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굉장히 가슴 아프고 저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게 사망사고가 아니라 여러 명이, 예를 들어서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난 4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순직해병수사방해및사건은폐등의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안) 표결을 지연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나온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발언이 논란이다. 지역구인 부산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주 의원은 야당이 트집 잡기를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부산공공성연대는 8일 낸 논평에서 "주 의원은 유족과 대한민국 장병 앞에 사죄해야 한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징계에 착수하라"라고 촉구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 의원이 한 말을 망언으로 규정한 부산공공성연대는 "채 해병의 희생을 경멸하고 모독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인륜 내팽개친 발언" VS. 정치적 공세일 뿐
무엇보다 이러한 표현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신원식 국방장관의 "안타깝지만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라는 발언, 지난 3월 대통령실의 '조그마한 사고' 언급 등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시각이 반영됐단 지적이다. 부산공공성연대는 "이제는 하다 하다 군 장비 파손에 비유하기에 이르렀다"라며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중앙당 차원 대응에 이어 지역의 시당도 별도 성명에서 이 문제를 소환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인륜마저 내팽개친 발언"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더 높였다. 부산시당은 "나라를 믿고 군대로 보냈는데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유족들에게 또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라며 "잇따른 참사, 실정으로 정권 탄핵 여론이 빗발치자 대통령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규탄했다.
무제한 토론 내용을 놓고 반발이 이어지자 주 의원은 이를 발언 맥락을 무시한 정치적 공세로 일축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잇따라 반격에 나선 주 의원은 "'기물파손 시 군의 행정조사가 남용돼 병사들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사망사고는 매우 사안이 중대하므로 더욱더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라는 취지로 토론했다"라며 "이 말을 어떻게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6일에는 "패륜적 발상으로 고귀한 희생을 모독 말라"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왜곡 거짓 프레임으로 합리적 문제 제기를 회피하고 있다"라며 "군 행정권 남용의 폐해를 국민께서 이해하시기 쉽도록 절차적으로 설명한 것이 어떻게 순직해병의 숭고한 희생을 장비에 비유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7일에는 서해 공무원 사건, 천안함 사건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 말을 소환해 "저의 특검법 반대 논리에는 한마디도 반박 못하고, 발언을 왜곡해 거짓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라고 한층 더 목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