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조약에서 눈에 띄는 건 제4조다. 제4조는 외부로부터의 무력 침공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 23일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와 전화 연결해 북러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한반도 군사적 화약고 되어가"
- 지난 1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여러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어요. 먼저 당사자들의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러시아의 군사력을 분산하는 미국의 글로벌 압박 전략으로, 한국의 대러 제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방산 협력을 유라시아 반대편에서 러시아에 부담을 지우는 행동으로 보고 있어요.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러 충돌로 한반도도 힘의 충돌 지점이 되고 있어요.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대화에 동력을 상실해 국제사회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윤석열 정권의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과 고강도 경제 제재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역설적으로 북중러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창출되고 있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강경정책을 전면 지지하며, 강대국 사이의 충돌 속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을 맺으면서 제재가 사실상 사라지고, 안보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사회 진출의 입구를 발굴했어요."
-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 맺은 게 맞나요?
"김정은은 동맹 강조하고, 푸틴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표현해 두 지도자의 입장 차이를 반영하고 있어요. 그러나 내용을 보면, 군사 동맹 성격이 있고, 더불어 외교·안보·경제· 문화만이 아니라 전 분야 걸친 포괄적 협력이 포함되어 있어요."
- 북러 동맹이 한미 동맹과 같을까요?
"한미 동맹처럼 연합 군사훈련, 세계 최대이며 최신 설비의 군사기지 제공, 작전권과 같은 군사 주권을 외국에 양도하는 등의 수준보다는 동맹과 전략적 동반자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반도가 1950년대와 유사하게 군사적인 화약고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 어떤 면에서요?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했어요. 정치·군사적 목적에 따라서 해석이나 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으나, 미군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할 수 있듯이, 러시아군도 이를 명분으로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입할 위험이 있어요."
-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예정보다 늦게 왔잖아요. 의도적인 걸까요?
"의도적일 수도 있고 우발적일 수도 있는데요. 야쿠츠크에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정이 있었고, 야쿠티아는 푸틴의 지지가 낮은 지역 중 하나로 다양한 지역 활동을 했어요. 이런 면에서 우발적일 가능성도 있고요. 또 하나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 요구하는 게 많았고, 국익 차원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한 협상이 남아있어서, 김정은이 애태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약과 합의문의 내용으로 봤을 때, 대체로 포괄적 합의가 일찍 만들어졌고, 이러한 사안들이 시진핑에도 충분히 통보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에도 반영되어 있어요. 심지어 한국 학자들이나 민주당 의원들이 북러 사이에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나 제재 효과 상실 방안, 다양한 산업 경제 협력 등을 경고했는데, 매우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이지만, 예측 가능성을 벗어났다고도 볼 수가 없어요."
- 김정은 위원장이 공항까지 마중 나가잖아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우의를 표시하는 외교적 접대이지요. 미국이나 강대국의 지도자를 맞으러 우리 지도자들이 공항으로 마중 나가는 사례도 종종 있어요.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외교적 수단이지요."
"중국,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반미 연대 구축"
- 앞에서 이번에 맺은 조약 제4조에 대해 말하셨는데, 그 외에 주목할 점이 있을까요?
"포괄적이고, 이례적으로 총 23개 조항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또한 전 분야의 고위급들이 참석한 전면적이고 포괄적 협력을 담고 있어요. 군사개입만이 아니라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하여, 대미 관계 개선으로 이루려고 했던 국가 개발 전략이 이제는 러시아로 선회하는 새로운 길이 담겨 있어요. 푸틴으로서는 반미 연대에 북한을 결속하는 외교적·군사적 경제적 성과를 얻었어요. 모든 조항과 부속 합의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인물이 예사롭지 않고, 예측 범위 넘는 새로운 구조와 틀을 제시하고 있어요. 서방 통제 받지 않는 새로운 무역 체계를 제시했는데,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미국의 금융 제재로 고통을 받는 두 국가가 중국 위안화 결제를 통한 새로운 무역금융 질서를 가속하려고 하고 있어요."
- 북러 밀착에 중국은 불편할 거라는 분석도 있던데 북러가 밀착하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 볼까요?
"미중 충돌 국면에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러시아로 분산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중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는 북한-러시아, 베트남-러시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설정되었어요. 중국으로서는 글로벌 질서에서 지도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어요. 미국의 대중 압박의 최전선에 러시아가 앞장서면서, 손 안 대고도 코 풀 수 있는 환경을 맞고 있어요. 러시아가 미국과 직접 대결하면서 중국은 시간을 벌고, 올해 미국 대선까지 일시적 긴장 완화를 하면서도, 중국 세력권에 반미 연대를 끌어들이는 전략적 공간이 확장되고 있어요.
김정은은 중국에 제재 완화, 노동자 파견, 무역 확대 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함께 책임 대국으로서의 약속을 지키면서, 러시아를 통하여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어요. 이번 협정으로 위안화 경제권이 확장되고, 중국이 동해로 가는 중국몽을 실현할 가능성이 커졌어요. 일본 열도를 중러 연합함대가 일주하는 무력 시위가 몇 차례 있었는데, 중국의 도련선(중국이 스스로 설정한 해상 방어망)이 동해로까지 확장되어 가는 과정으로 보였어요."
- 지금까지 중국의 행보를 보면 북한, 러시아와 엮이는 걸 꺼리지 않았나요?
"전 그런 말은 처음 들어요. 중국은 북러 양국 간의 발전에 대해 상당히 지지하는 입장이죠. 왜냐하면 북러 협력이라는 게 중국에 압박 가하는 미국에 대한 카드이기 때문이죠. 미국과 함께 기시다 정권, 윤석열 정권도 중국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중국이 먼저 희망하지도 않았는데 북러가 협력해 대안 카드로서 자신들이 화약을 짊어지겠다고 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상당한 우위를 점했다고 봅니다."
- 지금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하고 있잖아요. 여기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외교협상에서 국내 여론은 중요해요. 북일 관계에서 납치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어요. 과거 북측이 요코다 메구미의 의료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본 내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북측의 자료가 맞다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어요. 기시다 쪽에서 국내 여론 작업을 잘하는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이번 북러, 북중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한미일 군사협력의 대칭점이 되어서, 일본 측에 유리한 국면을 상쇄하고 있어요. 일본 국내 여론이 북일 회담에 우호적이었지만, 앞으로 기시다에 유리한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보여요. 이 때문에 총재 선거 이전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북러 조약 정보 실패 책임자 문책하고 외교라인 바꿔야"
- 한러 관계가 30년 넘었잖아요.
"1990년 9월 한러 수교를 했고, 한국의 보수 정권, 민주 정권 모두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 틀 내에서 국익 중심으로 안보를 추구했어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적대적 정책을 추구하고, 안보 당국자들이 중국 붕괴론이나 러시아 붕괴론을 종교처럼 신봉하며 탈러시아,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첨예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하여 윤석열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과 한반도 평화 틀을 벗어나 선악이라는 피아 식별을 기본으로 하며 맥락 없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어요. 독일이 통일하고 강대국으로 재부상하는 동안 한국도 글로벌 선도 국가로 성장했어요. 그런데 윤 정부는 유치한 말과 행동으로 국민을 당혹하게 하고 있고, 미일로부터 국익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세우고 있어요.
윤 정부의 추종과 증오라는 이분법적 갈리치기 외교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나 국회의원들이 북중러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 경고했는데, 윤 정부의 외교 안보팀은 이런 상식적인 예측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통령 부부만이 아니라 안보실, 국정원 등이 마비되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어요."
- 그러면 한러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북한과 사실상 동맹을 맺은 러시아와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가 숙제죠.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북방정책 같은 파격적인 외교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 되었어요. 그러나 푸틴과 윤석열 정부는 강 대 강의 대결을 추구하고 있어서, 당분간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요. 스스로 진흙탕에 우리 안보를 집어넣고 헤매고 있는데, 진흙탕에 빠져있는 것조차 모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정부 같아요. 이번 북러 조약 정보 실패와 정책 부재에 대해 안보실, 국정원 등 책임자를 문책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인재로 긴급하게 재구성해야 해요."
-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재검토하겠다고 하던데 무기 지원하면 안 되는 건가요?
"북러 군사협력과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나요?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일과 유라시아대륙 반대편 전쟁에 개입하는 일의 상관관계를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한 사실이 있나요?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고지전 양상으로 평화 협상 직전 단계예요. 대한민국의 6배 정도의 영토 중에 우리나라만큼의 영토를 빼앗겼고, 인구 4500만 명이 3500만 명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해요. 우크라이나는 국민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을 피해 다른 국가로 국제 이주해 전투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미 대선에서 바이든 쪽의 체면 세워주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 준 참전을 하는 것이 국제 윤리 혹은 실리 측면에서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만약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윤 정권에 섭섭함을 표출하고 많은 청구서를 내밀 거예요. 미 선거에 중립적이고, 실질적으로 피해 입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와도 경제협력 추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어요."
- 이번 북러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러시아 군사 기술을 지원받을 것 같은데 이게 우리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북한으로 핵 확산이나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은 민감한 문제예요. 노태우 정부가 러시아와 수교하려고 제공한 차관의 일부를 상환받는 과정에서 미국에서 획득하지 못한 탱크,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와 첨단 기술을 받았어요. 동맹보다 돈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러시아 기술로 탱크, 장갑차, 미사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고, 이제는 폴란드 등 나토 국가에 수출을 해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공격받는 양상이에요.
현재 북중러 관계는 역사상 최상의 관계이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하는 데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장래 국제 질서가 변해 북러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을 상실하게 될 수가 있어요. 무기 지원보다 군사 기술 지원이 훨씬 더 민감한 사안으로 보여요. 윤 정부 역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이 필요하고, 북한 역시 현재의 안보 딜레마 상황을 완화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미중 전략 경쟁 때문에 각국이 자율적으로 외교·안보를 결정할 공간이 줄어들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섬세한 외교·안보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대다수 국가는 국익 중심으로 실용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어요. 이익 얻고 부담을 타국에 전가하는 방식이에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략이나 북중러 전략적 협력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해법을 제시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목표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지금의 한반도는 한국전쟁 직전처럼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어요. 당시 우매한 정치 지도자들은 강대국들의 전략을 오독했는데, 현재도 스스로 위기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것 같아 우려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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