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낮 12시경,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김광동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던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전국유족회(이하 유족회) 회원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오후 6시 30분경에 나온 유족회의 김선희 대외협력위원장은 면담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집단퇴거 불응죄'로 팔십 대 전후 노인들을 경찰에 고발한 김광동 위원장을 성토했다.
유족회 강인희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회원 20여 명이 김광동 위원장 면담을 위해 진화위를 방문한 건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 진화위는 출입문을 폐쇄하고 유족회에 건물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관련기사:
"김광동 보기 전엔 못 가" 한국전쟁 유족들 진화위 기습점거 https://omn.kr/299yv). 송상교 진화위 사무처장은 오후 들어 7월 18~20일쯤 김광동 위원장과 면담을 잡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회는 이를 거부하고 복도에서 하룻밤을 새우며 조속한 면담을 요구하다 3일 끝내 경찰에 붙들려간 것이다.
유족회가 농성과 연행을 무릅쓰며 김광동 위원장과 면담을 요구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2기 진화위의 활동 기간 만료가 2025년 5월이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현재 유족회가 진실규명 신청한 사건 중 조사계류 상태가 지난 4월 22일 기준 8256건이다. 전체 신청이 약 1만 1000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3년간 조사가 매우 지지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진화위의 실질 조사 활동이 2024년 말에 종료될 것을 감안하면 유족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겨우 5개월 남짓, 하루하루가 애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김광동 위원장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사건을 다루는 태도다. 그는 "전시에는 민간인을 즉결 처분해도 위법이 아니다, (미군에 의한 대표적인 민간인 희생 사건인) 노근리 사건은 불법 희생이 아니다. 부수적 피해"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 3급 출신으로 2023년 6월 채용 때부터 논란이 된 황인수 조사1국장은 2024년 1월 조사관들에게 '종북 척결' 취지의 편지를 보내고 피학살자 유족을 보상금이나 바라는 사람들로 폄훼했다. 위원장과 주무 조사국장의 이런 극우 시각은 실질 조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사업무를 지연해 결정문 채택을 미루고 특정 신청인의 학력 및 생활기록부 제출 요구를 하는가 하면 '함평 사건'은 결정을 내렸으나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진화위를 두고 "출범 취지가 사라졌으며 공안기관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회원들이 연행된 후 유족회는 7월 3일 오후 2시 진화위 사무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 재일한국양심수 동우회 이동석 회장,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대책위 조종주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은 "80안팎의 더군다나 피학살 유족으로 고통받은 이들을 연행했던 사례는 없었다"고 규탄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정조사 등 국회가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진실화해위원회의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비정상적 운영을 바로잡겠다. 김광동 위원장이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회 회원 연행 사태는 김광동 진화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사건으로 충격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광동 위원장을 사퇴시키"라고 요구했다. 또 국회 행안위위원장 신정훈 의원도 이 사안을 국회 차원에서 엄중하게 다뤄 진화위의 파행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