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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맘카페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 중 하나는 '자녀들 학교 공개수업에 가시나요?'다. 거기에, 친절한 사람은 작년 자신이 갔을 때의 상황을 쓴 뒤 올해 갈지 안 갈지를 상세하게 답한다. 다만 익명이 기본으로 된 게시판이어서 그런지 날이 선 댓글들도 보인다. 

'요즘 누가 학교 공개수업에 가느냐.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댓글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선 '아이들에게 물어봐서 오라고 하면 가고, 오지 말라고 하면 가지 말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살짝 눈물이 날 뻔한 공개수업

며칠 전 큰 아이의 공개수업에 참가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은 내게 신청서를 내밀며 엄마가 온다고 하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담임선생님 얼굴도 볼 겸, 또 딸이 학교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했는데, 나중에 딸로부터 반에서 부모님이 두 명밖에 안 온다는 말을 듣고 잠깐 후회를 했다.

그러다가 '1명이면 어떠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부모님을 초대해서 공개수업을 하는데, 시간 되고 궁금하면 가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신청하진 않았지만 마침 시간이 났다는 어머님까지, 총 세 명이 뒤에 앉아서 수업을 참관했다.

큰 딸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내가 그 뒤에 앉았다. 딸의 친구들이 수업 도중에 힐끗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나를 보는 건지 딸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흔한 여중생 교실 공개 수업하는 아이들과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
흔한 여중생 교실공개 수업하는 아이들과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 ⓒ 문수진
 
어쩌다 딸의 뒷모습을 보는데, 아침엔 못 봤던 딸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열가닥 정도 땋은 머리가 보였다.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친구들이 엄마가 온다며 특별히 예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딸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는 선생님. 수학시간인데 아이들은 집중하는 것 같다가도 엉뚱한 질문을 했고, 선생님은 이를 수학과 연결시켜 현명하게 답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 분위기가 떠올랐다.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풀 때, 궁금해서 질문했다고 학생에게 삼각자를 던졌던 수학 선생님이 생각났다. 잘 살고 계시죠? 민첩하게 피해서 망정이지 눈앞에서 자가 날아와서 저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수학을 포기했던 것이. 

30년이 지났지만 그 선생님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다. 화가 날 때마다 손에 잡히는 것들, 삼각자나 분필을 아이들에게 던지곤 했다. 

학교에 가보니 큰 딸이 왜 수학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수업 마지막에 선생님이 패널을 돌렸는데 글자가 하나씩 드러났다. '3. 반. 최. 고.' 글자를 다 확인한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선생님은 '사랑해'라는 말을 끝으로 수업을 마쳤다. 보다가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5교시 수학수업에 이어 6교시 체육수업을 참관했다. 아이 담임선생님 시간이었다. 선생님께 눈 인사하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갔다. 지붕을 가린 스탠드에는 적당한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따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여중생들 특유의 깔깔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친구가 공을 놓쳐도 잘못 던져도 잘 잡아도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마치 큰소리로 말하기로 작정한 아이들처럼, 마음껏 소리 지르고 크게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싫다"고 할 때까지 엄마는 가련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자료사진).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자료사진). ⓒ 픽사베이
 
나는 아이들 공개수업에 가급적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궁금한 것도 있지만 사실 내가 학교에 가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우리 때도 부모님이 학교에 오는 일이 많았는데, 엄마는 한 번도 학교에 온 적이 없었다. 

공개수업에도, 운동회 때도 그랬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은 기대도 안 했다. 나는 학교가 끝났을 때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친구들의 엄마가 부러웠다.

교실 뒤에 서서 다정하게 웃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매번 손을 들어 발표도 잘하고 대답도 제일 크게 하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오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들의 공개수업에는 가급적 꼭 참석해서 아이들을 응원하려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인 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 집에서 착하고 얌전한 아이인데,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말은 잘 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집에서 동생들에게 하듯이 무뚝뚝하게 굴면 요즘 아이들은 싫어할 텐데 우려도 있었다. 한두 시간 본다고 전부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싶었다. 다행히도 큰 딸은 초등학교 때보다 중학교 친구들과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저녁에 학교에서 찍어 온 영상을 남편과 함께 봤다.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큰 딸을 불러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딸은 어깨를 으쓱하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남편에게 학교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아이들을 대할 때면 지극히 20세기형 인간이 되는 남편,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대할 때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교육은 잘 변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비슷하다는 말은 맞지만, 경험한 환경을 비교해 볼 때 과거 우리 때와 지금이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아이들을 대할 때는 까먹는 경우가 많다. 남편에게 수업시간에 보고 들은 얘기를 전해 준다.

수업에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선생님, 발표하겠다고 서로 손을 드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불러주는 선생님.

우리 때도 인기 많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었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집에 온 딸에게 '엄마 내년에도 갈까' 물었더니 '엄마 마음대로 해'라고 한다. 왜인지 고맙다. 딸이 '싫어, 오지 마' 할 때까지는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공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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