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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취임 후 첫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추념사를 대독시켰지만 그 내용마저도 크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추념식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추념사마저 내지 않았고, 이에 국무총리 명의의 추념사가 낭독됐다. 대통령과 정부가 제주4.3항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매년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주4·3항쟁 당시 학살과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행을 하고 있다. 필자(이재준, 손진 기자)는 기행에 참여한 조합원의 소감문을 취득해, 지난해 [제주4.3 평화기행]에 이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말]
 기행단이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서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행단이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서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제공
 
신명재씨는 스마일게이트라는 게임 회사에서 보안 담당자로 일하는 민주노총(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다.

신씨는 "제주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섬"이라며 "일면식도 없던 제가 전경으로 복무하며 20대의 2년을 보냈던 곳"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2년간 제주에서 나고 자란 경찰분들과 함께 지내며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4.3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4. 3이 갖는 의미도 깊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느끼고 본 4.3사건은 제주도민 대부분이 유족이거나 친척이 연관될 정도로 비극적이고 광범위한 국가에 의한 폭력"이었고 "유해 발굴 소식이 자주 제주 9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고도 했다.

신씨는 "기행 그리고 집회를 통해 과연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지, 본질을 잊은 이념 갈등의 극한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 내는지를" 그리고 "강대국 틈에서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국가와 그 땅의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며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마주하고 널리 널리 알려져 '4.3'이 정식 명칭을 가지는 '정명'이 하루빨리 되기를 소망"하고 "그날이 오면 4.3 기념관에 누인 백비를 일으켜 이름을 새겨 넣으며, 제주도민들의 긴 '한'의 시간의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섬식품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화학, 섬유, 식품 사업장들을 비롯해 의약품, 폐기물 처리, 가스, 광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네이버를 시작으로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SK하이닉스 등의 IT·게임·반도체 등의 노동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문구가 적힌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문구가 적힌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 ⓒ 화섬식품노조 제공
  
▲ [백만의전태일] 정보보안전문가 신명재 "업계가 다 바뀌지 않으면 하나도 바뀌지 않아요"
ⓒ 민주노총 제공


아래는 신 씨의 소감문 전문이다.

제주는 저에게 아주 특별한 섬입니다. 일면식도 없던 제가 전경으로 복무하며 20대의 2년을 보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2년간 제주에서 나고 자란 경찰분들과 함께 지내며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4.3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4. 3이 갖는 의미도 깊이 느꼈습니다.

제가 느끼고 본 4.3사건은 제주도민 대부분이 유족이거나 친척이 연관될 정도로 비극적이고 광범위한 국가에 의한 폭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유해 발굴 소식이 자주 제주 9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4.3사건과 기행, 그리고 집회를 통해 과연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지, 본질을 잊은 이념 갈등의 극한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 내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강대국 틈에서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국가와 그 땅의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마주하고 널리 널리 알려져 '4.3'이 정식 명칭을 가지는 '정명'이 하루빨리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날이 오면 4.3 기념관에 누인 백비를 일으켜 이름을 새겨 넣으며, 제주도민들의 긴 '한'의 시간의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획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 중복 송고했습니다.


#제주#제주43#평화기행#민주노총#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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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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