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3대 습지인 안심습지와 팔현습지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5월 둘째 주 주말인 11일 전교조 초등 남부지회 선생님들과 아이들 그리고 멀리 구미에서, 칠곡에서, 대구에서 오신 시민분들이 안심습지와 팔현습지를 찾았다.
안심습지와 팔현습지를 찾는 사람들 ... '팔현의 친구들' 결성해
전교조 선생님들은 오전에, 시민들은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의 이름으로 오후에 탐방에 나섰다. 이날 현장 안내를 맡은 필자는 전교조 선생님들 열한 분과 이날 함께 동행한 화동초 과학환경동아리 지구의벗 친구들을 안심습지에서 먼저 만났다. 안심습지는 금호강 대구 구간 42㎞의 맨 초입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습지다.
안심습지 주변은 연밭과 농경지로 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개발 압력이 높지 않은 곳이라 이전 금호강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좁은 의미의 안심습지와 금호강 본류의 금강동습지가 펼쳐져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두 곳을 모두 합친 것이 안심습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날 이들은 안심습지 이 일대 탐사에 나선 것인데 맨 먼저 이들이 한 것은 생명의 흔적을 찾는 일이었다. 습지 주변엔 다양한 야생의 흔적이 산재해 있고 이를 찾는 것은 마치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맨 먼저 이들이 대면한 것은 청거북(붉은귀거북)의 로드킬 현장이었다. 그것도 갓 부화해서 습지로 돌아가는 새끼 청거북의 로드킬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 안심습지는 청거북의 천국이다. 엄청난 수의 청거북이 이곳 안심습지에 살고 있다. 볕이 좋은 초여름인 이날도 습지 곳곳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청거북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습지의 최강 포식자인 삵의 흔적도 그 배설물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금강동습지에서는 수달의 흔적 또한 발견했다. 역시 배설물을 남겨둔 것이다. 또 포획틀에 잡힌, 수달과 비슷하게 생겨서 흔히 수달로 오인을 많이 하게 되는, 천덕꾸러기 생물인 뉴트리아도 만날 수 있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국가로부터 각별히 보호를 받고 사람들에게 예쁜 생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뉴트리아는 반대로 유해조수로 지정돼 이렇듯 포획틀에 갇히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처음 인간들의 특별한 목적으로 남미 등지에서 유입돼 방사된 이 동물이 유해조수로 낙인찍혀서 이렇듯 포획틀에 잡혀나가는 신세가 된 것은 여전히 인간들의 관점에서 야생을 해석하는 것이라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습지는 이렇듯 다양한 생명들의 주된 서식처로 그들의 보금자리이자 집이다. 습지를 지켜줘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되겠다.
습지는 또 다양한 기능을 한다. 습지는 홍수조절 기능과 수질정화 기능과 기후조절 기능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처 기능을 하고 나머지 하나가 아름다운 경관미를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이런 다양한 기능을 한다.
아름다운 경관미를 선사해주는 습지
이날 이들은 먼저 야생동물의 서식처로서의 안심습지를 이해하게 됐고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해주는 기능으로서의 안심습지도 이해하게 됐다. 안심습지로 들어가서 민물조개인 말조개를 채집하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여주는 듯한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이날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난생처음 만나는 듯한 모습의 어른 손바닥만한 말조개와의 만남을 통해서 안심습지를, 금호강을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야생동물뿐 아니라 다양한 물고기와 말조개와 재첩, 다슬기 같은 저서생물 또한 번성하고 있다는 생명의 질서를 확인한 것이니 말이다.
이렇듯 와일드한 야생의 질서를 안심습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면 오후엔 팔현습지에서 습지가 주는 경관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왕버들과 여러 버드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그림과 같은 경관을 팔현습지는 지니고 있고 이날 이들은 팔현습지에서 습지가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본 것이다.
이른 오후엔 전교조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그리고 늦은 오후엔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이 각각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계를 둘러봤다. 먼저 동구 방촌 쪽 금호강 제방에서 강촌햇살교를 건너와서 팔현습지로 들면 오른쪽으로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 구간인 하천숲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금호강이 생긴 이래로 금호강 그 자체가 만든 모습의 하천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자연 하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서 필자가 유년 시절인 70년대 초중반에 경험한 그 금호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저 아래 화랑교 구간까지는 말하자면 원시 자연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으로 금호강의 진면목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와봐야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자연 하상과 둔치 그리고 제봉이라는 야트막한 야산과 이어진 이 생태계가 바로 팔현습의 핵심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과 강이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오롯이 연결된 이런 곳은 금호강에서 이곳이 거의 유일할 정도로 중요한 공간으로 이런 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거의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서식처로서 생태학적 용어로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로 기능을 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금호강 대구 구간 42㎞ 전 구간에서 환경부 전국자연조사에서 목격된 14종의 법정보호종을 능가하는 17종의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이 팔현습지 핵심 생태구간인 이곳 산지와 연결된 2~3㎞ 구간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이 그만큼 풍부한 곳이 이곳 팔현습지인 것이고, 이런 이유로 팔현습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이곳 산지와 강의 연결된 생태계를 완전히 가르는 8미터 높이에 1.5㎞에 이르는 교량형 탐방로를 계획하고 있어서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맞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날 팔현습지 탐방은 이런 현실을 알리고자 이루어지고 있는 측면 또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이들은 이곳 하천숲을 시작으로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는 팔현습지 하식애와 최강의 경관미를 선사하는 저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팔현습지 왕버들숲까지를 천천히 돌아봤다.
팔현습지와 인연 맺기 ... "이제는 전과 달라요"
모든 현장을 다 둘러보고 이들은 다시 팔현습지 하천숲에 모여서 이날 금호강과 그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습지를 만난 감상을 들려주었다.
먼저 전교조 초등 남부지회를 이끌고 있는, 유가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경태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인상 깊은 소감을 남겼다.
"저는 오늘 안심습지를 처음 가봤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었고, 여기 팔현습지는 지난번에 정 선생님 하고 같이 한번 왔고 오늘 두 번째인데 버드나무가 이렇게 왕버들하고 숲과 같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되게 편안함을 줍니다. 이 자연적인 모습의 지역의 강습지를 걷는 게 그것만으로 참 힐링이 된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대구 지역 교사 윤정현 선생님은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이런 귀한 소감을 남겼다.
"이 습지는 저기는 과연 뭘까 그냥 궁금증만 안고 맨날 스쳐 지나가던 그런 곳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깊이 들어와 가지고 직접 걸어 봐서 이제 이곳이 그냥 이름 모를 숲이 아니라 저한테는 이제 팔현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딱 와닿아서 이제는 안 잊혀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 핀란드에서 좀 살았던 적이 있는데 이런 여름에 보면 이런 데서 독립 뮤지션들과 인디 뮤지션들이나 히피 그런 분들이 와 가지고 여름에 축제 같은 것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보니까 여기 분위기가 딱 그런 곳과 같은데 그래서 이런 데를 좀더 우리가 알리려면 문화행사 같은 것도 예술가분들 하고 같이 해보면 좋겠다. 여기가 진짜 우리가 지켜야 될 곳이라는 걸 사람들한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그런 것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으로 온 분들도 이날 탐방 느낌을 전했는데 대구에서 토마당이라는 조찬모임을 함께하는 김분임 선생도 이날 함께 참여해서 환경부를 성토했다.
"제가 사는 곳이 달성습지 옆이라 목격했는데, 달성습지를 그냥 두면 자연적으로 그 환경이 자정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대명유수지에 데크를 쫙 깔아갔고 지금은 맹꽁이가 없습니다. 거기도 여기하고 유사하게 수리부엉이도 살고 수달도 살고 이러는데 강변으로도 데크를 깔아 가지고 자연을 망치는 거예요. 환경부가 제대로 감시하고 계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하니 환경을 망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쪽 팔현습지도 모두 관심을 가져고 지켜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