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비례)과 경남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산업폐기물 공적처리방안을 위한 경남주민피해증언대회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주민들의 절규와 호소가 이어졌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실질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창원대학교 사회과학대 22호관 104호에서 열렸다.
주민들 "악취와 유해가스로 고통 계속돼"
이날 주민피해증언대회에서 윤민남 NC양산(주)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은 "주거지역과 가까운 산업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때문에 수십 년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소각장 용량 증설 문제로 업체-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200여 명 넘게 악취 저감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치권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미정 NC함안(주) 산업폐기물처리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은 "함안 칠서와 창녕 남지 주민들이 유해가스와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은 암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이 호소한 함안군 칠서산업단지 인근 대치마을의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김 위원은 "주민 42명 중 7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 5명이 투병 중"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공장 뒷산 숲이 말라 죽고 산단의 특정 지역 가로수가 고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환경피해 사례도 언급했다.
무분별한 입지 선정에 주민 반발
사천시 곤양면 대진산단의 사례는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냈다. 박남희 사천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당초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조성한다던 일반산업단지를 통째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운영위원은 "대진산단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광포만과 인접해 있어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만약 소각장과 매립장 등이 추진될 경우 매립에 의한 침출수로 인한 해양 오염, 소각에 의한 유해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과 조례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산업폐기물처리 공공성 강화해야"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주제 발표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 변호사는 "현재 산업폐기물 매립과 소각의 대부분을 민간 업체들이 맡고 있어 이익은 사유화하고 피해는 공공화하는 구조"라며 "신규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은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 등 공공성이 확보된 주체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산업폐기물 처리는 에너지만큼 중요한 문제"라며 "한국전력공사가 송전망을 운영하고, 원전과 방사성폐기물 관리도 공공기관이 맡고 있는 것처럼 산업폐기물도 공공영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 중요
토론자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국내 폐기물의 90%를 차지하는 산업폐기물 처리가 영리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주민 생존권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산업폐기물 입지 규제 강화와 주민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피해 실태조사, 환경영향평가 조례 제정, 환경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제정, 도시계획 조례를 통한 입지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재우 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국가 차원의 감시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광역 차원에서 산업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혜경 국회의원실 이동규 비서관은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며 "의원님께서 폐기물관리법,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비서관은 "환경부가 권역별 공공 산업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기물 처리,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산업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주민,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산업폐기물 처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단체들도 "민간 업체에 맡겨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주민들의 고통, 환경 파괴, 그리고 막대한 이윤 추구라는 현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