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개월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망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는커녕 아직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황과 앞으로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지난 3일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채 상병 사망사고 300일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 0명"
- 채 상병 사망 사고가 난 지 10개월이 돼가고 외압 의혹이 일어난 지 9개월이잖아요. 이 사건이 총선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고요. 현재까지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사실 한 300일 가까이 지난 상황이죠. 분명한 팩트는 '채 상병이 왜 사망했는지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원인이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책임자 처벌 같은 부분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 사건과 관련해서 수사받는 사람 중 300일이 지나도록 기소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이것이 이 사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이유가 뭘까요?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발생 원인조차 1년이 다 되도록 규명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 수사기관들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을 보자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재판받는 사람은 이 사건을 초기 수사했던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지금 뭐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는 거죠.
수사를 제대로 해서 결론지으려고 했던 사람은 거꾸로 재판받고 있고 사망 사건의 원인을 규명해야 되는 국가는 이 원인 규명을 사실상 손 놓고 방기하고 있고요. 정권은 이 수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면서 특정인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서 군대에 간 한 청년의 죽음을 두고 이런 식으로까지 벌어질 일이었을까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의구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 이게 군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군대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게 다르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건 아닐까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된 범죄 혐의점에 대한 수사는 민간에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사는 전부 다 민간으로 넘어가 있고 군검찰이나 군사경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없어요."
- 국민의힘 쪽에서 주장하는 건 박정훈 대령이 한 건 조사지 수사가 아니라고 하는 건데 맞나요?
"그렇지는 않고요. 사람이 사망하면 변사 사건 수사라는 걸 하잖아요. 사망 원인이 무엇인가를 수사하는 건 여전히 군에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에 영향 미치는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은 다른 거잖아요. 그 범죄가 인지되면 민간으로 사건을 이첩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박정훈 대장이 하던 것도 수사고 민간으로 옮겨서 하게 되는 것도 수사인 거죠. 박정훈 대령이 수사권 없는데 수사한 게 아니고 변사 사건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지되어 이 부분에 대해 민간 경찰에서 수사 해달라라고 이첩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발생한 거예요."
"공수처는 맹점 있다...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 또 다른 주장 중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니까 외압이라고 하는 것도 안 맞다는 게 있어요.
"일반 검찰에서 개별 형사 사건 수사하잖아요. 근데 대통령이 해당 사건 담당 검사나 담당 경찰에게 연락 해서 '이 사건을 왜 이렇게 수사했느냐? 잘못되었다. 다시 수사하라'고 하면 대통령은 아무리 행정부 수반이지만 당연히 수사 개입으로 직권남용 처벌 받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군 통수권자라고 하여서 군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나 수사에 개입해서 자기 뜻대로 방향 바꾸거나 수사의 내용을 수정하는 건 당연히 위법이죠. 이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대통령이 아무리 많은 권한과 권력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별 사건 수사나 재판에 영향 미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 방금 직권 남용을 언급하셨잖아요. 하지만 우리 법원이 인정하는 직권 남용은 직권이 있는데 남용하는 거고 직권이 없으면 직권 남용 인정 않잖아요.
"직권남용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게 남용한 사람에게 직권이 있느냐는 것이 논점이죠. 대통령의 경우 군 통수권자라고 말씀 하셨듯이 군을 지휘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군 지휘하는 권한이 있다고 하여서 그 지휘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부분에 쟁점이 붙는 거기 때문에 기존의 직권남용 사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대통령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군 통수권을 바탕으로 개별 사건 수사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군의 지휘권이나 이런 부분을 남용했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꼭 수사 개입뿐만이 아니라 수사 서류를 회수하거나 또는 박정훈 대령에게 억울하게 항명죄 뒤집어씌우게 한 과정에서 대통령의 어떤 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같은 걸 본다면 충분히 직권남용도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두 개의 사건이죠. 하나는 구조 작업 하던 채 상병이 사망했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예요. 그리고 이걸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에게 압력 넣었다는 의혹이죠. 두 개가 연결돼 있지만 또 중요한 거잖아요. 근데 최근 보면 진실 규명보다 외압 사건에 포인트가 맞춰진 거 같거든요. 이게 맞을까요? 물론 두 개를 따로 볼 순 없지만요.
"두 개가 연결이 돼 있는데 외압 사건에 더 포인트가 맞춰져 있어서 뭔가 본질이 가려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원인을 수사하던 박정훈이라는 사람에게 압력이 들어간 거잖아요.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인 채 상병이 왜 사망하게 되었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그 단계에서부터 공정성이나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그러고 나서 제대로 수사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이 외압과 관련하여 채 상병 사망의 책임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각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르죠. 최초의 해병대 수사단에서는 사단장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는데 사건 빼앗아 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대대장 2명만 민간으로 수사해 달라고 이첩한 상태죠. 그러다 보니 어떤 결론이 나오든 공정하게 과연 수사가 이루어진 게 맞는가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누군가 개입한 것이 정당한 개입이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규명되지 않는 한 채 상병 사망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된 거예요."
- 최근 공수처발 기사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사실 이 사건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보니까 취재하시는 기자분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확인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공수처 때문에 특검을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일부가 주장하시잖아요.
근데 공수처 같은 경우는 이런 맹점이 있습니다. 공수처에는 특정 범죄 이외 기소권이 없잖아요. 다 검찰로 이첩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 받아야 되죠. 잘 아시겠지만, 현재의 검찰이 과연 공정하게 이 사건에 대해 기소권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의문을 가지고 계시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죠.
또 현재 이 사건에 관련된 수사 기관들이 굉장히 여러 곳입니다. 공수처도 있고요. 경북경찰청도 있고요. 경북경찰청장을 수사해야 되는 대구경찰청도 있고요. 나중에 이첩하게 되면 검찰로도 넘어가게 됩니다. 한 가지 사건을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종합적인 수사가 될 수 있는지죠.
경찰 같은 경우 이미 이 사건 면면에서 정부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곳이라는 것들이 확인 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찢어져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종합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특검이라는, 이 사건만을 원포인트로 볼 수 있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이어지게 될 것 같아요."
"대통령실에서 이 사건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해준 대목"
-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외압 사건 당시 통화한 게 최근 드러났어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우선 검찰 출신이고 간첩 조작 사건에 관련이 되어 있는 검사이기도 하죠. 지금 이 사람이 법무관리관과 전화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수사 기록 이첩받고 그다음에 경북경찰청에 가서 수사 기록을 회수해 오고 항명죄 수사를 개시하는 단계에서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이 전화한 거거든요. 즉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결정되는 타이밍에 대통령실의 검찰 출신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 담당자에게 전화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추정키로는 이시원 비서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에서 직접 지휘 통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으로도 이어지고 있죠. 이종섭 장관이 자기 변호인을 통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은 8월 2일에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과정을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하기 전까지 몰랐다고 얘기하거든요.
일단 기록 회수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대통령실 비서관이 장관도 모르게 장관 참모와 얘기해서 이런 일들이 초래되었다면 결국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 참모들을 지휘하고 명령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직접적으로 이 사건을 컨트롤했다는 걸 장관 스스로 인정 해준 대목이라고 보입니다.
이시원 비서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통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 외압의 단계에서부터 국방부 장관이 주요하게 지휘 통제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대통령실이 직접 국방부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관계가 형성이 된 그런 증거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임성근 전 사단장이 부사령관으로 발령난다는 말도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소문이 무성하게 나 있는 것인데 임성근 사단장 정책 연수를 6개월째 하고 있죠. 이것도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긴 합니다. 어느 장성이 6개월 넘도록 정책 연수를 하고 있습니까? 그런 정도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보통 전역하죠.
근데 지금 전역을 시킬 태세는 아닌 것 같아 보이니 보직 발령 낼 텐데 그 보직이 부사령관 아닐까라는 추측들이 제기되는 것 같아요. 만약 부사령관으로 발령 낸다면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모두 같은 사건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해병대에는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 지휘 공백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인사를 벌인다면 결국 윤석열 정부는 안보가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군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 끝까지 가보자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밖에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어제(2일)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됐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특검법 통과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여당은 계속 반대하고 특검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즉각적으로 '특검법 통과는 나쁜 정치고 죽음을 이용한 것'이라는 얘기했죠. 저는 이것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전의 거부권들과 다른 건 결국엔 대통령 본인이 범죄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 있는 사건의 특검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이건 본인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헌법이 부여한 재의 요구권을 남용해 본인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국민이 이것까지 용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앞으로 주목할 부분 짚어 주세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국면이 하나 있을 것이고요. 거부권에 대해서는 사실 국민들께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합법적인 공간은 국정조사라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국정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국회는 특검 도입과는 별개로 국정조사도 시작해, 국민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외압의 영향을 받게 된 박정훈 대령, 해병대수사단 수사관들, 생존장병, 경북경찰청 실무자, 해군군검찰 실무자 등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