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사를 간다고 했다.
가기 전에 옷장을 한 번 싹 정리하길 원했고 2번의 출산 후 5년 동안 체중이 10kg이 늘어 옷 입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원래 다리가 예뻐서 다리를 내놓는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그것도 벌써 과거 이야기라고. 지금은 다리 알 때문에 다리는 가리는 걸 선호하고 뱃살이 너무 많이 나와서 배를 어떻게 좀 가리고 싶다고 했다.
5월은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봄과 여름을 둘 다 가진 날씨다. 아침에는 10도에서 15도를 왔다 갔다 하고 낮에는 20도를 넘기도 하므로 반팔과 겉옷을 잘 활용해야 하는 날씨. 그래서 일단 지금 날씨에 맞는 아이템은 상, 하의를 다 보자고 했다.
신발 정리를 할 때는 이렇게 항공샷을 찍어보면 좋다. 원래 4계절 신발을 다 갖고 나와서 보면 되지만 오늘은 5월에 맞는 신발만 볼 것이므로 슬리퍼, 샌들, 운동화가 나왔다. 가장 자주 신는 신발은 플립플랍과 크록스. 역시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편한 게 최고다. 나도 여름용 플립플랍으로 5월부터 9월까지 신는데 J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나만 주구장창 신는다고.
하지만 다른 신발도 꽤 활용도가 있어 보였다. 검은색 메리제인 슈즈와 베이지색 꼬임 슬리퍼. 이미지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통념적인) 이미지라 갖고 있는 옷에 매치해도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메리제인 슈즈는 코디가 어려워 신지 못했다고 했는데 잘 어울릴수록 전천후 신발이 될 확률이 높다.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므로 앞으로 자주 신기를.
4칸 디톡스를 시작했다. 혼자서 옷을 나눠보면서 잘 모르겠는 아이템은 물어보기. 보통 헷갈려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자주 입는데 좋아하는지(마음에 드는지) 안 좋아하는지(마음에 안 드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 좋아하는 쪽에 놓는 게 맞다.
입었을 때 내 모습이 마음에 들수록 좋아하는 아이템에 가까운데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경우는 아닌 경우이기 때문이다. 내 취향이 아닌 원피스, 오래전에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공주풍의 드레스, 레이스가 많고 패턴이 화려해 이제는 손이 잘 안가는 아이템이 4번째 칸에 놓였다.
스타일 기준이 없거나 스타일에 확신이 없을 때는 남의 말에 휘둘리기 쉽다. 게다 그 사람이 확신을 갖고 말한다면 더더욱. J님은 남편과 취향이 달라 같이 쇼핑할 경우 고민이 되었는데 쇼핑 당시에는 '잘 어울리나?' 긴가민가하며 구매했지만 남편의 취향으로 구매한 아이템은 한 번도 입지 않았다.
J님의 이미지가 귀여운 느낌도 약간 있었지만 그보다는 밝고 지적인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했기에 과한 디자인보다는 심플한 디자인이, 귀여운 느낌보다는 성숙한 느낌이 더 잘 어울렸다.
이럴 경우 귀여운 디자인이 들어간 아이템을 매치해도 전체적인 스타일은 심플하고 성숙한 느낌으로 가야 잘 어울린다. 남편이 고른 옷보다 스스로 고른 옷이 본인의 매력을 더 잘 살려주니 취향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체형에 자신이 없다 보니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꽤 많이 구입했는데 이 외에도 밝은 색(아이보리 & 살구색) 티셔츠가 더 있었으며 밝은색 티셔츠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으므로 검은색 티셔츠는 그만 사도 되겠다고 조언했다. 가디건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코디해도 어울리지 않고 그러다보니 다른 디자인의 가디건을 사게 되고 그래도 뭔가 매치를 잘 못해서 가디건의 개수가 늘어났다.
가디건의 문제도 있었지만 가디건은 이너 티셔츠를 잘 갖고 있어야만 활용이 가능한 아이템인데 J님은 제대로 된 이너 티셔츠가 없었다. 유니섹스 브랜드에서 구매한 남여공용 느낌이 강한 반팔 티셔츠가 많아서 매치가 어려웠던 것이며 '잘 어울린다' 하는 가디건도 없었다. 그나마 베스트는 크롭 기장의 모래색(샌드 베이지) 가디건으로 갖고 있는 크롭 상의랑 매치하기 좋았다.
크롭 상의가 많았는데 긴 바지랑 매치하니 잘 어울렸고 배 부분을 드러내는데(그 동안은 검은색 티셔츠로 가렸다면) 거부감이 없다면 이런 스타일이 훨씬 잘 어울리고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상의 코디가 어려워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다는 꽃무늬 스커트가 가장 이미지에 맞고 예쁜 디자인의 아이템이었는데 갖고 있는 밝은 색의 티셔츠와 매치하니 괜찮았고 배도 부각되지 않았다.
전신 거울이 있어서 착용 후 바로 전신 거울에 확인을 했는데 어떠냐고 물어보면 밝게 웃으며 '어울려요'라고 말하는 J님을 보니 뿌듯했다. 이처럼 나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은 거울로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메리 제인 슈즈 역시 갖고 있는 스커트, 치마 바지, 청바지에 모두 잘 어울리니 자주 신기를 바란다.
가방은 정리하지 않으면 공간만 차지하는데 옷처럼 얇지도 않고 두께와 크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적절히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출산 전에 사용했던 딱딱한 정장 느낌의 가방과 오래된 캔버스 백 그리고 한창 유행할 때 잘 쓸 줄 알고 샀던 빅 사이즈의 구름백은 모두 정리했다.
가방을 남길 때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으면서 내가 자주 입는 룩에 어울리는지를 확인하면 좋다. 조금 단정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땐 셀린느와 구찌를 활용하고, 캐주얼한 일상용에는 셀린느, 구찌, 구름백, 에코백 모두 어울린다.
<옷장 속 문제와 스타일 처방>
1) 검은색 옷이 생각보다 많고 활용이 어려운 안 입는 가디건도 많았다.
→ 검은색 옷과 가디건은 이제 그만 사고 여성 전용 브랜드에서 이너 티셔츠를 구비하세요.
2) 스타일 확신이 없어 남편의 취향에 따라 옷을 사다 보니 안 입게 되는 옷이 있었다.
→ 남편 취향보다 J님의 취향이 본인에게 더 잘 어울리므로 스타일 확신을 갖고 옷을 골라 보세요. 혼자 하는 쇼핑도 추천합니다.
3) 편하게 입을 봄 재킷이 없고 겉옷처럼 입는 얇은 셔츠나 롱 남방이 있었다.
→ 물론 셔츠나 남방을 겉옷처럼 입어도 되지만 코디에 한계가 있으므로 봄 재킷(얇은 트렌치 재킷 또는 청바지와 매치할 여유있는 핏의 트위드 재킷)을 구비하세요.
4칸 디톡스 옷터뷰
- 옷을 4칸으로 나눠보니 어떠셨나요?
"생각보다 제가 검은 옷과 하얀 옷을 많이 좋아한다는 것. 그렇게 나눴더니 패턴이 한 눈에 들어와서 좋았고요. 취향이 변한 걸 인지를 못했는데 설명해주실 때 보니 '취향이 변했구나'를 좀 느꼈습니다."
- 과정 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나요?
"원래 갖고 있던 옷인데 거의 안 입었던 치마를 살려주신 거? 이걸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알려주신 게 좋았구요. 옷 색깔 같은 것도 이런 색이 잘 어울린다라고 설명해주니까 저처럼 그런 기준이 없었던 사람한테는 하나의 기준이 되니까 그런 점이 기억에 남아요."
- 못 살리고 있었는데 오늘 코디로 살아난 룩의 개수는 몇 가지 정도가 될까요?
"그래도 개수 조합하면 10가지 정도 되지 않을까요? 옷만 따져보면 골지 상의도 그렇고 치마도 그렇고 다양한 코디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는 청바지엔 티셔츠, 검은색은 흰색 이렇게 정해놓고 코디를 했었거든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매치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 이건 '이제 하지 말아야 겠다' 이런 게 있다면?
"가디건은 이제 그만 사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이제는 남편 말을 듣지 말아야겠다. ㅎㅎㅎ 옷을 살 때 이게 내 옷장인데도 다른 사람 말을 듣고 사니까 항상 매치를 하려고 해도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하는 옷이 있어서 뭐랑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근데 또 예쁜 건가? 하면서 계속 갖고는 있었거든요. 그런 옷으로 공간을 낭비한 것 같아서 앞으로는 내가 사고 싶고, 매치할 수 있는 옷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4칸 디톡스를 누구한테 추천하고 싶나요?
"제가 정리 모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인데요. 정리를 너무 못하다 보니 줌을 켜놓고 '함께 정리를 해보자' 하는 모임인데 그렇게 모여도 서로 하는 말이 비슷해요. 그래서 전문가한테 받으면 확실히 다르다고 그런 분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코치의 4칸 디톡스 후기
디톡스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카톡이 왔다. '버릴 건 미련없이 바로 버렸습니다~ㅎㅎㅎ' 그리고 추가적으로 옷 옷장 사진. '다 버리고 정리해서 다시 걸어 두었어요. 훨씬 깔끔하고 입을 옷들만 있으니 맘이 편해요. 감사합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이러한 만남이 모여 건강한 옷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J님의 실행력에 박수 이모티콘을 보냈다.
삶의 관심사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밀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원래 옷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점점 취향과 스타일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삶의 밀도가 아이들한테 옮겨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기본템을 잘 갖춘다면 부족한 에너지를 끌어모아 쇼핑을 하고 코디를 하지 않아도 스타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확신이 없어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남편의 취향으로부터 나의 취향을 보호할 때다.
"J님, 제가 뒤에 있을 테니 우아하게 거절하시죠."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