했다. "천하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도 당에서 험하게 쫓겨난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런 그가 볼 때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터진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은 얼토당토 않는 "저속한 플레이"였다. 야권 인사들을 입길에 올려서 부정적 반응을 명분삼아 인적쇄신 없는, 자기 식구를 계속 쓰기 위한 수라고 평했다. 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자기가 대통령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불통, 요지부동의 대통령이라면, 민주당이 국정을 의회에서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헌정사상 지역구 최고령(81세) 당선'이란 타이틀을 쥔, '정치 9단'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의 제언이다. 당내 최다선이 아닌 5선임에도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17일 오후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기 전에도 이미 5개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마치고 온 터였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출마 등을 놓고 나온 '노욕(老欲)' 비난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뭐든지 몸을 던져서 하겠다"고도 했다. 다시 거창한 직책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이른바 '5선 의장론'의 후보군 중 한명이지만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강조한 것이 '대화와 협치'였다.

여기서 민주당이 해야 할 역할도 적지 않다. "(22대) 국회가 안 좋아지면 민주당 책임"이고 그러면 정권교체도 요원해진다는 것. 박근혜 탄핵 때나 이명박 정부의 행정수도 무효화 저지 때처럼 여당 의원들을 각각 설득하고 견인하면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총 300석 중 192석을 범야권에서 차지한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서도 "국민이 권력을 분점한 것"이라고 평했다. "(대통령과 민주당) 공동정권으로 가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이를 위해서는 대화와 협치가 돼야 한다"고 봤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실수를 줄이는 '디테일'과, 성과로 이어지는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왜 200석에 못 미치는 192석을 줬을까"라면서 "윤 대통령이 만일 민생개혁 입법,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 우리는 192석만 보고, 하늘만 쳐다봐선 안 된다. 정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대통령 못한다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어... 민주당이 끌고 가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당선 기사를 보면 '최고령' '올드보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보인다.

"체력도, 열정도, 그 나이에 당선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긍정 평가가 있는가 하면 노욕이다, 이런 부정 평가도 있더라. 나만큼 열정적으로 건강하게 부지런히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웃음). 국정원장 해임 당하고 지난 2년간 1000번 이상 방송에 나가 윤석열 검찰정권을 향해 투쟁했고 53번 전국 순회강연을 했다. (노욕이라는 말은) 개의치 않는다.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더 치열하게, 부정적 평가를 불식하기 위해 큰 정치를 하겠다."

- 당선 직후 일성을 보면, '대화정치 복원'을 위해 경륜을 쏟겠다고 했다.

"국민이 (이번 총선으로) 황금 분할, 신의 한수를 만들어주셨다. 야권 민주진보개혁 세력에 180석 이상을, 민주당에는 180석이 안 되게 175석을 만들었다. 이는 국민이 권력을 분점한 것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공동 정권으로 가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 협치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하면 대통령 본인도 남은 3년 실패하지만 나라가 망한다."

- 대통령을 향해 총선 직후부터 영수회담을 줄곧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출발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적 플레이, 그것도 저속한 플레이를 했다. 김부겸,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이건 야당 파괴공작이다. 자기들 명분 축적하려는 저질 플레이다. '김부겸, 박영선, 양정철도 아니라더라, 그러니 우리 식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인가.

만일 영수회담을 해서 (그 가운데) 이런 추천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간 사람들은 다 떨어졌다. 국민이 이미 심판했다. 그런데 민주당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인준한다고 하면, 민주당이 (동의) 하겠나?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나라가 살기 위해서는 대화 정치가 필요하다."

- 정치적 대화를 위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지금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자기가 대통령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는 검찰 수사하듯, 검찰 수사는 정치하듯.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나라인데,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나. 지난 2년처럼은 갈 수 없다. 대통령 본인도 불행해지고, 나라도 망한다."

- 지난 12월 발간한 저서 <지금 DJ라면>에서는 "긴 가뭄의 때는 임금을 욕하며 하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땅을 파야 한다"고 했다. 위기상황에서의 야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인데.

"그렇다. 6월 국회가 시작되면 윤 대통령이 못한다고 거기만 바라볼 순 없다. 민주당이 이끌어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당도 지난 2년처럼 국회를 운영하면 우리의 가장 소중한 목표인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 180석을 갖고도 정권재창출을 하지 못했다. 180석을 갖고도 대통령이 민생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먼 산만 쳐다보는, 이런 무기력한 민주당이 돼서는 정권 교체를 할 수가 없다.

불통, 요지부동의 대통령이라면, 민주당이 국정을 의회에서 이끌고 나가야 한다. 물가, 민생, (주요국과의) 의원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오만방자한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이런 문제들을 개혁적으로 해내야 한다."

-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2대 국회의 모습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그러니 대통령이 변해야 하고,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 대통령의 탈당, 거국내각, 영수회담 그게 안 된다면, (그대로) 끌려 다녀서야 되겠나. 민주당이 주도를 해야 한다."

- 일찍이 당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현상을 예상한 바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설정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협력해야 한다. 국민이 왜 민주진보개혁 세력에 200석에 못 미치는 192석을 만들어줬을까. 단결해 윤석열 정권에 투쟁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민생개혁 입법, 특검법에 만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 우리는 하늘만 쳐다봐선 안 된다. 정치권의 역할을 해야 한다."

디테일과 팀플레이, '올드보이' 박지원의 조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책 <지금 DJ라면>에선 민주당이 조금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아직도 민주당이 그만큼 절박하지도, 진실하지도 않다는 느낌을 받게된다"면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당면한 목표는 민주당이 주도해온 국민적 합의사안이다. 김건희 특검, 이태원참사 특별법, 채 상병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면서 민생, 물가 문제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 살 수 있겠나?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같이 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팀플레이가 안 됐다. 예를 들어 (18대 국회에서) 우윤근, 이춘석, 박영선, 박지원. 네 사람이 팀플레이를 해서 검찰총장 후보자며 총리 후보자를 (검증해) 낙마시켰다. 우리 의원들도 '내가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 동료 의원들이 잘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잘하도록 서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여기서 이걸 했는데, 저기서 갑자기 다른 질문이 나오면 되겠냐는 거다."

- 국민의힘은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박근혜 탄핵, 이명박 정부 세종시 무효화 관련 대여 설득 상황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투쟁하고 협상하는 길로 가야만 지상 목표인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

- 대화의 물꼬는 어떻게 틀 수 있나.

"꾸준히 노력하며 대화해야 한다. (여당도) 대통령이 일을 안 하면, 민주당과 민주진보개혁 세력의 협력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싸울 땐 싸우고, 무조건 발목만 잡지 말고, 양보할 건 양보하고, 도와줄 건 도와줘야 한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야 한다."

- 적대적 관계가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는 관계. 어떻게 가능한가.

"(2010년)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제가 (대화) 할 때가 정치가 살아있었다. 집권여당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먹으면 안 된다. 김무성 대표가 (당시) 저한테 많이 져 줬기에 저도 양보를 해줬고, (여당은) 실리를 택했고 우리는 명분을 가졌다. 정치를 복원했다."

- 대화의 첫 단추로 영수회담을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거다. 민심을 모르고 있다. 저렇게 나간다고? 안 돼."

- IMF 위기 당시 '비상내각'을 구성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대입해 볼 순 없을까.

"그러니까.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니 한 발짝도 못 나간다. 윤 대통령 내외도 불행해진다. (야권이) 이대로 방관자 역할을 할 순 없지 않나. 국민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줬는데...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뭉쳐서 주도적으로 가야 한다. 압력도, 투쟁도 하면서 설득도 하고. 그렇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위해 탈당을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탈당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데? 천하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도 당에서 험하게 쫓겨난 적이 있다."

'야권 단결' 강조도... "제3세력과 협력할 원내지도부 필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이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5선 의장론'도 제기된다. 당선인의 이름도 나오던데.

"난 아직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 당권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신임을 받았다.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승리했지 않나. 윤석열 정권 2년간 한 번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 선호도에서 1등을 놓쳐본 일이 없다. 총선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32%였고, 흘러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4%였다. 단결하고 개혁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할 때다. 필요한 리더십으로 가다가 과거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경선 1년 전 물러나면 된다."

- 총선 때 발생했던 숱한 논란들, 봉합이 잘 될 수 있겠나. 책에서도 "민주당은 분열하면 실패했고 단결하면 성공했다"고 했다.

"그렇다. 단결을 위해서 당내 사무총장이나 사무부총장을 복수로 해서, 이번 경선에 낙선한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조직관리를 맡기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원외 지역위원장들과 숙식을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피부를 맞대서, 대선 때 뭉쳐나가야 정권교체가 된다. 국회도 원내대표 산하에 조국혁신당 등 제3세력과도 (협력을) 전담해 함께 가게 할 수 있는 그런 원내수석들이 있으면 좋겠다."

- 당 안에서부터 협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 우리가 단결돼야 한다. (국회가) 좋아져야 한다. 안 좋아지면 민주당 책임이다. (국회 협치가 나빠지면)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못 한다. 투쟁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투쟁하고. 윤석열 정권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대화 정치를) 윤 대통령이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야 (대통령도) 산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어떠한 강한 권력도 정치는 민심을 못 이긴다.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방송도, 강연도 열심히 하는 거다. 뭐든지 몸을 던져서 한다."

- 대통령의 최근 입장을 보면 답은 그대로가 아닌가.

"답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박지원#윤석열#협치#대화#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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