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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수달 모니터링에 나선 한국수달네트워크 대원들
금강 수달 모니터링에 나선 한국수달네트워크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6일 한국수달네트워크 대원들이 금강에 모였다. 아니 정확히는 금강 세종보 상류 천막 농성장에 모였다. 이곳에서는 세종보 담수 중단을 외치며 '강 활동가'들의 천막 농성이 39일째 이어지고 있다. 금강지역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낙동강과 영산강 활동가들로 구성된 '보철거를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의 활동가들이 한달 넘게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달네트워크 금강 수달 모니터링에 나서다

한국수달네트워크는 이날 이들의 활동과 긴밀히 연대하기 위해서 농성장을 찾았다. 농성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금강의 수달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들은 세종보 상류 미오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인 '합강' 아래 하중도를 시작으로 금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모니터링을 했다.

그러나 이날 모니터링은 힘겨웠다. 상류 대청댐에서 하류에 농업용수를 댄다는 핑계로 상당량의 댐 물을 방류하고 있어서 그 영향으로 금강의 수심이 평소보다 1미터 이상 불어 있었다. 금강이 훨씬 깊어진 것이다.
  
 가슴장화를 입고 금강에 들어가 수달의 흔적을 조사하는 한국수달네트워크 활동가들
가슴장화를 입고 금강에 들어가 수달의 흔적을 조사하는 한국수달네트워크 활동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원들은 가슴장화를 챙겨 입고 강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뙤약볕에 가슴장화까지 챙겨입고 강에 들어가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수달의 서식 실태를 파악한다는 일념으로 7명의 대원들은 함께 혹은 각자 흩어져서 수달의 흔적들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수달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강이 깊어져 평소 수달이 놀던 영역은 이미 물에 잠겨버렸던 것이다. 대원들은 첫 행선지의 입구를 포기하고 양화취수장 아래 돌보가 놓인 곳을 통해 하중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수달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돌보(돌을 쌓아 만든 보)의 영향으로 그 위는 물이 깊지만 보 아래는 평상시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수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한국수달네트워크 한 활동가가 수달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한국수달네트워크 한 활동가가 수달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달의 배설물
수달의 배설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선명한 수달의 발자국
선명한 수달의 발자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수달의 배설물이 군데군데 보이는가 하면 수달이 물고기를 뜯어먹고 비늘만 남긴 흔적, 등을 비비며 모래목욕을 한 흔적, 모래성을 쌓아서 배설한 흔적이 각각 눈에 들어온다. 이것으로 수달 서식이 확실시된 것이다. 사진으로 기록하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다음 이들이 찾아간 곳은 보행 및 자전거 전용 다리인 이응다리 상류 쪽이었다. 이응다리에서 한참을 상류로 걸어들어가니 수변부로 넓은 나무테크가 놓였다. 사람들이 들어와 피크닉이라도 즐기라고 만들어놓은 듯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홍수 등으로 펄이 쌓였다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뻘창이 된 것이다.
  
 너구라 화장실을 발견한 대원들
너구라 화장실을 발견한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너구리 화장실의 너구리 배설물에서 고라니의 털이 목격됐다. 고라니 사체를 뜯어먹은 것으로 보인다.
너구리 화장실의 너구리 배설물에서 고라니의 털이 목격됐다. 고라니 사체를 뜯어먹은 것으로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인지 혹은 다리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영향인지 사람의 흔적은 없고 온통 야생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먼저 일행을 반긴 것은 너구리 화장실이었다.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배설하는 독특한 특성이 있는 너구리인 만큼 이곳에 상당한 개체가 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어 나무데크 위 뻘창이 마른 곳에는 수달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수달 역시 이곳에 살고 있음이 그 발자국으로 명확해진 것이다. 그러나 분변이나 발자국만으로 그들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이곳을 계속 관찰하고 있는 고2 김재민 학생을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나무데크 위에 너무도 완벽하게 찍힌 수달의 발자국
나무데크 위에 너무도 완벽하게 찍힌 수달의 발자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무인센터카메라에 담긴 수달
무인센터카메라에 담긴 수달 ⓒ 김재민
   
강은 수달뿐 아닌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처

이날 대원들의 현장 안내를 맡은 세종지역의 환경단체인 '장남들보전시민모임'의 모니터링 활동가인 명인영 대원의 요청으로 달려나온 재민이는 자신이 설치해둔 무인카메라로 이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었다.

재민이의 무인센서카메라에는 너구리, 수달, 오소리, 고라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이렇듯 강은 수달을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란 사실이 또 한번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재민이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야생의 세계를 뒤로 하고 대원들은 마지막 행선지인 '제천'이란 금강의 지천으로 향했다. 제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 1킬로미터 상류에서부터 수달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제천으로 들어오는 배수로를 중심으로 수달의 흔적이 집중됐다.

배수로 주변엔 어김없이 수달의 발자국이 담겼고 배설물도 당연히 목격됐다. 많은 배수로 중 한 곳은 배수로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었는데 그곳엔 배설물과 수달의 족적이 가득 담겼다. 수달의 이동 통로를 발견한 것이다.
  
 수달의 이동통로인 배수로를 조사하고 있는 활동가들
수달의 이동통로인 배수로를 조사하고 있는 활동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배수로 끝까지 가자 나타난 넓은 나대지와 좁은 실개천. 이 배수로와 실개천으로 수달은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배수로 끝까지 가자 나타난 넓은 나대지와 좁은 실개천. 이 배수로와 실개천으로 수달은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통로를 통해 끝까지 들어가 보니 넓은 개활지가 나타났다. 아마도 이전에 논밭이었던 곳을 밀고 택지개발을 위해 나대지를 만들어 둔 것 같다. 배수로 바로 앞에는 작은 웅덩이가 나타났고 그 웅덩이는 작은 실개천으로 또 연결돼 있었다. 수달이 그 배수로를 통해 제천과 실개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수달은 본류와 지류 모두에서 목격됐다. 이날 모니터링으로 확인한 것은 수달의 명확한 서식 사실 그것도 금강의 좁은 구간에서 10개체 이상의 수달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삵이나 너구리,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도 안정적으로 살고 있음 또한 확인됐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잔뜩 먹고 배설한 너구리의 똥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잔뜩 먹고 배설한 너구리의 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꼬마물떼새가 부화를 한 둥지. 껍질만 남았다.
꼬마물떼새가 부화를 한 둥지. 껍질만 남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너무도 선명한 삵의 배설물
너무도 선명한 삵의 배설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삵 등이 자라의 알로 보이는 알집에서 꺼내서 깨 먹은 흔적. 야생의 세렝게티가 아닐 수 없다.
삵 등이 자라의 알로 보이는 알집에서 꺼내서 깨 먹은 흔적. 야생의 세렝게티가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곧 세종보 담수를 재개하려 하고 있다. 몇 달 전에 수리에 들어간 세종보를 모두 고쳤고 곧 세종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세종보의 전도식 수문이 닫히게 되면 흐르는 강물은 멈출 것이고 물길은 강의 드넓은 수변부를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수변부와 하중도는 강물에 서서히 잠기면서 형체를 서서히 잃게 될 것이고.

세종보 담수를 향한, 수달의 질문

"세종보 담수로 강물이 깊어지면 수달은 아마도 지금 개체수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수변부에 주로 존재하는 그들의 서식처가 사라지면서 절반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하는데, 이동하는 와중에 수달 간의 서식처 다툼이 일어나 죽어나는 개체가 발생한다.

또 다른 수컷과의 경쟁에서 밀린 어린 개체들은 하천을 벗어나 이동하게 될 것이고 그 와중에 로드킬이 발생하게 된다. 그나마 살던 영역에서 겨우 살아남은 개체들 또한 깊어진 강에는 얕고 빠른 여울에 사는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돼 결국 수달의 먹이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하게 돼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종보 담수는 수달에게 이렇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수달로서는 세종보 담수를 결코 환영할 수 없는 것이다."

 
 수달이 이동하면서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수달이 이동하면서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국수달네트크워크 공동대표이자 이날 모니터링단 단장이기도 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의 설명이다. 한 박사의 설명은 고스란히 다른 동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강의 야생동물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강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달뿐 아니라 무수한 야생동물 아니 곤충이나 양서파충류까지 합치면 숱한 생명들이 강의 수변부에서 함께 살아간다. 이들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세종보 담수 과연 옳은 것일까? 세종보에서 만난 수달의 흔적은 정확히 그것을 묻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강#한국수달네트워크#한상훈박사#세종보#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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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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