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에서 근무하던 중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 장애인에게,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법원이 선고했다.
지난 20일,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가해자인 B씨와 C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사건에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단독 재판부는 '가해자 B는 6천만원을 배상할 것을, 그리고 C사회복지법인은 3천만원을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C사회복지법인 산하 복지시설에서 위생원으로 근로하던 중, 함께 근무하던 경비원 B씨에게 수회 강간 및 강제추행의 피해를 당했다. 앞서 22년 11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형사부는 '장애인준강간', '장애인준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이 사건 피고인 B씨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하였다.
피해자 A씨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면서 자립지원의 일환으로 C사회복지법인 산하시설에서 평일 오전 9시부터 2시까지 근무하면서 청소 및 정리정돈, 분리수거 등 업무에 종사하던 중 이 사건 피해를 당했다.
가해자 B씨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근무를 하면서 B씨와 친분이 생긴것으로 보이지만, 그 친분은 남여 간의 애정 감정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사회복지법인 산하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3명 정도 고용하고 있었고, A씨가 복지카드를 보여준 적도 있는 등 B씨가 피해자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피해자와 성행위로 나아간바, 피해자의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 및 추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23년 5월 수원고등법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고, 23년 8월 피고인의 상고도 기각되어 형사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어 열린 민사재판에서 C 사회복지법인은 '이 사건 범죄가 B씨가 비번인 동안 사적인 공간에서 행한 것으로 법인과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에서 정한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여 왔으므로 지휘감독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C사회복지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 사건 범죄는 C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 내부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근무 중일 때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가해자가 평소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확인하고 훈계하기도 한 점, ▲가해자가 업무 훈계를 할 것처럼 피해자를 방으로 부른 상태에서 일부 범행을 저지른 점을 종합할 때, 가해자 B씨의 불법행위는 사용자인 C사회복지법인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C사회복지법인은 가해자 B씨의 사용자로서 B씨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박민서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률센터)는 C사회복지법인이 가해자를 변호하는 등,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인 A씨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며, 법인의 책임 인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C사회복지법인이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법률』 상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이 부분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박선경 상임대표(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자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는 시설 내 성폭력 사건들은 워낙 민감한 사례로 다루기 때문에 사건 발생 후 조치들이 대개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는데, 이 사건은 사회복지법인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사회복지법인의 관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파이팅챈스'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