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라고 할 수 있까? 2022년 기준 외국인주민 수는 226만 명으로, 총인구 대비 4.4%에 이르고 있으며 다문화 학생은 총 16만 8645명으로 전체 학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60년 전 한국의 읍보다도 작은 리 단위의 어느 산골 마을에 사는 사람의 삶을 상상해보자. 사는 마을은 집성촌이라 성씨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동질한 집단의 사람들이 많아야 200~300명, 수십 년 동안 5일에 한 번 장터에 나가 만나는 사람들 또한 많아야 200~300명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교통의 발달로 하루 반 정도면 가장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평범한 사람도 적게는 몇천에서 몇만, 수십 만의 팔로워와 연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국적과 인종과 언어와 종교가 다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대이다.
DEI 시대가 왔다
<DEI 시작하기>는 '새 술은 새로운 부대에 새로운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문화에 새로운 사고로서 DEI가 필요하다고 한다. DEI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3개의 가치, 즉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약어이다.
먼저 다양성은 사람 간 관계와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실재하거나 인식된 차이로서 인구학적 다양성뿐 아니라 성별, 장애, 연령, 성적 지향, 종교, 학력 등 모든 측면을 포괄한다. 공정성은 소수자들이 성장하고 기여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나가는 원칙이다. 다양성이 현상이라면 공정성은 방법이며 포용성은 결과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DEI를 위해 2025년까지 직원의 30%를 흑인·원주민·유색인종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임원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DEI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다양성과 포용, 신한금융그룹의 약속'이라는 추진 원칙을 제정해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여성 임원, 여성 마케터, 여성 엔지니어 수를 지표로 공유하고 여성 임직원의 자발적 모임을 육성하며 다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DEI에 맞추어 조직문화를 바꾸자
책은 조직문화를 DEI에 맞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이 과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공정성을 구현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소통 방식이 바뀌어야 다. 직급 간, 세대 간, 직종 간, 성별 간, 본사와 사무소 간 등 다양한 조건을 반영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업무 환경과 직원 대우를 점검해야 한다. 제법 규모가 있는 사무실이라면 여직원 휴게실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성 보호 등 여성에 대한 포용적 노력의 결과이다. 그런데 요즘 많은 기업에 남직원 휴게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는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다. DEI를 잘 구현하는 기업에 인재가 몰리고 생산성이 올라간다. 미국의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게인사이트에는 "직장 다양성은 제가 일했던 다른 어느 곳보다 훨씬 높습니다. 예전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정말 인상적이었어요"라는 평가가 달려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성별, 연령, 출신 국가, 경력 등의 다양성이 평균 이상인 경우 19% 수익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DEI 체질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제안
그렇다고 <DEI 시작하기>가 당위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제4장 우리 조직에 DEI를 도입하기'에서는 구체적인 변화의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사전조사, DEI 지표 개발, 전 직원 DEI 인식개선 교육, DEI 서베이 실행의 단계를 차근 차근 밟아가며 체질을 바꿔 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도 망설이는 기업을 위해 다음 얘기를 해주고 싶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남성 15명, 여성 15명으로 이뤄진 새 내각을 발표했다. 남녀 동수 내
각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남녀 동등한 성비를 중요하게 고려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DEI 감수성'을 챙겨야만 한다. 지금은 2024년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