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이원면 이원초등학교는 지난 4일 오전-오후로 나눠 2학기 농촌 유학 신청 학생과 학부모를 맞이할 준비로 바빴다. 2024학년도 충남 최초 농촌 유학 시범학교로 선정을 계기로 경기도에서 온 삼둥이 한 가구가 있어서 농촌 유학 시범학교의 체면을 유지했다.
하지만 <태안신문> <오마이뉴스>의 집중 보도를 접한 KBS 대전총국이 특집 프로그램과 뉴스를 보도하면서 이원초등학교의 농촌 유학이 더 널리 알려졌다. 이번 신청 현황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몰아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학교 측이 농촌 유학 주택을 당초 3가구밖에 준비하지 못했음을 공지했으나 12가구 총 18명이 신청했다.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서울·경기·인천·강원 등지에서 자연과 함께 아이를 키우기 좋은 태안에 초등학교를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9통 이상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교육청 산하에 공주시 마곡초등학교도 농촌 유학 시범학교다. 학교 측은 12개의 주택을 준비해놨는데, 11가구 16명이 마곡초를 1순위로 신청했다. 이에 더해 이원초 신청자 중 8명은 2순위로 마곡초에서 농촌 유학을 하고 싶다고 신청한 상황.
농촌 유학 희망 학부모 중에는 도교육청 장학사에게 '꼭 이원초에서 유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전화를 거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의 농촌 유학 신청 사유를 보니 '자연환경과 교육과정 속에서 자녀들에게 좋은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다'가 상당했다. 그러나 이원초등학교는 어쩔 수 없이 3가구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 학교 측의 많은 고민과 협의를 통해 농촌 유학생 4명(총 3가구)을 선발했다.
농촌유학학교 학생, 어떻게 선발했을까
지난 4일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농촌 유학생 선발은 질문지를 통한 학부모 면접과 이원 볏가리 마을에 준비된 주택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 선발은 2시간 오전 수업 참여 결과를 교사가 평가해 점수로 산출했다. 오후엔 사정상 수업 참여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도서실 독서활동을 교사가 관찰한 뒤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부모 설문지, 학생 수업참여 태도, 농촌 주택 선택 여부 등을 참고로 농촌 유학 활성화 위원 교사들의 협의를 거친 뒤 다음날 농촌 유학 합격-불합격 여부를 문자로 통지했다고 한다.
발전교육원 사택 방치... 농어촌 유학생 주택 재활용 검토해야
이처럼 이원초등학교의 농촌 유학의 수요가 크지만 농촌 유학 가정이 사용할 주택이 모자란 상황이다. 현재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유학생 가구에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촌 유학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지역 현실을 고려했을 때 원북면 이화마을에 방치되고 있는 50채의 한국발전교육원 사택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전으로 이전한 발전교육원은 해당 사택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빈 사택을 활용해 인구소멸지역의 인구 유입과 지역 균형 발전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모도 차원에서 태안화력이 적극 나서 농촌 유학생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택들이 농촌 유학생 주택으로 활용된다면 이화마을 사택을 공동 학구로 지정해 인근의 이원초·원북초·대기초·원이중학교의 농촌 유학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 유학 희망 학부모들은 현행 1년 단위로 지원되는 농촌 유학 주택지원보다는 전학 이후 농촌 유학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계속 지원을 해줄 것을 원한다는 것이 설문조사로 확인됐다.
이러한 농촌 유학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교육 당국이 학부모 눈높이에서 많은 교육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농촌 유학 학교를 이끌어갈 능력 있는 교사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농촌 유학 성패의 핵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초를 찾은 농촌 유학 신청 학부모들은 담임교사들이 학생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만족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능력 있는 교사들의 유치를 위해 농촌 유학 학교를 '농촌유학 혁신학교' 또는 '농촌 유학 연구학교'로 지정해야 한다고 본다.
농촌 유학 준비와 학생 선발 과정은 여느 연구학교 못지 않게 업무가 많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한 교사의 책임감 있는 교육활동 역시 요구된다. 따라서 교사의 노력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진다면 능력 있는 교사들이 농촌 유학 학교를 선호하면서 지역 학교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역 소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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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